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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안성 서운산 숲길 - 천년고찰 청룡사에서 탕흉대를 잇다.

by 마음풍경 2014. 6. 1.

 

 

서운산(瑞雲山)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청룡사 주차장 ~ 청룡사 ~ 은적암 ~ 정상 ~ 탕흉대 ~ 좌성사 ~ 주차장

(약 8.5km, 4시간 소요)

 

 

서운산(547m)은 경기도와 충북 그리고 충남 등 3개 도의 분수령을 이루는 차령산맥의 주봉이며

안성 및 천안 일대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육산으로

천년 고찰인 청룡사와 은적암 암자길을 따라 이어지는 단풍나무 숲이 무척이나 울창하고 

또한 산길이지만 마치 숲속 산책길처럼 편하여 가족과 함께 산행하기에 좋은 산입니다.

 

 

오늘은 혼자 걷는 산행이 아니라 오래만에 반가운 분들과 함께 하는 산행입니다.

하여 서울과 대전의 중간 지점인 안성 서운산을 산행지로 하였고요.

청룡저수지를 지나 청룡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청룡사를 향해 마을 길을 걷는데

 마을 입구에서 청룡사의 건립연대, 변천과정이 적혀있는 청룡사 사적비를 만나게 됩니다.

물론 비문은 오래되어 글을 읽을 수는 없지만 이 사적비를 통해 청룡사 사찰의 중요성을 알 수 있게 되네요.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사적비 옆에 있는 시계탑입니다.

아마도 이곳 출신 분이 기증한 것 같은데 요즘은 보기 드문 디자인이라 더욱 눈길이 가네요.

 

서운산 등산로는 보통 오늘 걷는 청룡사에서 시작하지만

석남사나 배티고개 그리고 포도 박물관에서도 시작하는 다양한 등산로가 있습니다.

 

마을 길을 따라 조금 걸어올라가니 천년 사찰인 청룡사 앞에 도착합니다.

오래된 사찰은 주변에 자라고 있는 나무의 위용을 통해서도 그 역사를 짐작할 수가 있지요.

 

청룡사는 고려 원종 6년(1265년)에 명본국사가 대장암으로 창건하였고

그후 공민왕 13년(1394년)에 나옹선사가 이 산을 지나면서 지혜의 해와 자비의 구름이 광채를 내여

이곳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는데, 꽃비가 내리고 상서로운 구름이 일면서 용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절을 중창하여

산 이름을 서운산이라 하고 절 이름은 청룡사라 명명하였다고 합니다.

 

경내 가장 중심에 있는 대웅전은 보물 823호로 고려말 공민왕 때 지은 후 조선후기에 다시 지어

조선 후기의 기법과 양식을 잘 나타내고 있는 다포계 팔작집입니다.

 

특히 이곳 대웅전이 유명한 것은 바로 나무의 자연미를 그대로 살린 기둥에 있습니다.

 

구불구불한 소나무를 껍질만 벗긴 채 본래의 나뭇결을 그대로  살려서 기둥을 세운 것이지요.

이 기둥을 보니 과거에 다녀온 구례 화엄사 구층암의 모과나무 기둥이 생각이 납니다.

(구례 화엄사 암자길 - 지장암에서 연기암까지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55)

 

대웅전을 구경하고 다시 사찰 앞마당으로 나서는데 신기하게도

요즘은 보기가 힘든 귀뚜라미 한 쌍이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는데도 움직이지 않고 있네요. ㅎ

 

 청룡사 경내 구경을 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서운산을 향해 산행을 시작하는데

아직 5월 마지막 날이지만 기온은 30도가 넘는 한 여름과 같은 햇살입니다.

특히 올해는 봄도 꽃도 빨리 왔다 가고 여름 또한 성큼 다가오는 것 같네요.

 

이제 이곳 갈림길에서 은적암으로 향하는 오른편 길을 따라 오르고

나중에 왼편 길로 내려오게 되는 반 시계 방향으로 걷는 코스입니다.

 

다행히 정상으로 가는 길은 고맙게도 단풍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는 숲길입니다.

 

2000년 부터 안성시에서 조성을 했다고 하는데 가을에 오면 정말 아름다운 단풍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가을에 다시 한번 찾아오기로 생각해 봅니다.

 

단풍나무가 무척이나 빽빽하게 자라고 있어서 햇빛을 만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산길 또한 너무나 편하고 평온한 느낌만 가득하여 굳이 바쁜 발걸음을 할 필요도 없이

주변 산새 소리 들으며 천천히 걷습니다.

 

이곳에 오기전에 서운산에 대해 찾아보니 가족과 함께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는 산이라고 해서

그래도 산 길인데 얼마나 편할까 했는데 정말 쉬엄 쉬엄 이야기 하며 걷는 길입니다.

 

과거에는 바쁜 발걸음으로 산을 오르기만 하였기에 마음만 늘 들뜨고 분주했지요.

하지만 요즘은 산행의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산을 대하는 내 마음의 태도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등산이 아닌 입산의 의미를 좀 더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여튼 그런 마음으로 숲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은적암에 도착합니다.

 

은적암은 청룡사보다 빠른 신라시대에 창건이 되고

태조 왕건이 3일간 은거하며 기도를 하였다 하여 은적암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옹 스님 등 여러 큰 스님들께서 참선한 정진도량이기도 하고요.

 

특히 이곳 감로수는 치료 효험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병을 회복시켰다고 하는데

정말 마셔보니 물 맛이 참 좋았습니다.

 

이제 이곳 은적암에서 정상까지는 채 1km가 되지 않고

앞선 길보다는 조금은 경사가 있는 산길입니다.

 

조금은 가파른 길을 오르니 탕흉대로 가는 삼거리가 나오고 정자 표시 방향으로 갑니다.

나중에 정상을 들러 다시 이곳에서 탕흉대로 가게 되지요.

 

정상 가기전에 작은 정자가 있어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북쪽으로는 안성 시가지가 바라보이는데

물론 요즘 날씨는 깨끗한 조망을 선사하지는 않습니다.

 

정자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땀도 식히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서

정상을 향하니 이번에는 너른 헬기장이 나옵니다.

 

발아래로는 청룡 저수지도 보이고 차를 주차한 주차장도 바라보입니다.

저멀리 천안 성거산의 모습도 희미하게 보이네요.

 

헬기장을 지나고 사람들도 붐비는 쉼터를 지나니 서운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중간에 자주 쉬면서 걸어서 인지 정상까지 약 3.5km에 2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서운산의 북쪽으로 펼쳐지는 경관을 안내하고 있는데

역시 조망은 그리 선명하지는 못합니다.

 

정상 주변은 나무 데크로 만들어져 있어서 정상이라는 생각보다는

깔끔한 쉼터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잠시 후에 가야할 서봉의 모습도 넉넉한 육산의 모습으로 펼쳐집니다.

 

정상 주변 숲에서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하며 넉넉하게 쉬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그리고 탕흉대라고 적혀 있는 이정표를 따라 아늑한 소나무 숲길을 걷습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자연과의 교감이 좋은 날인지

오늘 산행에 함께하신 코끼리님의 손등에 나비가 날아가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사진을 다 찍고 나니 날아가더군요. ㅎ

 

마치 대관령 옛길같은 느낌이 드는 한적한 숲길을 걸어 탕흉대에 도착합니다.

탕흉이라는 말이 어려운지 설명에 나온 글을 읽어보아도 그 뜻의 이해가 쉽지가 않네요.

 

탕흉대에 올라서면 안성의 서편인 서운면 지역이 시원하게 조망이 됩니다.

탕흉대 주변에는 임진왜란 때 축조된 서운산성이 있다고 하는데 그 흔적을 쉽게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활강도 하는지 여러 사람이 패러 글라이딩 장비를 매고 힘들게 이곳으로 올라 오더군요.

 

조망대 바위에는 초서체로 글이 써져 있어서 그 역사를 짐작하게 됩니다.

 

이제 탕흉대를 내려서서 좌성사 방향으로 본격적인 하산을 하는데

죽어있지만 기품이 느껴지는 소나무를 만났습니다.

나무는 삶의 시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죽음의 시간도 가볍지는 않네요.

 

산길을 내려가다보니 오래된 서운정이라는 정자가 나오고

또 그 옆으로 서운 북산리 석조여래입상을 만나게 됩니다.

얼굴 부분이 시멘트로 수리되어 있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통일신라 시대의 영향을 받아 고려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입니다.

 

산길을 빠져나오니 조망이 탁트이는 산 중턱에 자리한  좌성사에 도착합니다.

 

대웅전 뒷편에 자리한 삼성각이 일반 암자에서 보는 것보다 큰 규모인 것이 특이하네요.

 

좌성사 앞뜰에서 바라보는 남쪽 조망 또한 조금은 뿌옇긴 하지만

넉넉하고 참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이제 좌성사부터는 산길이라기 보다는 차가 다닐 수 있는 임도길이 이어집니다.

 

이 길 또한 단풍나무 숲으로 조성이 되어 있어서 시원한 그늘의 고마움뿐만 아니라

만추에 꼭 걷고 싶은 유혹을 다시 느끼게 되네요.

 

다시 은적암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게 되고 주차장에 도착해서 서운산 산행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당초 아주 편안한 산행을 생각하고 찾아온 산이었지만 갑자기 더워진 날씨 탓인지 아주 쉽지만은 않은 산행이었습니다.

하긴 어느 산이든지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은 없겠지요. ㅎ

그래도 오랜만에 반가운 분들과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걸었던 시간이었기에 참 행복한 산행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