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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통영 대매물도 - 환상적인 매물도 해품길

by 마음풍경 2014. 3. 16.

 

대매물도

 

- 매물도 해품길 -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당금마을 ~ 해금강 전망대 ~ 매물분교 ~

파고라 쉼터(당금마을 전망대) ~ 장군봉(210m) ~

등대섬 전망대 ~ 꼬돌개 오솔길 ~ 대항마을

(약 6.5km, 3시간 소요)

 

 

대매물도는 매물도(每勿島)에서 가장 큰 섬으로

바다 건너편으로 등대섬으로 유명한 소매물도가 바라보이며

특히 마을 돌담길, 언덕 초원길, 바닷가 벼랑길, 솔숲길, 동백꽃 길 등

다양한 느낌이 이어지는 매물도 해품길은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과 함께 살랑 살랑거리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봄이 오는 길목에서 걸으면 참 황홀한 시간이 됩니다.

 

 

매년 봄이 오면 남녁에 부는 봄 바람을

맞이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데

올해는 통영 앞바다에 있는

대매물도를 찾아서 길을 나섭니다.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 정호승 시인의 '여행' 중에서>

 

오늘은 평소 가지고 다니던 카메라 가방에

더해서 망원렌즈를 담은 작은 가방과

섬 여행의 테마와 같은 사진을

표지로 담은 시집이 함께 합니다.

여행이란 기실 찾아가는 목적지뿐만 아니라

오가는 길 또한 여행의 일부이기에

시집은 그 시간을 함께할 참 좋은 벗이 되고

시집에 나온 시들이

오늘 여행의 주제가 되기도 하지요.

 

통영으로 가는 시외버스안에서

덕유산 능선너머로 떠오르는 아침 일출도 맞이하게 됩니다.

 

과거 통영 앞바다에 떠있는 섬 산행을 위해

자주 찾았던 통영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눈에 띄네요.

 

개찰을 하고 선착장으로 나서니 오늘 비진도와 소매물도를 거쳐

대매물도 당금마을까지 타고갈 배인 한솔1호가 보입니다.

평소에는 7시, 11시, 2시 30분 하루 3차례 운행을 하고

소매물도에서 돌아오는 시간은 8:35, 12:40, 4:28이며

편도로 약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립니다.

물론 주말에는 증편이 되어 9:30, 12:30에도 운항이 하고요.

(한솔해운 : http://hshaewoon.co.kr)

또한 거제 저구항에서도 다니는 배가 있으며

 배 시간이 30분정도로 짧습니다.

 

11시에 배는 여행객을 태우고 섬을 향해 나아갑니다.

건너편으로는 벽화로 유명한 동피랑 마을과

남망산 조각공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저곳을 다녀온지도 벌써 만 5년이 다 되어 가네요.

(희망의 꿈을 꾸는 동피랑 마을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93)

(비오는 남망산 공원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90)

 

통영 미륵도의 정상인 미륵산의 모습과 함께

통영의 관광 명물이 된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건물도 보입니다.

저곳 또한 과거 사량도 여행을 하고

통영으로 돌아온 길에 가보았던 곳이지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시원한 미륵산 조망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97)

 

바다에는 갈매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 것처럼

흘러간 여행에는 애틋한 추억이라는 그림자가 가득 스며있는 것 같습니다.

 

 제일 먼저 도착한 이곳 비진도 또한 지난 섬여행의 추억이 담겨져 있는 곳이네요.

(섬을 거닐다 : 비진도 - 호리병 형태의 독특한 섬(비진도 산호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56)

 

비진도는 작은 섬 2개가 가느다란 해안선으로

이어져있는 호리병 모양의 섬입니다.

하여 이처럼 독특한 해안 풍경을 만날 수가 있지요.

 

또한 비진도는 아주 멋진 해안 풍경을 가득 담고 있는 섬이라

소매물도를 가면서 바라보이는 모습은 늘 감탄을 자아내게 하지요.

 

벌써 이곳 비진도 해안 절벽을 지난것이 오늘로 세번째이지만

자연은 보고 또 보아도 늘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바닷 바람은 제법 세차지만 가방에서

여행 시집을 펼쳐 눈에 들어오는 시 한편 읽어봅니다.

 

너는 왜 떠날 생각을 하지 않니

언제까지 여기에 머물려고 그러니

이곳은 더이상 머물 곳이 아니야

어머니는 떠나시려고 하는데

아버지는 이미 떠나셨는데

 

 

너는 도대체 누굴 만나려고

머뭇거리고만 있는 거니

그동안 내가 무거웠다면

얼마든지 가벼워질 수 있어

 

 

떠나가는 동안에 가끔 노래도 부르고

배고프면 컵라면 하나 사 먹고

잠시 풀잎 위에 머무는 바람이 되면 돼

 

 

그동안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내 너를 위해 떠났지만

이젠 네가 나를 위해 떠나야 할 때야

제발 나를 이곳에 처박아두지 말아줘

떠나지 않으면 여행이 아니야.

 

< 정호승 - 여행가방 >

 

떠나지 않으면 여행이 아니라는 구절이 가슴에 가득 메아리 칩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여행과 떠남의 의미가...

 

음료 CF로 알려진 소지도 등 점점이 떠있는

섬 풍경을 따라 1시간 30여분 가까이 배를 타고 오니

부산 오륙도를 닮은 가익도와 함께

오늘 가야할 대매물도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가익도는 부산 오륙도처럼 보는 방향에 따라

오륙도가 되기도 하고 이처럼 세개의 섬(삼여)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11시에 배는 먼저 소매물도를 들른 다음에 매물도로 갑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소매물도에서 내리고

통영으로 갈 사람들을 다시 태웁니다.

과거에 자주 왔던 곳이라 그런지

선착장의 풍경이 무척이나 익숙하네요.

(섬을 거닐다 : 소매물도 - 등대섬 그리고 남매바위 가는 길,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57)

 

이제 배는 다시 뱃머리를 돌려

바다 건너편에 있는 대매물도로 향합니다.

대매물도는 통영에서 남서쪽으로 약 26km 떨어져 있으며

2개 마을에서 30여명의 주민이 생활하고 있고요.

 

배는 대매물도 대항마을을 거쳐 이곳 당금마을에 1시경에 도착합니다.

소매물도를 거쳐서 오니 거의 2시간이 소요가 되었네요.

 

당금마을은 원래 중국의 비단처럼

자연경관이 수려하다고 해서 당금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머물수록 매물도라는 단어가 인상적이네요.

 

마을 선착장에서는 '바다를 품은 여인'이라는 조각상이 있는데

작은 어촌에서는 조금 이색적인 풍경이네요.

 

매물도 건너편으로는 거대한 바위 모양을 한 어유도가 있어서

더욱 독특한 바다 풍경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제 이 화살표 길을 따라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중

하나인 매물도 해품길을 시작합니다.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길의 테마는 동네 돌담길입니다.

 

그리고 마을을 벗어나 발전소를 지나 작은 언덕으로 올라서니

해금강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해금강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거제 해금강 방면으로 큰섬, 작은섬 등

여러 작은 섬들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만들어 줍니다.

 

하늘은 맑지만 주변 조망은 조금 희뿌해서인지

바다에 떠있는 섬들의 모습이 더욱 신비롭게만 보이네요.

 

 마을너머 해안가에는 작은 규모지만 몽돌 해변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름에 이곳에서 거제 풍광을 바라보며 피서를 해도 참 좋을 것 같네요.

 

지금은 폐교가 된 한산초등학교 매물 분교를 지나갑니다.

 

조금전 해금강 전망대는 몸을 푸는 단계였다면

매물도 해품길이라는 이름이 있는 이 게이트에서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이 됩니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바다 조망을 함께하며 걷는 해안 길이 정말 좋네요.

 

뒤돌아본 풍경은 마치 가거도의 섬등반도를 보는듯 합니다.

(섬을 거닐다 : 신안 가거도 ② - 섬등반도와 동개해수욕장,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84)

 

 멀리 거제 망산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몽돌 해변에서 만들어진 옥구슬같은 파도 소리는 어찌나 고운지

이곳 섬에 머문지가 채 30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황홀해집니다.

 

주변의 작은 섬들이 친구인양 마치 옹기종기 모여서

노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작은 언덕 풍경도 참 아름답습니다.

 

내가 당신을 만나

당신의 내가 되듯

당신이 나를 만나

나의 당신이 되듯

 

아늑함과 고요함을 가득담은 바다를 보고 있으니

나와 바다인 당신이 마치 하나인듯

정호승 시인의 시 한구절이 저절로 떠올려집니다.

 

가는 길에 툭 하고 떨어져 있는 붉디 붉은 동백꽃 한송이...

아! 황홀한 섬 풍경에 빠져서 잠시 잊고 있었네요.

오늘 섬을 찾은 이유중 하나인 동백꽃을 보러왔다는 사실을... ㅎ

 

 아름다운 섬 풍경과 동백꽃을 한 프레임에 담아봅니다.

참 좋습니다. 더이상 무슨 미사여구가 필요하겠습니까. 

 

제법 가파른 길을 올라서니 파고라가 있는 쉼터에 도착합니다.

 

파고라 틀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그대로 한폭의 그림이 되지요.

 

이곳에서 조금 늦은 점심을 하게됩니다.

통영 여객선 건너편 식당에서 산 충무 김밥이네요.

시장이 반찬이라고 무척이나 맛나서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자연이 주는 최고의 조망을 친구삼아 먹는

소박한 점심이지만 여느 황제의 식탁이 부럽지 않습니다.

 

망원렌즈로 보니 어유도 바위 능선너머로

장사도의 모습도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최근에 종료한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 촬영지로 아주 유명하게 된 섬이지요.

물론 제가 쓴 장사도 글이 Daum의 '많이 본 글'로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찾아주었고요.

(섬을 거닐다 : 통영 장사도 -  동백에 물든 까멜리아 문화해상공원,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80)

 

창문은 닫으면 창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은 닫으면 문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이 창이 되기 위해서는

창과 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창문이

닫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다

 

 

지금까지는

창문을 꼭 닫아야만 밤이 오는 줄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창문을 열었기 때문에

밤하늘에 별이 빛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제 창문을 연다

당신을 향해 창문을 열고 별을 바라본다

창문을 열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 정호승 - 창문 >

 

 

세상을 살다보면 마음의 문을 닫고 살기도 어렵고

또 문을 열고 살기도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되고

늘 어중간한 위치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고독하고 싶어 혼자 섬을 찾아다녀도 어느 시인의 글처럼

그 섬이 때로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요.

 

식사를 하고 또 시 한편을 읽으며 잠시 휴식도 취하고 나서

다시 장군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장군봉 자락으로 이어지는 바위의 모습이

마치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할아버지 얼굴의 옆모습처럼 보이네요.

 

 가던 길을 잠시 뒤돌아보니 저 멋진 곳에

내가 머물렀었구나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나중에 이 세상을 떠날 때 나의 뒷 모습도

이처럼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애구 이곳 능선만 오르면 바로 장군봉인줄 알았는데

그 다음 고개를 하나 더 넘어야 장군봉에 도달할 수가 있네요.

 

대매물도는 그다지 크지 않은 섬인데도

2개의 봉우리가 고개를 통해 이어지는 섬입니다.

발아래로는 오늘 섬여행의 종착점인 대항마을도 바라보이네요.

 

다시 동백꽃이 만개한 동백숲길을 지나갑니다.

숲이 무성해서인지 재잘거리는 새소리도 무척이나 풍성하네요.

또한 대매물도는 섬휘파람새의 서식지로도

유명한데 아마도 그 새의 소리인가 봅니다.

 

그리고 동백숲을 빠져나가 갈림길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바로 마을로 갈 수도 있고 장군봉으로 오를 수도 있습니다.

 

장군봉에 가기 전에 먼저 어유도 전망대에 올라

다시 한번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 조망을 감상합니다.

바다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에서 야릇한 봄의 향기가 가득 느껴지네요.

 

갈림길에서 오르락을 조금 오르니 대매물도의 정상인 장군봉에 도착합니다.

당금마을에서 이곳까지 3.5km에 1시간 30분이 걸린것 같습니다.

  

장군봉은 대매물도에서 가장 높은 산(210m)으로

장군이 군마를 타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일제시대에 일본군이 포진지로

구축한 여섯개의 동굴이 남아있다고 하고요.

 

정상에는 '비상'이라는 이름의 작품이 설치가 되어있습니다.

매물도가 예술로 꿈꾸는 인연의 섬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 하네요.

 

 장군봉 정상에 올라서니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모습이 온전히 다가옵니다.

오늘은 해가 역광이라 조금 풍경이 덜하지만

오전에 오면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또한 이곳에서 소매물도를 배경으로 일몰을 본다면 정말 환상적일것 같네요.

 

그나저나 대매물도와의 인연의 시초는 소매물도였습니다.

그곳 해안길을 걸으면서 바다 건너 보이는 저 멋진 섬을 꼭 가봐야지 했고요.

 

발아래로 펼쳐지는 멋진 수직 바위와

출렁거리는 파도의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 했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혼자여도 외롭지 않고

혼자이기에 차라리 더 행복한 마음입니다.

 

이제 소매물도를 바라보며 편안한 하산길을 걷습니다.

길 주변에 억새밭이 많아서 가을에 와도 참 좋을 것 같네요.

 

걷는 내내 소매물도뿐만 아니라 가익도와

저 멀리 소지도가 한눈에 담겨지는 바다 풍경을 보며 걷습니다.

 

소매물도가 가깝게 바라보이는 등대섬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이곳에 서있으니 마치 거제 내도에서 외도를 바라보는 듯한 착각이 드네요.

(섬을 거닐다 : 거제 내도 -  동백꽃따라 걷는 신선전망대 길,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48)

 

등대섬 전망대를 지나니 다시 익숙한 대매물도의 서편 풍경이 펼쳐집니다.

 

올해는 겨울이 포근해서인지 작년보다 동백꽃이 빨리 피고 진것 같습니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들을 한곳에 모아보았네요.

과거 지심도 어느 민박집에서 만난 풍경이 떠오릅니다.

(섬을 거닐다 : 거제 지심도 - 붉은 동백꽃 가득한 섬,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64)

 

우거진 동백숲을 지나고 나니 다시 푸른 하늘이 펼쳐집니다.

조금 전에 다녀온 등대섬 조망대도 저 먼발치에 있고요.

 

바다 조망을 바라보며 시집을 꺼내 다시 시 한편을 읊조려봅니다.

 

등대는 바다가 아니다

등대는 바다를 밝힐 뿐

바다가 되어야 하는 이는

당신이다.

 

  

오늘도 당신은 멀리 배를 타고 나아가

그만 바다에 길을 빠뜨린다

길을 빠뜨린 지점을

뱃전에다 새기고 돌아와

결국 길을 찾지 못하고

어두운 방파제 끝

무인 등대의 가슴에 기대어 운다

 

 

울지마라

등대는 길이 아니다

등대는 길 잃은 길을 밝힐 뿐

길이 되어야 하는 이는 오직

당신이다

 

< 정호승 - 무인등대>

 

 

매물도 해품길은 바쁜 발걸음으로 걷는 길이 아니고

이처럼 넉넉한 바다 조망터에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오래 오래 쉬는 길인것 같습니다.

 

바다 조망과 동백숲이 번갈아 이어지는

매력 또한 이곳만의 아름다움인것 같고요.

 

이제 해넘이 명소로 불리는 꼬돌개 오솔길을 걷습니다.

대매물도 해품길 중 가장 편안하고 여유로운 길이기도 하지요.

 

다만 눈물나게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이 길에는 아픈 이야기도 있습니다.

 

200년전 매물도 초기 정착민들이 흉년과 괴질로

한꺼번에 꼬돌아졌다(고꾸라졌다의 방언)고 해서

붙여진 고개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제 대항마을도 가깝게 보이는데

왠지 그 종착점이 다가오는 것이 아쉽기만 하네요.

 

 장군봉 아래 후박나무 군락지 풍경도 참 풍성하지요.

대매물도는 시선 가는 곳 하나 하나 그냥 버릴 것이 없습니다.

 

대항 마을에는 폐가로 버려진 집들이 무척이나 많던데

이곳의 소망처럼 예술로 재탄생하는

아름답고 멋진 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다 백리길의 푸른 화살표가 보이는 것을 보니

종착점에 거의 도착한것 같습니다.

 

4시 조금 지나자 당금마을을 거쳐

대항마을로 통영행 배가 들어옵니다.

 비록 이곳에 잠시 머물기 위해 버스로 5시간

배로 4시간 등 10여시간이 필요했지만

오늘 대매물도에서의 3시간은 참 값지고 행복하고

또한 환상적인 시간이었던 것 같네요.

마치 여러 다양한 섬을 한꺼번에 맛본 것 같은

섬 종합선물세트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끝으로 걷는 길 내내 마음속에 함께 했던

정호승 시인의 '여행' 시집에 대한 해설 중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어서 옮겨봅니다.

 

"사랑한다는 것의 인내와 사랑한다는 것의 기다림과

사랑한다는 것의 분노를 포함한 아름다움"

 

사랑에 담겨진 인내, 기다림, 그리고 분노.

늘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아름다움에는 그만큼의 진실함과 애절함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