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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수목원

대둔산 자연휴양림 산책길 - 가을비 오는 촉촉한 숲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4. 10. 22.

 

대둔산 자연휴양림 산책길

 

 

충남 금산군 진산면 대둔산로 6

 

 

대둔산 자연휴양림(http://www.ijinsan.net)은 그 이름처럼 명산인 대둔산이 근거리에 있으며

시원한 주변 자연의 조망과 과거 육당 최남선이 칭송한 아름다운 숲이 있고

특히 대둔산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조망처가 있는 약 6km의 산책로는 힐링이 저절로 되는 숲길입니다.

 

 

단풍이 조금씩 물들어 가고 가을비가 내리는 날에 대둔산 자연휴양림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대둔산으로 넘어가는 배티재에서 휴게소 방향으로 들어가면 있습니다.

휴양림이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어서 주변 조망도 제법 좋고요.

 

아직 대전은 붉게 물든 단풍잎을 찾기는 쉽지 않은데

산이라 그런지 제법 고운 단풍을 만날 수 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2008년에 소련 대통령을 지낸

고르바초프가 다녀가서인지 관련 기념물들이 눈에 많이 보입니다.

 

대둔산 휴양림에는 숙박시설로 모두 22채의 통나무집이 있는데

일부는 휴양림의 유숭열 대표가 산에서 직접 채취한 낙엽송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유숭열 대표는 선친인 유창영씨와 작은 아버지이자 과거 야당 당수로 유명한 유진산 전 의원의

뜻을 따라 유산으로 물려받은 이 땅에 나무를 키우고 가꾸는 임업에 뛰어 들었다고 하네요.

 

현재는 대둔산 자연휴양림이지만 과거에는 금산군 진산면의 지명을 딴 진산 자연휴양림이었지요.

임도길을 따라 걷다보면 대둔산이 한눈에 보이는 최고의 전망대가 있습니다.

 

하여 식당 입구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 임도길을 걸어보기로 합니다.

 

출입구를 지나 아래쪽으로 이어져 있는 나무 계단 길을 따라 내려섭니다.

 

산책로 출발지점은 이런 저런 간판으로 인해 조금 어수선한 느낌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에 숲길을 걷는 기분도 참 색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과거에 비가 오는 날에 등산도 했지만

이처럼 한적하고 편안한 숲길을 걷는 것은 참 오랜만이고요.

 

막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나무잎의 정취도 좋고

또 회색빛 안개가 끼여있는 비가 오는 숲길도 아늑합니다.

 

아마도 이곳 조망대에서 바라보면 대둔산의 멋진 가을 풍경을 만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오늘은 비가와서 온 세상이 흐린 안개속입니다.

과거에 고르바초프가 이곳에서 원더풀을 외쳤다고 하고요.

 

물론 비는 세차게 내리기도 하고 또 비가 조금 그쳐서 산의 구름을 날려보내기도 합니다.

 

나의 쓸쓸함엔 기원이 없다
너의 얼굴을 만지면 손에 하나 가득 가을이 만져지다 부서진다
쉽게 부서지는 사랑을 생이라고 부를 수 없어
나는 사랑보다 먼저 생보다 먼저 쓸쓸해진다

 

 

적막한, 적막해서
아득한 시간을 밟고 가는 너의 가녀린 그림자를 본다
네 그림자 속에는 어두워져가는 내 저녁의 생각이 담겨 있다
영원하지 않은 것들을 나는 끝내 사랑할 수가 없어

 

 

네 생각 속으로 함박눈이 내릴 때
나는 생의 안쪽에서 하염없이 그것을 바라만 볼 뿐
네 생각 속에서 어두워져가는 내 저녁의 생각 속에는 사랑이 없다
그리하여 나의 쓸쓸함엔 아무런 기원이 없다
기원이 없이 쓸쓸하다
기원이 없어 쓸쓸하다

 

<박정대 - 되돌릴  수 없는 것들>

 

 

박정대 시인의 시에 대해 박주택 시인이 남긴 글도 함께 적어봅니다.

 

나의 쓸쓸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쓸쓸함이 마르면 나무들의 영혼이 됨을 이제야 알겠다.

가을을 노래했던 시인의 견고한 고독을 이제야 나는 조금 알겠다.

자작나무들이 잎사귀를 흔드는 흠 있는 영혼들이 거주하는 이 지상의 거처.

나는 잎사귀들이 붉게 물들어 가는 이곳에서 너를 생각한다.

너의 얼굴에 부서지는 스산한 바람. 쉽게 떠나는 이별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겠는가?

 

 

적막하고 쓸쓸해서 아득한 시간을 밟고 가는 너의 가녀린 그림자를 본다.

네 그림자 속에는 어두워져가는 내 저녁의 일생이 담겨 있다.

하지만 우리가 흘러가서 무엇이 될지는 몰라도 나는 영원하지 않은 것들을 끝내 사랑할 수 없다.

 

 

잘 가거라, 사랑아.

나의 맥박은 이제 동공에서 뛰어 기원도 없이 쓸쓸하고

이별의 순간까지 그 깊이를 깨닫지 못해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의 일부를 여기에 남긴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오늘은 이곳 3km까지만 걷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에는 사랑보다는 이별이

따스함보다는 쓸쓸함이 더욱 어울리는 시간인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올 가을에는 또 어떤 고마운 자연의 인연등을 만나게 될지

얼마나 설레이고 감동하고 황홀해할지..

그리고 쓸쓸하게 저무는 가을이기에 더더욱 이별이 가슴에 사무치게 되지는 않을지..

 

오늘은 비도 오고 안개도 껴서 조망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그래도 가을비를 맞으며 걸었던 추억은 오래 오래 갈것 같습니다.

올 가을이 다 가기전에 이곳을 다시 찾아 화려한 가을 대둔산 조망을 만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