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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수목원

고흥 팔영산 암릉길 - 다도해 조망과 함께한 자연휴양림 길

by 마음풍경 2014. 5. 11.

 

 

팔영산 암릉길

 

 

전남 고흥군 영남면 팔영로

 

 

팔영산 자연휴양림 ~ 깃대봉(608.6m) ~ 8봉 .. 2봉 ~ 삼거리 ~ 팔영산 자연휴양림

(약 4.5km, 3시간 소요)

 

 

팔영산(八影山)은 기기묘묘한 8개의 암봉들을 넘는 스릴있는 암릉 산행뿐만 아니라

고흥 반도 앞바다에 펼쳐지는 시원한 다도해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 재미가 함께하는 산으로

2011년에 도립공원에서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으로 편입이 되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전남 고흥에 있는 팔영산으로 산행을 갑니다.

과거 글을 찾아보니 2005년 가을에 팔영산을 가고

이번에 가게되니 벌써 9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전남 고흥 팔영산 가을 산행기 : http://blog.daum.net/sannasdas/3021387)

다만 오늘은 팔영산 산행의 일반 코스인 능가사가 아닌

팔영산 자연휴양림(http://www.paryeongsan.com)에서 시작해서 다시 돌아오는 산행이네요.

 

고흥군에서 관리하는 팔영산 자연휴양림은 646번 지방도 입구에서

약 4km의 숲길을 따라 올라와야 있는 해발 400m 가까이 되는 휴양림입니다.

봄이라 그런지 숲에서 풍겨오는 꽃 향기가 무척이나 달콤하더군요.

 

팔영산은 1998년 도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었다가

2011년부터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편입이 되었습니다.

해발 고도가 높기에 능가사 코스보다는 휴양림이 조금 수월한 코스가 될것 같네요.

 

팔영산 안내도 근처에 있는 표지판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는데

제일 먼저 찾아갈 9봉인 깃대봉이 이곳에서 1.2km입니다.

 

숲속의집 1동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1봉쪽으로 가게되고

저는 깃대봉을 먼저 들리기 위해 왼편 길로 향합니다.

 

그다지 크지 않은 편백나무 길을 따라 오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곳 길도 피톤치드가 가득한 풍성한 편백숲이 될것 같네요.

 

산을 사랑한 이후부터 수많은 산을 올랐었고 또 많은 산길을 걸었지만

한번 가본 산이라고 해도 계절마다 다르고 코스마다 다르기에

산을 오르는 기분은 늘 첫사랑처럼 설레이기만 합니다.

 

700여미터 조금 가파른 길을 올라서니 주능선에 도착했습니다.

8봉인 적취봉을 가기전에 먼저 팔영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인 깃대봉을 다녀오기로 합니다.

 

편안한 능선 길을 걸어가니 갑자기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집니다.

내내 숲길만을 걸어서 인지 더욱 마음이 시원해지는 기분이네요.

 

푸른 하늘과 고운 분홍빛의 산철쭉이 참 잘어울리지요.

그나저나 올해는 꽃들이 너무나 빨리 피어서

아직 5월초이지만 봄꽃들을 풍성하게 보기가 어렵습니다.

 

팔영산은 세숫대야에 비친 여덟 봉우리의 그림자를 보고

감탄한 중국의 위왕이 산을 찾으라는 어명을 내렸고

신하들이 조선의 고흥땅에서 이 산을 발견한 것이 이름의 유래중 하나라고 합니다.

 

팔영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깃대봉에 도착합니다.

물론 가장 높지만 팔영산의 팔영에는 속하지 못하고 조금 떨어져 있는 9번째 봉우리인 점이 특이하네요.

 

팔영산은 소백산맥의 맨 끝부분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변 바다 풍광이 참 좋습니다.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의 섬들을 보면 언제 저 많은 섬을 다 가보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물결치듯 나로도로 이어지는 능선의 모습도 아늑하네요.

그 아늑함속에 잠시 삶의 고단함도 내려놓게 됩니다.

 

이제 8봉 적취봉부터 팔영산의 여덟개의 봉우리를 올라야겠습니다.

멀리서 바라봐도 암릉의 풍경이 멋진데 가까이서 보면 더욱 웅장하고 장대할 것 같지요.

한번 와본 산이지만 반대 방향으로 걸어서인지 처음 와본것 같은 느낌입니다.

 

사람아,

피어오르는 흰구름 앞에 흰구름 바라

가던 길 멈추고 요만큼

눈파리하고 서있는 이것도 실은

네게로 가는 여러 길목의 한 주막쯤인 셈이요.

 

철쭉꽃 옆에 멍청히

철쭉꽃 바라 서 있는 이것도 실은

네게로 가는 여러 길 가운데

한 길이 아니겠는가?

 

 

마치,

철쭉꽃 눈에 눈물 고이도록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에 철쭉꽃물이라도 배어 올 듯이,

흰구름 비친 호숫물이라도 하나 고여 올 듯이,

 

사람아,

내가 너를 두고

꿈꾸는 이거, 눈물겨워하는 이거, 모두는

네게로 가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한 방법쯤인 것이다.

숲 속의 한 샛길인 셈인 것이다.

 

<나태주 - 봄날에>

 

 

고운 철쭉꽃 길을 따라 걷다보니 펼영산의 제8봉인 적취봉(積翠峰·591m)에 도착합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암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참 멋지게 다가오네요.

이제 이곳 8봉부터 저 암릉길을 넘고 또 넘어야 겠습니다.

 

산객들의 소망이 쌓여서 만들어진 돌탑을 보니 기적과 같은 일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능선 너머 펼쳐지는 여자만의 풍경도 참 아스라하고

불어오는 바람에는 바다 내음이 가득 담겨져있습니다.

 

봉우리 사이의 거리가 짧아서인지

바위 능선을 타고 걷다보니 어느새 제7봉인 칠성봉(七星峰·598m) 입니다.

 

7봉에 오르니 팔영산에서 가장 힘든 구간인 6봉 두류봉의 모습도 가까이 다가섭니다.

 

칠성봉에서 두류봉을 가려면 석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암릉 밧줄길의 시작이기도 하고

이제 두발이 아닌 네발(?)을 써야하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계단과 쇠밧줄을 잡고 오르니 제6봉인 두류봉(頭流峰·596m)에 올라섭니다.

 

그리고 참 아름답고 시원한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오랜만에 손과 발이 모두 필요로 하는 암릉 산행을 해서인지 몸이 뻐근해졌네요.

 

오른편으로는 팔영산 자연휴양림이 보이고

왼편으로는 팔영산의 또 다른 멋진 능선인 선녀봉이 바라보입니다.

 

이제 겨우 3개 봉우리만 넘었고 아직도 5개의 봉우리가 더 남아있는데

즐겁다고 해야할지 아님 한숨을 쉬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ㅎ

 

두류봉에서 수직 절벽길을 난간만을 의지하며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뒤돌아 보니

길도 보이지 않고 저 곳을 어찌 내려왔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 이 길을 올라서 6봉을 넘어갔는데 반대 방향이 더욱 스릴이 있는 것 같네요.

 

두류봉이 멋진 배경이 되는 제5봉 오로봉(五老峰·579m)에 도착했습니다.

과거에는 그냥 5봉, 6봉이었는데 지금은 봉우리의 맞는 이름이 하나씩 생긴것 같습니다.

 

봄철에 산에 오면 가장 보고픈 것은 화려한 꽃보다는 연두 빛 가득한 숲 풍경입니다.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어도 참! 좋다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지요.

  

연두빛 초록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참 평화로워지네요.

최근 아픔과 눈물만 가득한 마음 먹먹한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처럼 아늑하고 희망이 있는 세상이 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팔영산 주변에는 성기지구 등 여러 편백숲이 조성이 되어 있어 잘 관리만 한다면

장성이나 장흥의 편백숲 못지 않은 건강한 숲이 될것 같습니다.

저도 다음번에 고흥 땅에 오게되면 그때는 주변의 편백숲을 돌아봐야 겠네요.

 

오로봉을 넘어 연두빛 세상을 지나오니 제4봉에 도착합니다.

사자봉(獅子峰·578m)은 사자가 엎드린 듯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봉우리를 하나씩 넘을 때마다 두발과 두팔을 모두 써야하는 힘든 길이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세상사는 일도 늘 편하기만 하다면 지겨울 수 있는 것처럼

역설적으로 힘든 일을 이겨내며 사는 것이 재미난 삶은 아닐까 하네요.

 

제3봉인 생황봉(笙簧峰·564m)은 바람이 바위를 스칠 때면

생황 소리가 난다는 멧부리입니다.

 

3봉을 넘어서니 선녀봉이 더욱 가깝게 다가서고

여자만 너머 여수 땅도 아스라하게 바라보입니다.

 

제2봉 성주봉(聖主峰·538m)은 부처를 닮았다는 봉우리라고 하는데

물론 멀리서 바라봐야 그 모습을 온전히 알 수 있겠지요.

 

그리고 발아래로는 제1봉인 유영봉(儒影峰·491m)이 바라보입니다.

 

성주봉을 지나 만나는 삼거리에서 유영봉을 들리지 않고 바로 휴양림으로 향합니다.

 

물론 과거에도 지나왔던 봉우리이고 또 마지막 한 봉우리는

다음을 위해 남겨두고픈 마음도 있더군요.

 

선녀봉 능선은 강산리 곡강마을에서 시작하는 지능선길로

직벽 암릉 코스가 있으며 팔영산을 온전히 조망할 수 있는 숨어있는 멋진 코스라고 하는데

저도 가보지는 않고 다른 분들의 자료만 봤지만 기회가 되면 꼭 가고픈 길입니다.

 

팔영산은 산길 중간 중간에 좋은 글귀를 만날 수가 있습니다.

저도 남은 인생에서 내 마음이 가고픈 길을 묵묵히 걷고싶습니다.

어쩌면 머리로 하는 생각보다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사는 것이 가장 정직한 방법인것 같고요.

 

선녀봉으로 가는 숲길을 걷다가 이제 휴양림으로 내려서야 합니다.

 

대나무 숲과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길을 내려서니

조금 전 걸었던 봉우리들이 먼발치로 바라보입니다.

 

봄꽃들의 향기는 여전히 향기롭고 숲의 내음 또한 깊고 풍요롭습니다.

늘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면 큰 욕심일까요. ㅎ

 

다시 팔영산 자연휴양림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총 걸었던 거리는 채 5km가 되지 않는데도 아주 큰 산 하나를 넘은 기분이 드네요.

 

오늘은 오랜만에 두팔과 두다리로 걸었던 산행길이었습니다.

세상이 참 많이 아프고 이 땅에 사는 마음도 많이 힘든 시간들이지만

오늘 팔영산에서 만난 바람과 자연은 제 마음을 토닥이며 위로해 주더군요.

이 세상에 위로받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입니다.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김재진 -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