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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수목원

진안 운장산 자연휴양림 - 갈거계곡을 따라 복두봉까지

by 마음풍경 2014. 8. 10.

 

 

진안 운장산 자연휴양림

 

- 갈거계곡을 따라 복두봉까지 -

 

 

운장산 자연휴양림 ~ 야영장 입구 ~ 갈거계곡 ~ 임도길 ~ 복두봉(왕복)

(14km, 4시간  30분 소요, 휴식 및 식사 포함)

 

 

전북 진안에 있는 운장산 자연휴양림은 운장산맥이라 불리는

연석산과 운장산, 그리고 복두봉과 구봉산을 연결하는 능선의 남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특히 7km가 넘는 갈거계곡과 함께 복두봉 입구 고개까지 연결되는 임도길은

계곡의 시원함을 즐기면서 편안하게 숲길을 걸을 수 있는 여름에 추천하고픈 트레킹 코스입니다.

 

 

올해 여름 휴가는 운장산 자연휴양림에서 보내기 위해 오랜만에 이곳을 찾아옵니다.

 

비포장길을 조금 들어가니 매표소가 나오고

찻길의 오른편으로는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립니다.

 

운장산 자연휴양림은 휴양관 및 숲속의 집 등 숙박시설이 계곡 주변에 산재되어 있습니다.

특히 데크가 널찍한 다래와 머루라는 이름의 연립동은

다른 시설과 떨어져 있고 계곡이 가까워서 가장 좋은 숙박 시설인것 같네요.

 

운장산 자연휴양림은 아주 깨끗하고 그늘이 좋은 갈거 곡이 계속 이어져 있어서

많은 자연휴양림 중에서도 여름에 가장 좋은 피서지가 될것 같네요.

 

걷는 길 옆으로 계곡이 게속 이어지기에 물소리만 들어도 참 시원한 기분입니다.

 

가장 최근에 운장산 자연휴양림에 온것을 기억해 보니 만 4년전 여름이었네요.

(안개 자욱한 운장산 임도 숲길을 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08)

 

그때는 운일암 반일암의 임도에서 시작해서 이곳 갈거계곡으로 넘어오는 임도 길 걷기를 했었지요.

과거 글을 다시 찾아보니 엊그제 같은 기분인데 벌써 4년이 지나갔다니

정말 시간이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처럼 빠른 것 같습니다.

 

이제 야영장 입구에서 본격적인 길 걷기가 시작됩니다.

운장산 자연휴양림 야영장은 다른 시설보다 가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지요.

 

아늑한 숲길을 따라 편안한 발걸음으로 걷습니다.

계곡의 물소리와 새소리가 멋진 하모니를 이루고

달콤한 칡꽃의 향기가 함께 하네요.

 

소박하지만 진한 색감의 고운 꽃도 잠시 스쳐지나가는 인연이 아니라

반갑고 소중한 만남이 되네요.

 

그래서인지 잠자리도 제 손을 떠나지 않고 머물고요. ㅎ

 

사람과의 사이에서는 어렵고 힘들기만한 인연이지만

자연속에 머물고 있으면 한없이 편하고 고맙기만한 인연이 되니

저만 느끼는 삶의 아이러니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대가 내지 않은 길을 내가 그대에게 바랄까요

그대가 내지 않은 길을 그대가 나에게 바랄까요

 

 

그래도 내 가는 길이 그대를 향한 길이 아니라면

그대는 내 속에서 나와 함께 걷고 계신가요

 

 

나를 미워하고 그대를 사랑하거나 그대를 미워하고

나를 사랑하거나 갈래갈래 끊어진 길들은 그대의

슬픔입니다 나로 하여 그대는 시들어 갑니다

 

< 이성복 - 슬픔 >

 

 

한참을 걸어왔는데도 아직 복두봉까지 4km가 남았으니

운장산 자락에서 시작한 갈거계곡의 깊이와 길이가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오르는 길에 만나는 계곡의 물소리는

걷는 길이 외롭지 않게 해주는 멋진 음악 소리로 들리네요.

 

물봉숭아라고도 불리는 고운 물봉선 꽃도 만나봅니다.

물봉선의 꽃말이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라고 하는데 그저 바라만 봐도 좋기만 하네요.

과거 청원 양성산에서 만났던 물봉선 꽃 군락지도 생각이 납니다.

(청원 양성산 조망길 - 시원한 대청호를 바라보며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50)

 

금방이라도 물에 빠지고 싶은 계곡의 시원함은 임도길을 따라 계속 이어집니다.

 

오늘은 길을 걸으며 이성복 시인의 '그 여름의 끝'이라는 시집에 나온 시들을 자주 떠올려보네요.

 

내 지금 그대를 떠남은 그대에게 가는 먼 길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우리는 길이 끝난 자리에 서 있는 두개의 고인

물 같은 것을

 

 

그리고 그 사이엔 아무도 발디딜 수 없는 고요한 사막이

있습니다

나의 일생은 두 개의 다른 죽음 사이에 말이음표처럼 놓여

있습니다

 

 

돌아보면 우리는 오랜 저녁빛에 눈먼 두 개의 고인돌 같은

것을

내 지금 그대를 떠남은 내게로 오는 그대의 먼 길을 찾아

서입니다

 

< 이성복 - 숨길 수 없는 노래 3 >

 

 

인생의 만남과 헤어짐과 같은 인연은 길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한없이 멀어져가는 길도 때론 다시 휘돌아 만나기도 하고

가까이에 함께하는 길도 때론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으로 흘러가기도 하지요.

 

아늑한 숲길을 걷다가 한참을 오르니 하늘이 열리고

오늘 올라야할 봉우리인 복두봉도 먼발치에 서있습니다.

 

이제 운장산에서 복두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고개에 도착했습니다.

 

이곳 고개에서 복두봉은 그리 멀지 않은 편안한 숲길로 이어집니다.

 

아주 진한 보라색을 지닌 버섯도 만나고요.

 

특히 이 버섯은 일반 버섯의 모습이 아니고

아주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혹여 버섯이라면 이름이 무언지도 궁금해지네요.

 

여름의 꽃인 노란 원추리 꽃도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야생화는 1년에 한번씩 제 계절에만 만나볼 수 있어서 인지 더더욱 고마운 인연인 것 같네요.

 

운장산은 회색빛 구름 모자를 쓰고 있네요.

운장산을 마지막으로 오른 것이 2013년 겨울로

그때 만났던 새하얀 눈과 멋진 하늘 풍경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진안 운장산 설경길 - 금남정맥 최고의 조망처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75)

 

밧줄 구간을 지나 바위로 올라서니 복두봉 정상(1,018m)입니다.

운장산 자연휴양림에서 이곳까지 약 7km에 2시간 30분이 걸렸네요.

 

정상 봉우리가 탕건 모습을 닮아 복두봉(僕頭峰)이라 이름하며

운장산과 구봉산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2개의 봉우리를 한꺼번에 감상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왼편으로는 구봉산의 여러 봉우리들이 발 아래로 펼쳐지고

그 너머로 용담호의 모습도 한눈에 다가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운장산과 구봉산 모두 정상 부분이 구름에 덮혀있는데

가운데에 위치한 이곳 복두봉만은 구름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처럼 탁트인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을 온 몸과 마음으로 가득 담을 수가 있는것 같네요.

 

물론 날이 좋다면 저 멀리 다양한 산들을 멋지게 감상할 수가 있을텐데

역시 다 좋을 수는 없나봅니다.

 

정상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이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섭니다.

이 길을 오를 때는 잠자리만 많고 나비가 많이 보이지 않았는데

내려갈 때는 나비가 많이 날아다니네요.

 

이 길을 여러차례 걸었지만 여전히 늘 새롭고 멋진 풍경만 가득하고

걷는 느낌이 참 좋은 길입니다.

 

삶의 공간에 머물고 있으면 늘 갑갑한 기분이지만

이처럼 길위에 머물러 있으면 편안한 자유가 느껴집니다.

 

내 마음은 골짜기 깊이 그늘져 어두운 골짜기마다 새들과

짐승들이 몸을 숨겼습니다 그 동안 밝은 곳만 찾아왔지

요 더 이상 밝은 곳을 찾지 않았을 때 내 마음은 갑자기 밝

아졌습니다 온갖 새소리, 짐승 우짖는 소리 들려 나는 잠을

깼습니다 당신은 언제 이곳에 들어오셨습니까

 

< 이성복 - 만남 >

 

 

이곳 아랫 마을이 칡이 많아서 갈거(葛巨)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이곳을 갈거 계곡이라 이름하였다고 하는데 숲의 향기도 좋고 수량도 아주 풍부한 계곡입니다.

물도 대부분 깊지 않아서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에도 참 좋고요.

 

오늘은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도 즐기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복두봉에 올라 탁트인 조망도 가득 담아본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이처럼 멋진 계곡에 자리한 운장산 자연휴양림도 참 좋은 힐링의 공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