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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서산 팔봉산 조망길 - 서해 조망을 따라 암릉을 넘다.

by 마음풍경 2014. 7. 20.

 

서산 팔봉산

 

 

충남 서산시 팔봉면

 

 

양길리 마을 ~ 1봉(감투봉) ~ 통천문(용굴) ~ 3봉(정상) ~ 8봉 ~ 어송리 마을

(약 7km, 3시간 소요)

 

 

 

서산 팔봉산(361.5m)은 서산 9경 중 하나이며 그 이름처럼 8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으로

아기자기하고 기기묘묘한 암릉의 풍경뿐만 아니라

아늑하게 펼쳐지는 서해안 조망이 무척이나 시원한 산입니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계곡이 있는 산을 가는 것도 좋지만

때론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바위 산을 넘는 일도 이열치열의 매력이 있지요.

하여 오늘은 제법 앙팡진 암릉 길이 있지만

그래도 그다지 크게 힘들지 않는 서산에 있는 팔봉산을 찾아왔습니다.

입구에서 바라보니 왼편으로 1봉인 감투봉이 반갑게 인사를 하네요.

 

막막한 바다너머 수평선을 한없이 바라보는 것과

그 끝이 어디일까 생각하며 하늘을 쳐다보는 것의 느낌은 많이 닮았다 생각해봅니다.

 

 

주차장에서 초입 길은 편안한 숲길이 이어지네요.

여름 숲의 향기는 햇살의 뜨거움에 비례하는 듯 진하게 풍겨옵니다.

 

주차장에서 20여분 오르니 갈림길 안부에 도착하고 먼저 왼편에 있는 감투봉으로 향하는데

뒤돌아보니 2봉과 정상인 3봉이 편안한 느낌으로 이어집니다.

 

1봉인 감투봉에서 바라보는 가로림만의 바다 조망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멋진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이제 겨우 1봉인데 마지 정상에 도착한 것 같은 기분이네요. ㅎ

 더운 날이지만 이런 기분떄문에 산에 힘들게 오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봉을 되돌아 나와 2봉을 향해가는데

멀리서 보니 1봉이 정말 옛날 양반들이 쓰던 감투 모양처럼 보이네요.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거기 계실지 모르겠기에

 

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들락거리고

언제나 바다는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이겠지요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주어야 할까 봅니다.

내 다 가보면 당신 계실 곳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

 

내 가보지 않은 한쪽 바다는

늘 마음 속에서나 파도치고 있습니다.

 

< 이성복 - 서해 >

 

 

넉넉한 서해 바다를 한없이 바라보며  

2봉의 상징인 코끼리 모습을 한 구멍 뚫린 바위도 지나갑니다.

 

2봉을 지나 가파른 철계단 길과 용굴을 통과하여

다시 조망이 트이는 풍경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오르자 팔봉산의 정상인 3봉에 도착합니다.

 

팔봉산은 1봉에서 3봉까지는 암릉 능선으로 이루어졌지만

이후 8봉까지의 능선은 대부분 육산인 것이 특이하지요.

 

녹음으로 가득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산은 어느 계절에 오더라도 다 그만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른편 8봉너머 저 멀리 홍성 용봉산과 가야산이 아득하게 바라보이고요.

  

전설에 따르면 당초 이 산은 9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었는데 가장 작은 봉우리가 제외되어

나중에 그 봉우리가 태안의 시가지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백화산이 되었다고 하네요.

 

팔봉산은 산의 높이나 크기 그리고 암릉의 모습이 마치 홍성의 용봉산과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홍성 용봉산 암릉길 - 용과 봉황 모양의 기암괴석 전시장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73)

또한 시원한 바다의 조망과 멋진 바위 봉우리 등을 고려하면 여덞개의 봉우리를 지닌 고흥 팔영산과도 비슷하고요.

(고흥 팔영산 암릉길 - 다도해 조망과 함께한 능선 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12)

 

편안한 숲 능선길을 걷다가 잠시 철 계단과 밧줄길을 따라 6봉을 향해 다시 오릅니다.

멋진 구름과 작은 소나무 한그루의 풍경이 참 아늑하게 다가오네요.

 

6봉에서 바라보는 정상의 모습은 조금 전에 만난

인연이라고 하기에는 참 아스라하게 멀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세상의 만남과 인연 또한 세월의 흐름속에 이와 같은 것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자꾸만 쳐다보고 싶은 그런 하늘입니다.

어떤 시인은 이런 하늘을 바라보면 눈물이 난다고 했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오늘은 제 마음도 저 하늘을 닮고 싶습니다.

 

오늘 산행은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 그리고 멋진 바위가 함께하는 소중한 추억이 됩니다.

물론 이 또한 바람처럼 흘러가는 추억이 될지언정

그런 기억의 조각들이 이어져서 저만의 인생이 만들어 지겠지요.

 

아쉽지만 이제 8봉을 끝으로 팔봉산의 주 능선과는 안녕을 합니다.

서산 팔봉면은 하지 감자로 유명한데 그때 다시 한번 찾아오고 싶네요.

 

산이 다르지 않고 바다가 다르지 않고

하늘과 구름 그리고 바람이 다르지 않는것 같습니다.

그속에서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지요?

 

산에 오르는 자들은 오르는 그 순간부터

스스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끝없이 자비를 꿈꾸는 자들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그 산과 바다를 보면서 저 또한 자비를 조금이라도 느껴보았는지 모르겠네요.

어송리 마을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약 3시간이 걸린 팔봉산 산행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