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갑산 솔바람길
충남 청양군 대치면
칠갑산장 ~ 자비정 ~ 칠갑산 정상 ~
자비정 ~ 칠갑산장
(6km, 1시간 40분 소요)
충남 알프스로 불리는 칠갑산은
일곱 가닥 능선이 사방으로 펼쳐져
탁 트인 조망이 시원한 산입니다.
칠갑산장에서 칠갑산 정상에
이르는 3km의 솔바람길은
아득한 숲길을 따라 편안하게
산행을 할 수 있는 산책길입니다.
칠갑산은 참 오랜만에
찾아보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장곡사나 천장호가 아니고
칠갑산장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언제인지 생각나지 않네요.
산장 입구에서 산길로 들어서니
칠갑산 천문대도 생기고
참 많이 변한것 같습니다.
칠갑산을 유명산으로 만든 것은
"콩밭매는 아낙네야~"로 시작하는
주병선의 칠갑산이라는 노래지요.
가는 길에도 멋진 조각과 함께
노래비를 만날 수가 있습니다.
칠갑산이 있는 청양은
구기자와 고추로 유명한데
왜 하필 콩밭이었는지.
그 이유때문인지 칠갑산 주변에
대규모 콩밭을 조성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 것 같네요.
칠갑산 천문대에도 KBS 1박 2일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있네요.
칠갑산은 오늘 걷는 산장로부터
장곡사에서 이어지는 사찰로,
칠갑산 자연휴양림에서 이어지는 휴양로,
지천구곡에서 이어지는 지천로,
장곡리 장승공원에서 이어지는 장곡로,
천장호수에서 이어지는 천장로,
그리고 도림리까지 이어지는 도림로 등
모두 7개의 능선 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에서 칠갑산 솔바람길이라고
이름한 산장로가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좋은 길이지요.
길가에 벚나무들이 많아서
벚꽃피는 봄에 오면 좋습니다.
칠갑산은 정상에서 이어지는 7개 능선에
장수가 나올만한 명당이 7개가 있다는데
각 능선 마다 어디에 그 명당이
숨어있는지 찾아보고 싶네요.
숲에서 들려오는 명랑한 새소리는
발걸음을 가볍고 경쾌하게 해줍니다.
자비정이라는 이름의 정자에 도착합니다.
주차장에서 대략 2km로
산행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곳까지 왔다가 돌아가지요.
그래도 왕복 4km이니
10리길을 걷게 되는 것이고요.
사람들은 힘들고 무거운 것들을 잊기위해
힘든 산길을 오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때론 편안한 길을 통해서도
마음속에 여유를 더 많이
담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막 잎 피어나는
푸른 나무 아래 지나면
왜 이렇게 그대가 보고 싶고
그리운지
작은 실가지에 바람이라도 불면
왜 이렇게 나는
그대에게 가 닿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지
생각에서 돌아서면
다시 생각나고
암만 그대 떠올려도
목이 마르는
이 푸르러지는 나무 아래
< 김용택 - 푸른나무1 >
소나무 향기 가득한 숲길을
고운 시 한편 떠올리면 걷다보니
칠갑산 정상 입구에 도착합니다.
과거에는 밧줄을 잡고간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나무계단이 설치가 되어
편하게 오를 수가 있네요.
너른 공터와 같은 정상에 있는
산행객 모습이 조각상처럼 보입니다.
산장 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3km에
아주 편안한 발걸음으로
약 1시간이 소요가 되었습니다.
칠갑산장이 높이가 약 300m이고
정상이 561m이니
표고차가 260m 밖에는 되지 않으니
참 편안한 산길이네요.
칠갑산은 1973년에 충남 도립공원으로 지정되고
백제시대에는 사비성 정북방의 진산으로
제천의식을 행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만물생성의 7대 근원인
七 자와 싹이 난다는 뜻의 甲자로
생명의 시원 칠갑산으로 경칭하여 왔고요.
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깨끗한 조망을 만나지 못하지만
삼형제봉 능선을 따라 아늑하게 이어지는
풍경만으로도 이곳을 오른 보람이 되네요.
정상에서 잠시 쉬다가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지요.
내려가는 길은 올라왔던 길이 아닌
옆으로 난 밧줄길을 따라 갑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렇지만
같은 길이라고 해도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길이 됩니다.
그리고 나의 시선이 다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 또한 늘 명심해야 하고요.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어졌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
생활비 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
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은 상실했다.
세상은 풍요롭다는데 왜 살기는
더 팍팍하고 힘들기만 하는지
다시금 곰곰히 씹어봐도
제프딕슨의 우리 시대의 역설
(The paradox of our time)은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고
무엇을 잊고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글귀인것 같습니다.
다시 조각상이 있는
입구로 되돌아 왔습니다.
왕복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산책과 같은 산행이었지만
마음속에 가득 담겨져 있는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여유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이 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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