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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장수 장안산 억새길 - 지리산조망과 억새가 어우러지는 풍경

by 마음풍경 2013. 10. 13.

 

장안산 억새길

 

 

전북 장수군 장수읍 덕산리

 

 

무령고개 ~ 팔각정 ~ 억새 능선 ~ 장안산 정상 ~ 억새능선 ~ 무령고개(왕복)

(6.5km, 3시간 소요)

 

 

전북 장수 장안산(1236.9m)은 호남 금남정맥의 최고봉이자 남한 8대 종산으로

무령고개에서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엔 새하얀 억새의 물결이 가득하고

백두대간 능선 및 지리산 능선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곳입니다.

 

 

지난주 울산팸투어 1박 2일을 다녀와서인지 멀리 떠나기는 싫고 그래도 억새풍경을 보고싶어 고민하다가

문득 넉넉한 장안산 능선의 억새 풍경이 생각이 나서 무령고개로 발걸음을 합니다.

장안산 산행을 위해 무령고개를 여러번 찾았었지만 가장 최근에 온것이

2009년 7월이니 벌써 만 4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장수 장안산 능선 길 - 비오는 안개속 능선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30)

 

무령고개에서 장안산 정상까지는 3km이며 장안산의 높이가 1,237m로 높지만

무령고개의 해발이 1,076m이기에 정상까지 고도차가 채 200m도 되지 않는 아주 편안한 산길입니다.

 

이곳 나무에도 조금씩 고운 단풍이 물들기 시작합니다.

 

산행으로는 이른 시간이 아닌 9시 30분에 무령고개에 도착했지만 사람도 없고 아주 한가한 모습을 보면서

많은 등산객들이 단풍이 절정인 설악산으로 가지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조금이지만 이곳에서도 붉게 물드는 단풍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장안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잠시 벗어나서 팔각정을 들러봅니다.

 

팔각정에 오르니 오동제 저수지도 발아래 보이고 저멀리 운장산 능선도 바라보입니다.

 

시원한 조망을 보고 다시 주 등산로로 돌아왔습니다.

주변의 고운 억새 모습에서 능선에 펼쳐질 아름다운 억새의 물결을 상상해봅니다.

 

고운 억새의 풍경뿐만 아니라 가는 길에는 낙엽으로 변해가고 있는 쓸쓸함도 함께 하네요.

 

조금 가파른 길도 있지만 천천히 오래오래 걷고픈 아늑한 길을 따라 걷습니다. 

 

푸른 하늘이 탁 트인 주능선으로 올라서니 억새가 가득한 첫번째 조망대를 만납니다.

 

능선에 곱게 자라고 있는 한쌍의 소나무와 바람에 살랑거리는 억새의 풍경이 정말 한폭의 고운 그림같습니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의 풍경을 바라보며 가을이 주는 고마운 선물을 카메라에 가득 담습니다.

 

발아래로는 새하얀 억새가 바람에 살랑거리고

저멀리는 지리산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지니 저절로 감탄의 소리가 나옵니다.

 

왼편 백두대간이 이어지는 백운산 능선의 모습도 참 시원하고요.

정말 장안산은 사방팔방 최고의 조망처인것 같습니다.

 

물론 장안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억새의 물결과 편안한 능선의 모습도 마음을 한없이 가볍게 해주네요.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목소리를 지닌 가수인 Eva Cassidy의 Fields of Gold라는 노래를 따라 불러봅니다.

 

I swear in the days still left

We'll walk in the fields of gold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우리는 황금빛 들판을 거닐거예요.

 

 

바람에 이리저리 살랑거리는 억새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늑함과 행복함이 저절로 스며드는데

노래와 함께 시 한편 읽지 않을 수 없겠지요.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풀랫폼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고개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길로 바쁘게 돌아가는 사람들

 

 

사랑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 정일근 - 가을 억새 >

 

 

이 시에 대해 안도현 시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지요.

 

사랑을 위해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하고,

마음 속에 무엇인가를 채우려고 하는 사람들을 향해

이 가을에 억새가 되어 흔들려보자고 한다.

억새가 손을 흔드는 것은 누군가를 맞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작별의 의식이다.

가진 것을 덜어내고, 비워보자는 말이다.

그래야 진정한 사랑에 이른다는 말이다.

 

 

무한 반복되는 비움과 채움 그리고 사랑과 이별의 연결고리...

살면 살수록 참 어려운게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억새의 풍경에 어우러지는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고 있으니 사는게 다 부질없는 것 같고요.

차라리 억새핀 장안산을 새벽에 올라 지리산 아래로 운해가 깔리고

천왕봉너머 아침 해가 뜨는 풍경을 만나고 싶은 것이 나에겐 삶의 행복일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재작년에 다녀온 오서산 억새도 그렇고 온난화때문인지

과거에 비해 억새가 많이 줄어드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가을색과 어우러져서 여전히 아름다운 억새 풍경입니다.

(오서산 억새 능선길 - 시원한 서해 조망 길을 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95)

 

억새 능선길을 따라 오르니 두번째 조망대에 도착합니다.

 

저멀리 육십령과 남덕유 능선도 바라보이고

또 왼편 저멀리로는 무주 작성산도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시원한 조망과 아늑한 숲길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두번째 조망대를 지나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다시 억새의 풍경이 나옵니다.

물론 이곳도 나무와 잡초가 많이 자라서 억새의 풍성함이 예전만은 못하네요.

 

그래도 참 넉넉한 백두대간 능선을 바라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또한 오른편 반야봉에서 왼편 천왕봉까지 지리산 전체 능선을 바라보며 걷는 이 길이 너무나 황홀하고요.

 

언제가는 저 지리산의 수많은 봉우리 중 한곳에서 이곳 장안산의 능선을 바라보며 옛 추억에 잠길 날도 있겠지요.

 

바람에 서걱거리는 억새 숲길을 따라 세번째 조망대로 향합니다.

 

이처럼 고운 길을 보고 있으면 길은 시간의 흐름을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 현재, 미래가 이어지는 시간이 삶의 길이라면

그 삶의 시간속에서 만난 인연들이 이어져서 추억이라는 길을 만들지요.

 

제 마음속에는 늘 바람이 붑니다.

하여 늘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네요.

어찌보면 참 좋은 팔자이지요. 그덕분에 자연을 알게되고 자연속에 행복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제 이 계단만 올라서면 장안산 정상이 나오겠지요.

 

무령고개에서 장안산 정상까지 약 3.5km 거리를 한시간 반만에 도착했습니다.

억새 구경도 하고 아주 여유로운 발걸음을 했는데도 길이 편해서인지 빠르게 온것 같네요.

 

장안산은 북으로는 덕유산이 남으로는 지리산이 멋지게 조망이 되는

산의 전망대같은 명산이며 덕산계곡, 지지계곡 등 멋진 계곡을 품고있는 산입니다.

 

지나온 능선길도 시원하게 펼쳐지고 백운산에서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무척이나 장쾌합니다.

 

남원 봉화산에서 함양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모습도 넉넉하게 바라보이고요.

 

 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 하산을 시작합니다.

산악회를 따라오면 보통 정상을 너머 덕산계곡으로 하산을 하지요. 

 

되돌아 내려오니 억새 풍경은 첫번째 전망대 주변이 가장 멋집니다.

제가 왔을 때 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네요.

 

이곳 조망대 주변에서 지리산을 바라보며 김밥으로 점심을 했습니다.

비록 한줄 김밥이지만 이런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식사는 황제의 만찬 부럽지가 않네요.

 

이 세상 살면서 무언가에 늘 마음이 설레일 수만 있다면 큰 행복이라고 하는데

저는 지리산을 바라보고 있으며 늘 마음이 설레입니다.

고향산인 무등산과 함께 늘 내 마음속 그리움의 산인 지리산..

 

이처럼 멋진 풍경을 친구삼아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이 순간이 진정한 행복입니다.

억만금의 돈으로도 살 수 없고, 누구에게 뺏길 수도 빼았을 수도 없는

오로지 나만의 추억이자 나만의 온전한 행복...

 

오래 오래 이곳에 머물고 싶지만 조금은 아쉬워야 다시 또 찾게되고 오래오래 기억이 되겠지요.

가을 햇살 아래 반짝이는 고운 억새 풍경 한번 더 보고 발걸음을 내려섭니다.

 

다시 무령고개로 돌아왔습니다.

같은 길을 왕복으로 걸었지만 전혀 다른 두개의 길을 걷고온 느낌이네요.

처음에는 억새를 보고싶어서 큰 기대없이 가볍게 찾아온 장안산이었지만

한없는 그리움과 추억, 그리고 행복을 만들어주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