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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광양 매화마을 꽃길 - 매화 향기 가득한 청매실농원

by 마음풍경 2014. 3. 22.

 

광양 매화마을 꽃길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414

 

매화마을 입구 주차장 ~ 팔각정 ~ 영화촬영장(초가집) ~ 전망 언덕 ~ 전망대 ~ 대숲길 ~ 농원 ~ 주차장

(약 4km, 2시간 소요)

 

 

 광양 매화마을은 매년 3월 중순이면 홍쌍리 청매실 농원을 중심으로

수만그루의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려 주변 마을이 온통 새하얀 눈이 내린 것 같은 멋진 풍경이 펼쳐지며

특히 섬진강을 조망삼아 걷는 매화 꽃길은 봄날의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오랜만에 봄 기운이 가득한 섬진강의 강변 풍경도 보고 싶고

또 새하얀 꽃망울을 터트린 매화를 만나기 위해 매화 축제로 유명한 광양 매화마을을 찾아갑니다.

 

이곳 청매실 농원을 마지막으로 찾아온 것이 2009년이니 어느새 만 5년이 되었습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세월이 화살처럼 지나간다고 하는데 정말 빠르게 지나가네요.

(광양 청매실농원길 - 매화 꽃과 함께 봄을 거닐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67)

 

농원으로 들어서서 제일 먼저 주변 조망이 탁 트이는 팔각정에 올라봅니다.

쫓비산 능선 자락에 자리한 이곳 농원이 무척이나 아늑해 보이지요.

 

만개를 한 매화꽃들로 인해 마치 새하얀 눈꽃이 핀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이처럼 풍성한 매화를 보게되니 작년에 선암사에서 만난 다 피지 않은 매화에 대한 아쉬움도 사라지고요.

(순천 선암사 매화 꽃길 - 600년된 홍매화 향기를 찾아서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88)

 

영화 취화선과 천년학, 그리고 드라마 다모의 촬영세트로 사용된 초가집 및 기와집도 보입니다.

 

아직 매화 구경의 초입인데도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니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진 풍경을 펼쳐질까하는 설레임만 가득해집니다.

 

오늘은 이곳 팔각정을 중심으로 바라보이는 언덕을 먼저 오르고

반시계방향으로 매화 꽃길을 따라 한바퀴 돌아봐야겠습니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 매천 황현 선생의 동상을 만났습니다.

매천 선생은 이곳 광양이 고향으로 경술국치를 통탄하며 자결을 하신 조선말기의 선비이지요.

 

매화꽃은 선비들이 가장 사랑했던 꽃이라 그런지 우리의 전통과 역사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들지요.

하여 초가집 너머 보이는 매화꽃이 참 조화롭습니다.

 

그나저나 매화 꽃의 절정이 가득한 이곳에 있으니

섬진강과 봄꽃이 가장 잘 어울리는 김용택 시인의 시가 빠질수는 없겠지요.

 

하여 오늘은 김용택 시인의 봄날과 매화 꽃을 이야기한 시를 주제로 꽃길을 걷기로 합니다.

 

이 환장한 봄날의 매화꽃, 바람이라도 불어 보라지.

바람에 날리는 흰 꽃 이파리들을 보며

어찌 인생을, 사랑을, 노래하지 않고 견디겠는가.

어찌 환장하지않겠는가.

어찌 홀로 저 꽃을 견딘단 말인가.

 

 

꽃 피고 지는 일 한낱 봄날의 꿈이라네.

우리 세상사는 피었다가 지는 저 꽃같이 한순간이라네

그대들이 짊어진 그 무거운 짐들,

저 매화나무 아래에 다 부러라.

 

 

꽃잎 뜬 강물에 그대 두손에 쥔 것들 다 놓아 버리고

가난한 몸과 마음으로 서서,

매화야! 매화야! 섬진강에 피고 지는 매화야.

그렇게 한번 속으로 매화를 불러보라.

 

꽃 피고 새가 우는 이 좋은 봄날에 피고 지는 꽃 한송이 없다면

이 봄이 어찌 봄이고, 이 생이 어찌 생이겠는가.

 

<김용택 - 풍경일기_봄 중에서>

 

 

시선이 가는 곳 마다 전부 아름다운 풍경만 가득하니

이 많은 풍경을 다 담아서 블로그에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런 고생이라면 밤을 새서라도 해야겠지요.

 

매화꽃으로 가득한 꽃 터널 길을 걷다보니

따듯한 봄이 되어 온갖 생물들이 나서 자람을 뜻하는

'만화방창(萬化方暢)'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릅니다.

 

산벚꽃 흐드러진

저 산에 들어가 꼭꼭 숨어

한살림 차려 미치게 살다가

푸르름 다 가고 빈 삭정이 되면

하얀 눈 되어

그 산위에 흩날리고 싶었네

 

<김용택 - 방창>

 

 

저도 나이를 먹어가니 남은 삶은 자연으로 들어가 무언가에 미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어떤 경우에도 진리인 것 같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인내하고 비로소 방창(方暢)의 꿈을 이루는 소중한 풍경을 만나니

오늘 이곳에 머무는 동안은 세상 시름 다 잊고 보낼 수 있겠네요.

 

조망이 트이는 언덕에 올라서니 조금 전에 올랐던 팔각정도 보이고 그 뒤로 섬진강도 내려다 보입니다.

 

아~ 정말 좋습니다.

지난주에는 시원한 바다 조망이 펼쳐지는 대매물도에서 싱그러운 봄을 가득 안았었는데

오늘은 이곳 매화마을에서 봄 향기 가득한 바람을 안게되네요.

(섬을 거닐다 : 통영 대매물도 - 환상적인 매물도 해품길,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01)

 

그나저나 작년과 재작년에는 이곳에서 가까운 구례로 노란 산수유 꽃을 만나러 가서인지

그때는 봄날의 색이 온통 노란색으로 풍성했었지요.

(구례 산수유 꽃담길 - 봄을 알리는 노란 꽃의 향연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56)

(구례 현천마을 산수유 꽃길 - 숨겨두고 싶은 고운 산수유 마을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86)

 

하지만 올해의 봄은 새하얀 매화꽃으로 인해 그저 순백색으로 가득해보렵니다.

이런 멋진 계절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땅에 사는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섬진강과 저멀리 악양 형제봉이 바라보이는 언덕에 올라서니

섬진강변 새벽 안개와 강가를 따라 하루 종일 걸었던 추억도 아스라하게 떠오릅니다.

(섬진강 새벽 안개와 이른 벚꽃 풍경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68)

(박경리 토지길(1) - 악양 최참판댁과 화개장터를 이어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49)

 

추억을 더듬어보니 저도 한때 산과 길걷기에 빠져서 살던 때가 있었네요. ㅎ

꽃산을 찾고 단풍 길을 찾고 또 눈 내린 산을 찾아가던 시절이...

그래서인지 봄날이 오면 애틋하게 느껴지는 그 시절이 더욱 더 그립게만 다가옵니다.

 

오늘도 나는 당신 속에 저뭅니다.

당신을 찾아 나선 이 화창한 긴긴 봄날

긴긴 해 다 질 때까지 당신을 찾아갑니다.

 

 

당신을 찾아가는 길이 멀고 험할지라도

물 막히면 물 건너고 산 막히면 산 넘듯,

당신 늘 꽃펴 있다는 그리움 하나로 이겨 갑니다.

 

 

가다가가다가 해 저물면

산 하나 되어 산속에 깃들었다가

해 떠오면 힘 내어 갑니다.

 

 

당신 만나 환히 꽃필 저기 저 남산은

꽃 없는 쓸쓸한 산이 아니라

해 맑은 해 어디나 돋는 나라,

 

 

눈 주면 늘 거기 꽃피는 당신 찾아

오늘도 지친 이 몸 당신 찾아가다가

저녁 연기 오르는 마을 저문 산속에 산 되어 깃듭니다.

 

<김용택 - 꽃산 찾아가는 길>

 

 

과거에 왔을 때는 떨어진 매화 꽃잎이 길에 수북했었는데

오늘은 가지 가지 마다 마치 팝콘처럼 매달린 매화꽃으로 풍성합니다.

 

손을 마주잡고 꽃 터널 길을 걷는 연인의 뒷모습도 마냥 행복해보이네요.

하긴 이런 꽃 세상속에서는 저절로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것 같습니다.

 

조망처에 가기위해 능선 길을 휘돌아 걸으니 형제봉도 가깝게만 다가서고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의 모습도 참 아늑해 보입니다.

 

조금 있으면 이제 연분홍으로 기슴 설레이는 진달래도 이산 저산 가득 피겠지요.

다가오는 4월에는 진달래 찾아 남녁에 있는 산으로 가야겠습니다.

 

매화의 향기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이곳 농장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전망대인지라

농장 전체가 한눈에 바라보입니다.

 

매화 꽃 사이로 이어지는 꽃길의 곡선미도 참 아름답게 다가오고요.

 

섬진강을 따라 불어오는 봄내음 가득한 바람은 어찌나 명랑하든지

한마리 새가 되어 가볍게 날아가고픈 마음이 듭니다.

 

아~ 오늘도 감탄사만 연발하게 되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시간입니다.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풍경은 다른 미사여구가 필요치 않고

그저 묵묵히 아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만이 필요한 것 같네요.

 

매화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날리는 봄날에

섬진강 강가에 서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보았는지,

사람 사는 일이 대관절 그 무엇이기에,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살면

몇백년을 산다고 그리 부질없는 몸짓들을 하는지

 

<김용택 - 풍경일기_봄 중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 좋은 곳이라는 어느 시인의 글처럼

섬진강변 어느 조용한 곳에 머물며 남은 여생을 살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해집니다.

 

죽음이 아픈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때문이라고 하는데

이처럼 아름다운 곳에 산다면 그 이별마저도 행복일 것 같네요.

 

조망처를 내려서니 이곳 농장의 명소 중 하나인 왕대숲길이 나옵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의 촬영 장소이기도 하고요.

 

봄날의 햇살을 받으며 푸른 대나무와 홍매화

그리고 순백색의 꽃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참 조화롭습니다.

 

정말 오늘은 카메라 렌즈로 보이는 풍경 하나 하나가 다 버릴 수 없는 아름다운 사진이 되네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합니다.

하여 지금은 내 눈앞에 펼쳐지는 이 황홀한 순간만을 즐기고 싶네요.

 

청매실 농원의 장독대가 보이는 것을 보니 이제 종착점도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 2년 연속 봄날에 만났던 인연으로 인해

노랗게 피어있는 산수유 꽃은 그저 반가운 친구가 된 것 같습니다.

 

왕대나무로 울창한 대나무 숲길로 들어섭니다.

걷는 내내 햇살을 받았는데 잠시 햇살을 피해 보는 것도 좋겠지요.

 

그리고 대나무숲을 빠져나와 장독대가 펼쳐지는 농장 앞 마당으로 나섭니다.

 

그늘을 빠져나와서인지 하늘은 더욱 푸르고 구름은 더욱 새하얗게 보입니다.

 

주변에는 매실고추장으로 비벼 먹는 비빔밥과 큼직한 파전도 팔지요.

 

저도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디저트로 맛난 매실 아이스 크림 하나 사먹었습니다.

과거 장사도에서 바다 조망을 바라보며 먹던 뽕잎 아이스 크림이 생각이 나더군요.

그때는 바다가 배경이었는데 오늘은 먼산과 장독대가 배경이 됩니다.

(섬을 거닐다 : 통영 장사도 -  동백에 물든 까멜리아 문화해상공원,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80)

 

코끝에는 매화의 향기가 감미롭고 혀끝에는 매화의 새콤함이 가득합니다.

 

이제 아쉽지만 곱디 고운 매화 꽃을 등뒤로 하고 청매실 농원을 빠져나갑니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간 길은

별의 길을 따라 걸어간 길뿐이다

별의 골목길에 부는 바람에 모자를 날리고

그 모자를 주우려고 달려가다가

어둠에 걸려 몇번 넘어졌을 뿐이다

 

 

때로는 길가에 흩어진

내 발에 맞지 않는

신발 몇켤레 주워 신고 가다가

별의 길가에 잠시 의자가 되어 앉아 있었을 뿐이다

 

 

그래도 어두운 별의 길가에서 당신을 만나

잠시 당신과 함께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어 감사하다

이별이라는 별이 빛나기 위해서는

밤하늘이라는 만남의 어둠이 있어야 했을 뿐

 

 

오늘도 나는 돌아갈 수 없는 별의 길 끝에 서서

이제는 도요새가 되어 날아간

날아가다가 잠시 나를 뒤돌아본 당신의

별의 길을 걷는다.

 

<정호승 - 별의 길>

 

 

오늘 청매실농원에서 보낸 것은 고작 2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황홀한 매화 꽃길을 따라 향긋한 매화 향기를 맡으며 한없이 행복했습니다.

물론 이곳에서 맺은 인연도 시간이 흐르면 아득한 기억으로 남겠지만

먼 훗날 다시 꺼내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것 같네요.

앞으로의 삶도 늘 오늘 같은 만화방창한 고운 봄날만 계속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