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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해남 달마산 암릉길 - 땅끝에서 바라본 늦가을의 조망

by 마음풍경 2008. 11. 16.

 

해남 달마산

(達摩山, 498m)

 

 

 해남 땅끝을 가려면 참 먼거리입니다.

대전에서 빨리가도 4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이니요.

새벽밥을 먹고 출발했건만 도솔봉을 오르는

마봉리 약수터 임도길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습니다.

달마산과는 인연이 많아서인지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오늘로 벌써 3번째 산행이네요.

 

남도땅이라서인지 아직도 살랑 살랑

억새의 부드러움이 가득하네요.

 

달마산에서 도솔봉쪽 능선은 가장 남쪽에 속하지요.

달마산을 여러번 왔지만 오늘은 첨으로

남쪽에서 시작해서 북쪽 능선으로 산행을 합니다.

 

날이 조금만 맑았으면 땅끝쪽 바다의 조망이 좋으련만..

 

30여분 임도길을 타고가니 산행입구에 도착합니다.

산행 입구에서부터 멋진 바위들이 반겨주네요.

 

두륜, 주작, 덕룡, 석문, 만덕산 등

해남에 있는 산의 특징이 그대로 보입니다.

멋진 암릉과 억새 혹은 진달래의 풍경..

 

 약 4년만에 이곳 능선을 찾아왔지만

그 모습은 여전히 그대로 입니다.

여전히 한폭의 비경이 고이 간직되어 있지요.

 

 약 400여미터의 낮은 산이지만

산이 주는 감동이 높이에만 있는 것은 아니네요.

 

발아래 사람사는 동네가 가까이 보여

산과 사람이 분리된 모습이 아닌 조화로운 느낌이 드는

낮은 산이어서 더욱 좋습니다.

 

진한 늦가을의 느낌이 능선 구석 구석 가득 배여있고요.

오늘은 이런 늦가을의 쓸쓸함을 가슴에 담아보렵니다.

 

다만 가야할 아득한 능선을 바라보니

가야하는 마음만 왠지 바빠집니다.

 

도솔봉은 통신설비로 인해 출입이 통제된 지역인지라

달마산 남쪽 능선에서는 이곳 도솔암의 존재 의미가 크지요.

 

따스한 초봄 햇살때 온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차가운 바람이 부는 늦가을에 이곳을 오게 되었네요.

지난 추억의 느낌이 고스란히 되살아 나는 느낌..

 

그저 한적한 느낌이 드는 작은 암자입니다.

잠시 마당을 서성이며

희미해져가는 지난 추억을 떠올려봅니다.

그저 지난것은 모두 아름다워지나 봅니다.

 

이곳 암자앞 작은 마당에서 바라보는 바위의 모습은

마치 이곳을 호휘하는 장군의 모습 같지요.

 

 도솔암을 돌아나와 다시 길게 이어지는 주능선을 걷습니다.

 

인생의 삶과는 다르게

지나온 길을 뒤돌아봐도 아름다운 모습이 산이 아닌가 합니다.

 

지나가는 길 좌우에도 아스라한 풍경은 가득하고요.

 

산행을 하다보면 작은 사물에도 눈길이 갑니다.

도시속의 삶과는 다르게 바쁘지 않는 마음때문일까요.

아님 홀로 걷는 길이 외로워서일까요.

 

산행 시 자연이 주는 기쁨이란 언제봐도 감동이네요.

 

웃골재를 지나는데 시계를 보니 산행한지 벌써 1시간이 넘었네요.

그나저나 이렇게 멋진 산을 품고있는

이곳 해남군에서 조금만 신경쓰면 좋을텐데..

과거나 지금이나 이정표는 여전히 방치된 모습처럼 있습니다.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너무 흔해서 일까요. 여하튼 아쉽습니다.

 

 

애처롭게 시들어가는 쑥부쟁이를 보니

 가을이 정말 먼발치 너머 가고 있네요.

 

누구를 기다리며 있는걸까요.

아님 내 마음이 그리 느껴져서

바위 모습도 그처럼 보이는걸까요.

사는 것도 이런 기다림의 연속이 겠지요.

오지않는 희망을 기다리는

 

지나온 능선 길은 멀어질 수록

희미한 과거의 기억처럼 회색빛으로 진해져 갑니다.

 

억새를 흔드는 바람에 땀에 젖은 내 몸도 식혀봅니다. 

생각보다 날이 더워 땀이 많이 나네요. 

 

가는 길에 늦은 식사도 하고 오르막 내리막길을 걷다보니

 산행시간이 2시간이 넘어갑니다.

 

차갑게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과 또 그에 걸맞는 능선 풍경입니다.

 

지난 시절 갔던 길을 거슬러 가는 걸음에서

그 떄의 흔적들이 드문 드문 생각이 나네요.

 

또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장 한장 정지된 빛바랜 사진처럼..

 

그 때는 편하게 내려오던 길을 오늘은 힘들게 올라섭니다.

지나온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산행의 추억은 거슬러 갈 수 있네요.

 

밝은 조망은 아니지만 늦가을의 쓸쓸함이 가득 배여있지요.

 

멋진 돌도 세월의 흐름에 부서져서

모래가 되고 흙이 되는 것처럼

자연의 이치가 다 그런건가 봅니다.

 

가파른 산길을 내달릴 수 없듯이

인간의 삶도 그저 순리대로 살아야 겠지요.

 

한적한 능선 길을 걸으니 여유가 생긴걸까요.

내 눈앞에 보이는 멋진 이 모든게 다 내것 같습니다. ㅎㅎ

 

2시 30분경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이름의 하숫골재를 지납니다.

 

잠시 쉬기위해 뒤돌아본 풍경은 여전히 진한 회색이 가득하고요.

 

가을이 진하게 배여서 일까요.

햇살도 억새도 왠지 쓸쓸함이 물들어있고요.

 

 

지나간 삶 또한 지나온 저 능선처럼 아스라하지만

또한 아름다웠으면 하고 소망해봅니다.

 

한걸음 한걸음이지만 정상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지막 가는 가을이어서일까요.

가을 색감이 더욱 진하게 느껴집니다.

 

 

저멀리 뛰어들고만 싶은 양

탄자 숲 사이로 미황사도 보이네요.

 

산에서의 풍광은 멀리 떨어져서 봐야 멋지지요.

그 속에 속하기 보다는

 

멋진 풍광일수록 가까이 가면 험하기만 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도 그런 이치일까요. ㅎㅎ

가까울수록 생채기를 남기는 고슴도치의 사랑처럼

 

바위를 건너고 봉우리를 오르고를 반복하는 시간입니다.

힘들지만 왠지 발걸음은 구름을 떠다니듯 가볍기만 하네요.

 

색다른 풍경이 있어 지루하지 않은 산행이고요.

 

그나저나 더이상 보지 않으려 했건만

지나온 뒷풍경은 너무나 진한 쓸쓸함이 배여있네요. 

 

그런 풍경을 보고있노라니

왠지 마음이 저려옵니다. 막막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시원한 풍경이 펼쳐지는

앞만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산길 특히 능선길은 앞이 보여서 좋습니다.

 

3시경에 대밭 삼거리를 지납니다.

 

이곳 삼거리에는 재미난 바위 터널이 있지요.

 

소박한 동네 산같은 숲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등장하는 웅장한 풍경들..

 

하여 전혀 다른 산을 번갈아 산행하는 느낌이 들곤하지요.

 

여하튼 미황사도 발 아래 보이는 걸보니 정상도 그리 멀지 않네요.

 

오늘 하루의 시간이 흐른만큼 가을 햇살도 자꾸만 약해져가고요.

 

진한 회색빛너머 그림자들이 하나씩 하나씩 고개를 들고 있네요.

 

날이 좋으면 멀리 완도 앞바다가 보이련만..

 

단지 마음으로 바다를 그려봅니다.

 

모든걸 다 가진다면 욕심이겠지요.

 

이 풍경만으로도 오늘은 참 많이 충분합니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말해봅니다.

 

 

 문바위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걸보니

이제 제법 가파른 길을 가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론 사람의 기억이란 무서우리만치 정확하게 떠오를 때가 있지요.

 

ㅎㅎ 이 바위는 아직도 손가락을 내밀고 있네요.

함께 동행하신 분들에게

Fuck you 바위라고 했더니만 한참을 웃습니다.  

 

산에 오면 막막함과 함께 그리움도 배웁니다.

그리고 그리움을 어떻게 가슴에 품어야 하는지도..

 

산의 능선이 흐르고 산을 따라 강물이 흐르듯

그렇게 흐르게 놔두라고 말하네요.

 

그나저나 벌써 도솔봉에서 7km를 왔습니다.

 

주변 바위들이 거대해서인지

이곳은 벌써 노을 지는 분위기네요.

 

산이든 들이든 바다든 심지어는 도심의 아파트에서도

해질녁의 아스라함을 저는 사랑합니다.

 

 쓸쓸함이 가득 배여있어서

 

나 혼자만이 존재하는 시간인것 같아서

 

부끄러운 하루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이어서

 

이런 저런 생각을 길에 버리고 오다보니 정상이 지척이네요.

 

4시 조금 넘어 도착했습니다.

과거 이곳 정상은 불썬봉이라 불리었는데

 

이제는 달마봉이라 부르네요.

불썬봉 정상석의 높이가 481m이니 8m의 차이입니다.

 

2년전 달마산 북릉을 산행했던 시간도 생각납니다.

개인적으로 남릉보다는 저곳 북릉이

왠지 정감이 가고 좋았던 기억이고요.

바람재에서 만났던 세찬 바람도.. 황홀했던 억새의 유희도..

 

그나저나

이제 내려가야할 시간인가 봅니다.

 

산은 나에게 말을 하네요

저 너른 회색빛 세상에

부끄러운 모든걸 버리라고 합니다.

그냥 다 품어주겠다고요.

 

이곳에서 지는 해를 기다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일몰을 편하게 볼 수 없을것 같아

그냥 하산을 재촉합니다. 떠밀리듯이

 

 미황사(美黃寺)의 대웅전은 보물 947호입니다.

아름다운 소가 점지했다는

전설이 있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사찰이지요.

 

단청을 하지 않는 모습이 왠지 더더욱 정감이 갑니다.

 

대웅전 지붕 너머 바라보이는

달마산 풍경도 한폭의 그림이지요.

마치 봉화의 청량사를 안고 있는 청량산 바위들처럼

 

김춘수 시인의 싯구가 떠오르네요.

 

단풍이 진 자리마다‘가을이 가지 끝에 울고 있다.

 

 

돌아보면 우는 것은 가을이 아니라 실은 나였다.

 

 

래서 가을은 쓸쓸한 행복이 되어 추억으로 떠난다

 

 

이제 오늘 산행도 마무리 짓습니다.

산행 마지막 몇 걸음의 길은

성취감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시간이지요.

하여 떠오르는 노래 하나 흥얼거리며 하루를 정리해 봅니다.

 

"헤어졌다고 끝나는게 아니더라

이별했다고 다잊는게 아니더라

사랑이 바람에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