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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수목원

완도수목원 난대림 푸른 까끔길 - 국내 유일한 난대림 수목원

by 마음풍경 2014. 5. 4.

 

완도 수목원

 

- 난대림 푸른 까끔길 -

 

 

수목원 매표소 ~ 수변 데크길 ~ 동백숲 ~ 암석원 ~ 수관데크 ~ 1전망대 ~

외국 수목원 ~ 진달래원 ~ 아열대 온실 ~ 산림박물관 ~ 매표소

(약 6km, 2시간 30분 소요)

 

 

전남 완도수목원은 국내 유일의 난대림 수목원이자 최대 천연 난대림 수목 자생지이며

2,049ha 넓이에 750여종의 늘푸른넓은잎나무(상록활엽수)가 자라고 있는 수목원으로

촉촉한 바닷 바람과 향기로운 숲 향기가 어우러지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숲입니다. 

 

 

참 오랜만에 완도로 발걸음을 합니다.

찾아보니 만 5년전에 청산도를 가기위해 완도를 찾아온것이 마지막이더군요.

(섬을 거닐다 : 청산도 ① - 서편제 촬영지과 청보리밭,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73)

 

그나저나 오늘은 섬 여행이 아니라 섬에 있는 수목원을 찾기 위해서지요.

완도 수목원(http://www.wando-arboretum.go.kr/)은 상황봉 서편 능선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난대 수목원이라고 합니다.

 

매표소에 입장료를 내고 차를 주차하고 나니

입구에서 수목원 마스코트가 반가운 표정으로 반겨주네요.

 

"난대림 푸른 까끔길"이라는 이름에서

동네 앞의 나즈막한 산이라는 뜻의 '까끔'이라는 우리 말이 참 정겹습니다.

 

안내판 지도에는 너무나 많은 길이 나와있어 어떻게 걸을까 망설이다가

입구에서 오른편 저수지 수변을 잇는 데크가 보여서 먼저 그곳으로 가봅니다.

 

상황봉에서 계곡을 따라 흘러내린 물이 상당히 풍부하더군요.

 

호수 주변으로 휴식 정자도 있고 예쁜 꽃들도 고운 얼굴로 자라고 있습니다. 

 

할미꽃들은 이제 많이 지고 백발만 흩날리고 있네요.

 

싱그러운 바람과 명랑한 새소리를 들으며 수변 데크길을 걷습니다.  

 

정말 잔인한 4월을 보내고 5월을 맞이하니

오늘처럼 자연 속에 머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채 피지도 못하고 스러져 버린 많은 젊은 영혼들을 생각하면

가슴에 무거운 돌덩어리가 박혀있는 느낌이 들어 모든 것이 무기력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이처럼 자연의 숲길을 걷고 있으니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집니다.

 

아직 지지 않고 가지에 남아있는 동백꽃을 만나니 다시 희망도 떠올리게 되네요.

 

난대림은 연평균기온 14도 이상, 1월 평균 기온이 0도 이상, 강수량은 1,300~1,500mm,

북위 35도 이남의 남해안과 제주도, 울릉도 지역 등

우리나라에서 가장 온화하고 일교차가 적으며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에 분포하는 상록 활엽수가 자라는 숲이라고 합니다.

 

상록활엽수의 잎이 두껍고 매끄러운 것은 건조한 겨울을 견디기 위한 것이라고 하고요.

 

 동백숲길을 지나니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을 건넙니다.

 

그리고 임도 길을 따라 올라서니 암석원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곳 주변에는 재미난 모습의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는 UFO 모습을 한 바위입니다.

 

그리고 두꺼비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라 하여 두꺼비 하늘바위고요.

 

또한 공룡바위라고 하는데 공룡처럼 보이지는 않더군요. ㅎ

 

재미난 바위를 구경하고 호수가 조망이 되는 수관데크에 올라섭니다.

 

이곳 수관데크는 호수를 포함하여 수목원의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조망처이지요.

 

그리고 수관데크에서 조금은 가파른 숲길을 올라서니

1전망대 정자에 도착합니다.

 

탁트인 조망과 함께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정말 시원하고 상쾌했습니다.

 

 바다 건너 해남 달마산의 멋진 능선 풍경도 희미하게 다가오고요.

물론 날이 좋았다면 더 멋진 달마산의 모습을 볼텐데 조금은 아쉽기는 합니다.

달마산은 개인적으로 3번씩이나 가본 산이지만 마지막 산행을 한지도 벌써 6년이 넘었네요.

(해남 달마산 암릉길 - 땅끝에서 바라본 늦가을의 조망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05)

 

백운봉쪽 능선의 풍경이 참 편안하고 장대하게 펼쳐집니다.

 

완도수목원의 경치는 새순이 돋는 4월말에서 5월초가 가장 멋지다고 하는데

화려한 풍경은 아니지만 정말 고운 봄을 맞이할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망대를 정점으로 하고 아늑한 숲길을 따라 내려서는데

박노해 시인의 시 "나무가 그랬다"가 문득 생각이 나네요.

 

비바람 치는 나무 아래서

찢어진 생가지를 어루만지며

이 또한 지나갈 거야 울먹이자

 

나무가 그랬다

 

 

정직하게 맞아야 지나간다고

뿌리까지 흔들리며 지나간다고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고

이렇게 무언가를 데려가고

다시 무언가를 데려온다고

 

 

좋은 때도 나쁜 때도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게 아니라고

뼛속까지 새기며 지나가는 거라고

 

비바람 치는 산길에서 나무가 그랬다

나무가 그랬다

나무가 그랬다

 

 

연두빛 숲과 연분홍 꽃을 따라 나무와 새들과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박노해 시인의 시처럼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야 하는지 조금은 길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새 아열대 온실 앞에 도착합니다.

 

온실로 들어가니 재미난 풍경의 선인장도 만나게 됩니다.

사랑이란 하나의 몸짓일 수도 있지만 이처럼 여러 모습들이 어우러져서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닐까요.

 

마치 사슴의 뿔처럼 보이는 선인장도 신기하네요.

 

화려한 새의 얼굴 모습처럼 보이는 이 꽃은

'극락조화'라는 꽃인데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파초라고 합니다.

 

아열대 지역에 자라는 꽃이라 그런지

꽃의 색상 또한 아주 깊고 진한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이곳이 땔깜과 숯의 원료로 베어져 황폐화된 곳이었다고 하는데

1980년 후반에 완도수목원이 들어오면서 이처럼 멋진 수목원으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해안 난대림은 산소 농도가 일반 활엽수림에 비해 3.7배나 높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숲에 머무는 동안 몸과 마음이 참 가볍고 상쾌해지는 것 같네요.

 

또한 수목원 중앙을 따라 흐르는 계곡의 수량도 풍부하니

숲과 나무 그리고 바닷바람와 물이 조화를 이루는 아주 독특한 수목원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산림박물관에 들러봅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난대림 문화 자료와 목공예품을 만날 수가 있네요.

 

ㅎ 어릴적 살던 집의 창호가 생각이 나더군요.

매년 봄이 오면 문풍지를 새롭게 바르던 추억도 떠오르고요.

 

멋진 한옥으로 꾸며진 산림박물관을 나서는데 멀리 상황봉 능선도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달콤한 숲의 향기와 함께 바다 내음이 느껴지는 바람이 제 몸을 스쳐 지나갑니다.

마음의 아픔이나 상처를 치유하는 제일 좋은 친구는 역시 자연이 아닌가 하네요.

 

오늘도 길을 걷는 우리는

알 수 없는 먼 곳에서 와서

알 수 없는 먼 곳으로 돌아간다

 

우리의 힘든 발자국들은

한 줌 먼지처럼 바람에 흩어지니

그러나 염려하지 마라

 

그 덧없는 길을

지금 우리 함께 걷고 있으니

 

< 박노해 - 우리 함께 걷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