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야생화 능선 길
덕유산은 정상인 향적봉(1,614m)을 기점으로 해발 1,300m 안팎의
장쾌한 17km 거리의 능선이 남덕유까지 펼쳐지는 소백산맥의 중심이며
특히 덕유평전의 여름은 천상의 화원으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야생화를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덕유산은 그 이름처럼 어느 계절에 가든지
늘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득 담아줍니다.
안성계곡의 숲길을 거쳐 동업령으로
올라서니 다양한 야생화가 반겨주네요.
동업령에서 향적봉까지는 약 4km인 십리길로
저 멀리 아득하게 바라보이지만
가야하는 능선 길은 되려 아늑하기만 합니다.
능선이라고는 하지만 드문 드문 숲길도 만나고
또한 해발도 천여미터가 넘기에
더운 여름이라도 편안한 발걸음이 되네요.
재미난 모습을 한 털쥐손이 꽃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맞아줍니다.
고운 색감을 지닌 범꼬리 꽃도 만나볼 수가 있고요.
길가에 곱게 피어있는 꽃 구경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중봉이 눈 앞에 다가서네요.
새하얀 눈이 쌓인 겨울에 이 길을 걸으면 정말 황홀하지만
여름에 만나는 이 길 또한 늘 걸을 때 마다 감탄을 하게 됩니다.
세상일이 힘들고 막막할 때 이 고운 길을 걸어보라 말하고 싶습니다.
그럼 저 탁트인 푸른 하늘처럼 세상일도 저절로 풀리게 될것라 생각하네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을 보며
삶이란 그다지 무겁거나 또 너무나 가볍지 않다는 삶의 지혜도 얻게됩니다.
이처럼 넉넉하고 여유로운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물론 이 또한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고
두 발로 땀을 흘리며 올라서야만 볼 수 있는 자연의 선물입니다.
하늘의 구름마저 시시각각 변하면서 새하얀 옷을 입고
멋진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향적봉 정상에 도착하니 무주 리조트에서
곤도라를 타고 이곳에 온 사람들이 많은데
ㅎ 힘들게 오르지 않고도 쉽게 오르는 방법도 있네요.
비록 정상을 오르는 결과는 같다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 체험과 경험은
온전히 나만의 소중한 추억이자 행복이 되겠지요.
아~ 정말 노래 가사처럼 하늘이 내게로 오네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구름 또한
저를 가볍게 애무를 하는 기분입니다.
하여 제 몸과 마음도 바람에 실려
저 포근한 구름위로 둥둥 떠다니고 싶어지네요.
향적봉 너머 설천봉의 모습도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겨울이면 새하얀 눈 길을 질주하는 사람들로 가득할텐데요.
이제 향적봉에서 짧지만 황홀했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남덕유쪽 능선은 북덕유와는 다르게 구름에 가려있네요.
그나저나 이 높은 곳에도 나비가 있네요.
하긴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나비일텐데
그 희망을 위해서라면 어느 곳이든 가지 못하겠습니까.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사람들은 애쓰고
더 크게 성취하기 위해 몰두한다.
누군가 떠나가고
누군가 소리도 없이 세상으로 편입되고
상처 받은 누군가가 꼭꼭 방문을 닫아걸고
꽃이 지고
아무도 내 말에 귀 기울려주지 않는다 해도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사람들은 애쓰고
더 빨리 올라가기 위해 사다리를 버린다.
울면서 그녀는 떠나가고
더 많이 행복해지기 위해 사람들은
더 많이 불행해져도 괜찮다고 믿는다.
<김재진 - 누군가 떠나가고>
어쩌면 행복과 불행은 빛과 그림자처럼
떨어지래야 떨어질 수 없는 것일지 모르지만
소박한 꽃에도 행복은 가득하고 자연을 통해서도
욕심을 버리는 길은 무수히 많습니다.
버리면 얻어지는 것이 세상의 진리라고 하지만
그 이치를 깨닫는 것은 자신의 몫일테지요.
다시 동업령으로 되돌아와 안성 계곡으로 내려서는데
여름 꽃의 대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풍성한 함박꽃도 만나게 됩니다.
시원하고 탁트인 조망과 향긋한 야생화의 꽃내음이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직은 초 여름이라 계곡의 시원함을 가득 느끼기에는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지만
칠연폭포도 만나볼겸 한여름에 이곳 계곡을 다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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