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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영암 월출산 종주길 - 쓸쓸한 겨울산에서 영화 변호인을 떠올리다.

by 마음풍경 2013. 12. 22.

 

월출산 종주길

 

전남 영암군

 

 

천황사 주차장 ~ 구름다리 ~ 천황봉(809m) ~

바람재 ~ 구정봉 ~ 미왕재 ~ 도갑사

(약 10km, 6시간 소요)

 

 

월출산은 높이가 천미터도 되지 않고 넓이도

지리산의 1/10에 불과하지만 너른 평야 위에

우뚝 솟아있는 산 전체가

마치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기암괴석이 많아 남도의 소금강이라 불리우며

난대림과 온대림이 혼생하고 있는 등 

자연 생태 가치가 커서 1988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산입니다.

 

 

월출산은 북쪽인 영암에서 보면

평지에 홀로 우뚝하게 돌출된 돌산이고

남쪽인 강진에서 보면

넉넉한 육산의 모양을 지니고 있지요.

저도 과거에 산행을 많이 할 때는

자주 찾은 산이기도 하며

특히 2010년에 정약용의 남도 유배길을

걸으며 찾아왔던 곳입니다.

(정약용의 남도 유배길-(3)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23)

 

다산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를 가다가 월출산을 보며

그 모습이 마치 도봉산을 닮아서 애틋한 시를 한편 남겼다고 합니다.

 

누리령 산봉우리는 바위가 우뚝

나그네 뿌린 눈물로 언제나 젖어 있네

월남리로 고개 돌려 월출산을 보지 말게

봉우리 봉우리마다 어쩌면 그리도 도봉산 같은지..

 

 

웅장한 암릉 풍경을 배경삼아 산길과 계단 길을

연이어 오르니 어느새 구름다리가 머리위에 펼쳐집니다.

월출산 구름 다리는 지상 120m 높이에

길이가 52m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구름다리로

물론 대둔산, 청량산, 강천산 등에도 구름다리는 있지만

 국립공원에서는 유일한 구름다리이지요.

 

산행을 한지 약 1시간만에 구름 다리에 도착합니다.

한 겨울에는 사자봉으로는 출입이 통제가 되어 이곳 다리에서

바람 계곡 방향으로 가야 정상을 오를 수 있습니다.

 

월출산은 백악기말에 생성된 화강암이 굳어서 이루어진 산으로

산 전체가 하나의 화강암 덩어리라고 할수 있겠지요.

특히 너른 평야에 거대한 바위가 우뚝하게 서있는 풍경은

더욱 이색적이고 경이로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장군봉 능선 아래로는

영암 개신리의 시골 마을도 한눈에 펼쳐집니다.

사방 팔방이 탁 트여있어서 이처럼 멋진 조망은

월출산 산행의 보너스라 할 수 있겠지요.

 

 월출산은 멀리서 바라보면 그

저 단순히 멋진 암릉 산처럼 보이지만 

이속에 들어와 있으니 묘한 산 기운과 함께

암릉의 거대함이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가파른 길을 오르면 오를 수록 고생에 대한 보답이라고 하는 듯

감탄의 소리가 저절로 나는 조망은 더욱 장대하게 펼쳐지네요.

 

푸석하게 말라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억새의 황량함을 보니 

가벼워야 혹독한 겨울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연의 이치를 떠올리게 됩니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흔들림을 낳고

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두려움을 낳고

더 갖고 싶은 마음이 죄를 낳는다.

 

어느 잡지에서 만난 글인데 읽으면 읽을 수록 가슴에 와 닿는 글이네요.

자연의 아름다운 공간 속에 머물면서 비움과 채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주변 평야지대의 모습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주변 봉우리의 정취가 마치 설악산을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시간입니다.

 

경포대 삼거리와 통천문을 지나니 월출산 정상인 천황봉에 도착합니다.

점심 시간을 포함해서 약 3시간이 소요가 되었네요.

 

정상에서 잠시 쉬는데 새 한마리가 날아가지 않고 저를 반겨주는데

문득 지난 겨울 울산바위 정상에서 만난 새가 생각이 나네요.

(설악산 울산바위 조망길 - 새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74)

그나저나 요즘은 숲과 나무가 더욱 울창해져서인지

과거에 비해 산길이나 숲길을 걸을 때 새소리가 더욱 풍성해진것 같습니다.

 

천황봉 정상을 내려서서 구정봉 방향으로 길을 이어가는데

마치 흔들바위 같은 재미난 모습의 바위도 만납니다.

 

생각하지 않았던 귀엽고 소박한 눈꽃 풍경도 보게 되고요.

겨울 산행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자연의 고운 모습이겠지요.

 

바람재를 지나 구정봉 능선으로 오르니 지나온 길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천황봉으로 오를 때는 계속 가파른 길만 오르다

 또 가파른 길만 내려갈 것 같았는데

이처럼 아늑하게 이어지는 능선 길도 있네요.

 

구정봉과 향로봉 주변에는 아기자기 하면서도

멋진 바위들이 마치 수석 전시장처럼 보이고요.

 

가는 길에 금수굴이라도 불리는

묘한 형상의 베틀굴도 잠시 들어가 봅니다.

 

굴을 지나 구정봉에 도착합니다.

그 이름처럼 정상 주변에 9개의 웅덩이가 있으며

물의 침식과 풍화 작용에 의한 일종의 풍화혈이라고 하네요.

 

월출산 정상인 천황봉보다 이곳 구정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월출산에서는 가장 최고인것 같습니다.

 

무심한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최근에 보았던 송강호 주연의 "변호인"이라는 영화가 생각이 납니다.

바보 대통령이라고 불리었던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한 작품으로

지금까지 내가 본 수많은 영화 중에서 마지막 장면이

가장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인것 같습니다.

 

정치적인 이해 관계를 떠나 가장 사람 냄새가 났던 유일한 대통령이 아니었나 싶고

몇년전 추운 겨울에 가보았던 봉하마을 길도 새삼 그립습니다.

(김해 봉하산 숲길 - 대통령의 길을 따라 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98)

 

그 나라의 대통령 수준이 그 나라의 국민의 수준이지요.

너무 일찍 당신을 가졌나봅니다. 우리에겐 사치였어요!

한때나마 사치롭게 대한민국에 살았던 그 때를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인터넷 영화 포탈 리뷰 댓글 중에서 참 가슴을 저리게 하는 글입니다.

내가 사는 지금 이 세상이 참 무섭고 두렵기만 하지만

그래도 같은 상식과 생각을 지닌 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네요.

 

누런 미왕재 억새밭도 지나고 오늘 산행의 종착지인 도갑사에 도착합니다.

 

겨울 쓸쓸함이 가득 배여있는 월출산의 모습이

마치 그분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변호인'이라는 영화가 머리속을 계속 맴돌고

먹먹하고 화나게 만드는 대사들도 떠오릅니다.

끝으로 영화 평론가인 달시 파켓(Darcy Paquet)의

"변호인" 에 대한 평론 글을 일부 옮기며

월출산 종주 산행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이 영화를 인정하게 된 한 가지 점은 바로 이상주의적 에너지이다.

주인공에서 일어나는 주요한 변화는 이상주의 정신의 발전이다.

이상주의는 무엇이 선하고 악한지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선한 것을 기꺼이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정치적 스펙트럼의 좌냐, 우냐가 아니다.

이상주의자들은 최소로만 저항하기보다는 개인적 기회를 포기하거나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한다.

그것은 행동뿐만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변화에 대한 희망이 없을 때에도

이상주의는 ‘권력에 대해 진실을 말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