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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여수 영취산 꽃길 - 진달래 군락과 바다 조망이 아름다운 길

by 마음풍경 2014. 4. 6.

 

영취산 진달래 꽃길

 

 

전남 여수시 상암동

 

 

상암초등학교 주차장 ~ 임도 갈림길 ~ 골명재 ~ 가마봉 ~ 영취산 정상(진례봉, 510m) ~

도솔암 ~ 봉우재 ~ 임도 삼거리 ~ 상암초등학교 주차장

(약 7.5km, 3시간 30분 소요)

 

 

여수 영취산(靈鷲山)은 진달래 산행으로 손꼽히는 대표적인 산으

화사하게 군락을 이루는 진달래 꽃길을 따라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바다 풍경과 함께

건너편 남해군을 조망하며 걷는 길은 봄꽃 산행의 묘미를 가득 담고 있는 산입니다.

 

 

과거에 화왕산 등 진달래 산행을 수없이 했지만 이상하게도 영취산과는 한번도 만날 인연이 없었습니다.

하여 오랜만에 영취산으로 진달래 꽃 테마 산행을 떠나네요.

일반적인 영취산 산행은 돌고개 행사장에서 시작해서 흥국사로 하산하는 코스이지만

저는 원점회귀 산행을 위해 능선 건너편에 있는 상암초등학교에서 시작해서 다시 돌아오는 코스를 택합니다.

 

상암초등학교 운동장에 주차를 하고 마을 길을 따라 영취산으로 올라갑니다.

영취산 시루봉을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나무가 참 멋지지요.

 

마을 길을 걷다보니 오랜만에 탱자나무 꽃도 만나게 됩니다.

어릴적에는 탱자나무를 담장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가시가 무섭기는 하지만 그래도 친근한 나무이지요.

 

왼편으로 봉우리가 우뚝한 시루봉이 보이고

오른편 아래쪽으로는 봉우재라는 고개가 있습니다.

 

마을을 지나 조금은 가파른 숲길을 올라서니 화사한 벚꽃이 반겨주는 임도를 만나게 됩니다.

오늘 산행은 반시계 방향으로 걷기에 임도 삼거리에서 오른편 길을 따라 걷습니다.

 

머리위로는 가마봉 전망데크가 나오고 

군데 군데 연분홍 빛으로 피어있는 진달래 꽃도 보이네요.

 

임도길은 조망이 탁 트여있어서 바다 건너 남해 풍경을 바라보며 걸으니

비록 포장 길이라해도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볍습니다.

 

발아래로는 산행을 시작했던 상암동의 전경도 한눈에 펼쳐집니다.

주변이 바다와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참 아늑하고 정겨운 느낌이 드네요.

 

가마봉으로 바로 오르는 갈림길을 지납니다.

영취산 정상을 가장 빠르게 오를 수 있는 길이어서 영취산 진달래를 취재하러 온 방송국 차들이 많더군요. 

 

임도 길을 휘돌아 넘으니 본격적인 진달래 군락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영취산 진달래 군락은 주로 가마봉 주변부터 정상인 진례봉 능선에 분포가 되어 있지요.

 

생각하지도 않게 벚꽃이 만발한 풍경을 만납니다.

 

마치 아름다운 수채화를 보는 것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로 벚꽃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이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 김용택 - 그랬다지요>

 

 

오늘도 제가 좋아하는 시 한구절 떠올리며 행복한 마음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골명재에 도착을 하게됩니다.

 

영취산 주능선으로 올라서니 이제 본격적인 진달래꽃 군락이 펼쳐집니다.

 

연분홍의 진달래와 연두색의 새싹들이 어울리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들뜬 마음이 봄의 설레임으로 충만해집니다.

 

 등뒤로는 여수에서 광양으로 연결되는 멋진 다리와 함께

광양만의 풍경이 가득 펼쳐지고요.

 

동쪽으로는 바다 건너 남해군의 풍경도 오랜 친구처럼 다가섭니다.

과거 저 해안가를 따라 남해 바래길을 걷던 추억도 떠오르네요.

(남해 바래길-1코스 : 다랭이 지겟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23)

 

바래길을 걸을 때 바다 너머 바라보이던 풍경이 바로 이곳 영취산 능선이었을텐데

마치 과거와 현재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잠시 과거의 추억속에 빠져있다가 깨어보니

눈앞에 황홀할 만큼 붉은 진달래 군락을 만나게 됩니다.

 

진달래 꽃은 한 송이 한송이 피어있는 모습도 아름답고

또 이처럼 군락으로 피어있는 풍경도 너무나 곱습니다.

 

연분홍 빛의 진달래와 함께 펼쳐지는 배경 또한

어느 것이 배경이고 어느 것이 주제인지 구분이 되지가 않을 정도로 황홀합니다.

 

이처럼 진달래 꽃을 화려한 군락으로 만났던 산은 화왕산인데

블로그 글을 찾아보니 그곳을 다녀온 것이 2007년이니 벌써 만 7년이 다 되었습니다.

(창녕 화왕산 진달래 꽃길 - 붉은 천상의 정원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0008052)

 

산은 산마다 각기 다른 고유한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꽃은 어느 산에 피든지 꽃이고

진달래 꽃도 어느 산에 피든지 진달래 꽃입니다.

 

가마봉에 가까이 다가서니 개구리 바위를 지나 정상인 진례봉까지 이어지는

영취산 진달래 꽃길에서 가장 멋진 풍경이 장엄하게 펼쳐집니다.

 

골명재에서 진달래 꽃길을 따라 30여분 올라서니 가마봉에 도착하게 됩니다.

 

가마봉 옆으로는 임도길을 걸으며 보았었던 조망데크도 만나게 되고요.

 

지나왔던 길도 무척이나 평화롭게 펼쳐집니다.

영취산은 진달래 군락이 주로 서쪽 능선에 자리하고 있네요.

 

이제 정상인 진례봉을 향해 본격적인 진달래 꽃길이 시작이 됩니다.

붉은 색으로 색칠을 한것 같은 능선을 보니 작년에 다녀왔던 진해 장복산의 진달래 능선길이 생각이 나네요.

(진해 장복산 진달래 능선길 - 봄꽃과 편백 향기 가득한 조망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91)

 

물론 장복산 진달래꽃은 이곳처럼 군락으로 이루어 지지는 않았지만

오늘처럼 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바위 능선으로 이어지는 풍경이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개구리 바위를 넘어서니 발아래 풍경은 더욱 시원하고 아늑하게 다가섭니다.

 

  진달래꽃과 소나무 숲을 따라 이어지는 능선 길이 참 이색적이네요.

붉은 색만 있었다면 길이 보이지 않았을 텐데

대비가 되는 색의 경계로 인해 길의 모습이 더욱 부각이 되는 것 같습니다.

 

보고 싶었다

많이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남겨두는 말은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입속에 남아서 그 말

꽃이 되고 향기가 되고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

 

< 나태주 - 그 말 >

 

아름다운 자연을 대하고 있으면 마치 오래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 들거나

또는 말로는 차마 하지 못했던 사랑하는 인연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련한 진달래 꽃의 향기를 음미하며 능선을 올라서니 영취산 정상인 진례봉에 도착합니다.

주차장에서 이곳 정상까지 약 5.5km에 2시간 반이 걸렸네요.

 

난간에 걸터앉아 커피 한잔을 하면서 봄꽃의 여유로움을 즐깁니다.

아~ 바다를 건너 불어오는 봄바람 또한 무척이나 감미롭네요.

 

이제 발아래 아득하게 보이는 봉우재를 향해 하산을 시작해야겠습니다.

 

내려서는 길에 잠시 도솔암을 찾기위해 돌 계단길을 따라 올라섭니다.

 

도솔암은 암자 그 자체보다는 극락전 창살에 장식이 된

부처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영취산을 오를 때는 붉은 진달래꽃이 반겨주고

내려서는 길에는 새하얀 벚꽃들이 활짝 웃는 모습처럼 인사를 하네요.

 

봉우재에 도착해서 시루봉쪽을 바라보니 새하얀 벚꽃과 연분홍의 진달래꽃이

서로 조화롭게 피어있습니다.

 

시루봉을 뒤로 하고 벚꽃 피어있는 임도를 따라 편안한 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임도 삼거리에서 편백나무 숲길을 따라 마을 방향으로 되돌아 갑니다.

그나저나 이곳 삼거리에도 이정표가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더군요.

 

소박하면서도 조용한 숲길을 따라 걸으니

화려한 봄꽃들을 만났던 흥분된 마음도 조금은 차분해지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김용택 시인의 '첫사랑'이라는 시

몇 구절을 옮기면서 영취산 꽃길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진달래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이라고 하는데

연분홍 진달래꽃으로 잠시 환장(腸)했던 행복한 시간이었네요.

 

이보게, 잊지는 말게나

산중의 진달래꽃은

해마다 새로 핀다네

거기 가보게나

삶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 꽃을 보러 깊은 산중 거기 가보게나

놀랄걸세

첫사랑 그 여자 옷 빛깔 같은

그 꽃빛에 놀랄걸세

그렇다네

인생은, 사랑은 시든 게 아니라네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우린 사랑을 잃었을 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