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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상주 도장산 계곡길 - 시원한 쌍룡계곡과 심원폭포를 찾다.

by 마음풍경 2013. 8. 11.

 

도장산 계곡길

 

- 쌍룡계곡과 심원폭포를 찾다. -

 

 

경북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

 

용추교 ~ 쌍폭 ~ 651봉 ~ 도장산 정상(828m) ~ 742봉 ~ 심원사 ~ 심원 폭포 ~ 용추교

(8km, 5시간 30분 소요/식사 및 휴식 포함)

 

 

경북 상주시 화북면과 문경시 농암면의 경계에 있는 도장산(道藏山)은

속리산과 청화산을 가깝게 조망할 수 있으며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인 심원사와 멋진 암릉으로 이루어진 쌍룡계곡,

그리고 깨끗하고 조용한 심원골의 심원 폭포 등 멋진 비경이 있는 숨은 명산입니다.

 

 

최근들어 산행보다는 걷기에 편한 길을 주로 걸었기에

오랜만에 산행다운 산행을 하기 위해

속리산 주변에 숨어있는 명산인 도장산으로 향합니다.

 

산행의 시작은 쌍룡계곡의 입구인 용추교에서 시작합니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곳 쌍용계곡에도 피서객들이 제법 있네요.

 

다리를 건너 쌍룡계곡을 거슬러 오르며

 심원사 방향으로 길을 걷습니다.

 

쌍룡계곡은 속리산에서 발원한 농암천 상류에 위치한 계곡으로

주변 풍광이 무척이나 빼어난 곳입니다.

 

이곳 용추에서 청룡과 황룡이 살았다고 해서

쌍룡계곡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용을 닮은 것 같은 바위들이

무척이나 많은 것 같습니다.

이 바위도 이름이 따로 있는지 모르겠으나

용의 머리를 닮은것 같고요.

 

이제 쌍룡계곡에서 벗어나

심원사 방향으로 가는 심원골을 걷습니다.

 

심원골 또한 멋진 바위를 배경으로 작은 계곡이 형성이 되어있습니다.

하산길에 계곡 탐방을 하기로 하고 산길을 따라 발걸음을 이어걷네요.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다가 이제 이곳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나중에 하산시에는 오른편 심원사쪽에서 내려오게 됩니다.

 

등산 이정표는 잘되어 있지않지만

산악회 시그널이 많이 있어서 산행길을 찾기는 쉽습니다.

 

멋진 소나무가 반겨주는 소박하지만

걷기 좋은 숲길이 계속 이어지고요.

물론 더운 여름 산행이기에 몸에서 땀은 줄줄 흐릅니다.

 

아침부터 날이 흐려서 좋은 조망은 아니지만

시원한 바람과 아스라한 조망도 함께 하고요.

건너편 742봉을 지나 아래로 내려서면

하산길인 심원사가 있습니다.

 

적송 등 아름다운 모습을 한 소나무들도 참 많습니다.

 

오랜만에 망태 모양의 노란 망태 버섯을 반갑게 만났는데

마치 오랜 친구를 우연히 본 것 같은 기쁨이 있네요.

 

어찌 이렇게 고운 노란색으로 피어날 수 있는지

자연을 바라보면 그저 감탄만 나옵니다.

 

물론 자연은 원색의 빼어남만 있는 것은 아니고

말이나 글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부드럽고 곱기만한 색도 제 마음을 빼았습니다.

오늘 찍은 사진중에 가장 마음에 담고픈

 사진이 바로 이 사진이네요.

 

날이 무덥고 습해서 온 몸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지지만

그래도 능선을 따라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이 있어서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그나저나 도장산 정상까지 가려면 700m급 봉우리

여러 개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해야합니다.

봉우리 너머 그리고 그너머에 오늘 가는 산의 정상인

도장산이 얼굴을 살짝 내밀고 있네요.

 

몇개의 봉우리를 힘들게 넘고 나니 도장산(828m)에 도착하게 됩니다.

산행을 시작한 용추교부터 이곳 도장산까지는

약 3.4km에 2시간 정도가 소요가 되네요.

산행입구에서 해발차가 약 600m가 나기에

산 높이에 비해 그다지 만만한 산은 아닙니다.

 

정상 주변에서 김밥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다시 산행을 이어갑니다.

이곳 이정표에서 방향을 북쪽으로 바꿔 헬기장 방향으로 갑니다.

계속 걷던 방향으로 생각없이 가게되면 남쪽인

서재방향으로 가게되니 조심해야할 갈림길이네요.

 

편안하게 하산을 하나했는데 갑자기

천둥 번개와 함께 세찬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당초 가벼운 소나기는 생각했는데

이처럼 엄청난 비바람이 몰려올지는 몰랐네요.

 

비바람이 심해서 능선 길을 걷기가 어려워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자연이 만들어 주는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봅니다.

 

갑작스런 먹구름과 비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늘 떠오르는 시가 한편있습니다.

대학때 부터 무척이나 좋아했던 하종오 시인의 "사랑 노래"이지요.

 

우리 만난 이 세상에 풀꽃피고
네가 살아 있을 때
널따라 나비 날거든 나도 살아가는 줄 알거라.
햇살에 부신 눈을 비비며
한세월 보이잖는 길을 더듬어
푸른 하늘 서러운 황토에 왔다.
우리 괴로운 이 세상에 먹구름 끼고
네가 눈물 흘릴 때
널따라 비 오거든 나도 우는 줄 알거라.

 

 

갈대 서걱거리는 허허벌판 바라보며
바람 부는 벼랑 끝에 장승으로 서 있지만
모진 마음은 더욱 응어리지는구나.

우리 헤어지는 이 세상에 천둥치고
네가 죽을 때
널따라 벼락 떨어지거든 나도 죽는 줄 알거라.
인생 한번 간 뒤에도 밤이 오듯이
사람 사랑하는 것은 운명 아니냐.
천지간에 어둠이 뒤덮여온다.

 

사랑을 얻기위해서는 영혼의 아픔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마음의 아픔과 영혼의 아픔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여튼 세상사 인연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

댓가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천둥치는 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걷는 기분이 참 묘합니다.

지금은 없지만 과거 멋진 소나무가 있었던 곳도 지나갑니다.

그나저나 날만 좋다면 속리산 주능선이 펼쳐지는

풍경을 만날 수 있을텐데 조금은 아쉽네요.

 

하지만 한번의 산행으로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다면 지나친 욕심이겠지요.

화북면으로 내려가는 삼거리도 지나갑니다.

 

조금은 가파른 길을 올라서니 헬기장(742m)에 도착합니다.

이제 먹구름이 지나갔는지 비도 거의 그치고 바람도 잔잔해지네요.

 

다시 땅 아래 세상에 깔린 구름도 걷혀갑니다.

 

발아래로 우복동천의 넉넉하고 편안한 모습이 가득 펼쳐지고

건너편 청화산과 시루봉 능선은 여전히 구름에 가려있습니다.

우복동은 소의 배처럼 편안한 곳으로

전란 및 천재지변으로 부터 안전한 십승지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서쪽에 있는 속리산과 건너편

북쪽에 있는 청화산 그리고 이곳 도장산을 연결하는

약 37.8km 등산로를 우복동천 명품 등산로라고 부르지요.

 

조망처에 서서 바라다 보니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을 비롯하여 세상 풍경이 너무나 멋지게 다가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과 함께 하며 산다고 생각하니

사는게 참 좋다. 그저 좋네요! ㅎ

 

오늘 도장산 산행길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노란 원추리꽃도 빗물에 젖어있습니다.

물론 저도 세찬 비바람을 피할 수 없어서

알탕을 하기전에 이미 온몸이 빗물에 젖어버렸네요.

 

이제 우복동천 길을 벗어나 심원사로 길을 이어걷습니다.

이정표에 우복동천이라 표시가 되어 있네요.

 

오전에 걸었던 능선길도 이제 구름이 벗어나 시야에 들어옵니다.

 

천둥이 치고 비바람이 몰아쳤던 한시간 전을

생각해보니 정말 벼락같은 만남이었네요. ㅎ

어쩌면 우리가 만나는 인연중에서 그처럼 벼락같은 만남도 있을겁니다.

 

친구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하는 일도 그렇고.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부지불식간에 이어지는 인연의 끈입니다.

 

그렇기에 인생이란게 재미난 것이겠지요.

계획된대로만 되고 생각한 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세상 사는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정현종 시인의 시처럼 세상은 늘 "어찔 명랑, 뒤뚱 명랑"입니다.

 

질퍽거리는 발걸음으로 걷다보니 벌써 심원사가 지척입니다.

이제 능선을 버리고 심원사로 내려갑니다.

 

심원사는 직지사의 말사로 전설에 따르면

쌍룡꼐곡 용소에 살던 용왕의 아들이

심원사에 머물던 윤필거사와 의상대사에게 글을 배웠다고 합니다.

비록 1958년에 대화재를 만나 사찰이 전소되어

지금은 여느 사찰에 비하면 아주 초라한 대웅전이지만

아늑하고 깊은 느낌만큼은 과거의 전설이 허영은 아니었을 것 같네요.

 

 앞마당에는 불가의 이야기가 있는 분홍빛 상사화가 곱게 피어있습니다.

보통 붉게 피는 꽃무릇(석산)도 상사화라고 말하지만

상사화는 봄에 잎이 먼저나고 나서 여름에 꽃이 피지만

꽃무릇은 늦여름부터 초가을에 꽃이 피고나서 잎이 나는 점이 다르지요.

 

심원사를 나와 계곡을 따라 걷다가 심원 폭포를 찾았습니다.

비가 와서인지 수량도 풍부하고

세찬 물줄기가 퍼져서 주변까지 시원하게 합니다.

 

심원 폭포뿐만 아니라 심원골을 따라

아기자기한 폭포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입구의 쌍룡 계곡보다는 규모는 작지만

주변 계곡의 풍광은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심원사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그저 작은 물길이라 생각했는데

내려오면 내려올 수록 정말 감탄할만한 경치가 숨어있습니다.

 

쌍룡계곡은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물도 주변도 오염이 심한데 이곳은 정말 별유천지입니다.

하여 비에 젖은 몸도 씻을겸 올 여름들어

처음으로 알탕을 스원하게~ 해보았네요. ㅎ

 

몸을 시원하게 물에 담그고 계곡위로 펼쳐지는

바위 병풍의 절경을 바라보니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이곳은 제발 사람에게 시원한 물을 주는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깨끗하고 소중한 곳으로 유지되었으면 하네요.

 

시원하게 계곡물에 알탕을 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쌍룡 계곡을 좀 더 자세하게 보고자 계곡쪽 바위로 올라섭니다.

 

쌍룡계곡도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은

 여느 계곡 못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버려진 쓰레기로 인해

 계곡의 아름다움을 편하게 느낄 수 없어서 무척이나 아쉽더군요.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에 자신의 편의만을 위해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화도 나고요. 참 나쁜 사람들!

 

산행의 시발점인 용추교로 다시 발걸음을 향하며

 5시간 넘는 도장산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갑작스런 세찬 비바람으로 인해 조망 산행이 아닌

우중산행을 했지만 이 또한 즐거운 추억이 됩니다.

심원골에 숨어있는 너무나 시원하고 멋진 계곡의 풍경은 뜻밖의 선물이고요.

단풍 곱게 물든 가을에 심원사까지

가볍게 걷는 기회를 한번 더 가져볼까합니다.

그때 오면 계곡의 경치는 더욱 깊고 더욱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