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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1년만에 다시 걷는 대전둘레산길잇기 12구간

by 마음풍경 2008. 12. 14.


안영교에서 보문산까지 12구간

 

지난달인 11월에 대둘 11구간을 오랜만에 다녀왔었습니다.

다만 카메라를 가져가지 못해  그 흔적을 블로그에 남기지는 못했네요.

 

가능하면 내년 10월까지 매달 같은 번호의 코스를 다니기로 계획하고

이번달인 12월에는 12구간을 갑니다.

1년전 3차 대둘 산행시 비슷한 시기에 갔었지요.

 (http://blog.daum.net/sannasdas/11745318)

 

작년에도 눈이 없었지만 겨울 느낌이 진하게 느껴졌는데

올해는 그저 늦가을의 느낌만이 나네요.

 

안영교 다리를 건너 천변을 따라 걷는 느낌은 여전히 좋습니다.

 

올 가을 많이도 가물어서인지 안영천에도 물이 거의 없네요.

 

흐르는 물이 풍부하고 넉넉해야 사람사는 인정도 풍부해질텐데..

자꾸만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하니

삶의 각박해지는 것은 아닌지 왠지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래도 쓸쓸하게 저문 낙엽길이지만 참 포근합니다.

 

어려울수록 물질적인 욕심에서 벗어나

가벼운 삶, 정갈한 삶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네요.

 

쌀쌀한 회색빛 겨울 아침이라도 햇살은 비춰오지요.

 

사람의 풍경은 변해도 자연의 풍경은 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바람에 흔들려 잠시 제자리를 벗어날 수는 있지만

그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지는 않아야 겟지요.

 

산행도 오르막길을 오르는 시간은 참 힘들고 고통이지만

그 고통을 잠시 인내하면 시원한 모습을 보여주지요.

 

지난달 지나왔던 11구간 구봉산 능선도 640년된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 풍경도

넉넉하게 바라보입니다.

 

하늘을 향해 쭉쭉 서있는 나무들의 시원함에서 무거운 마음이 덜어지기도 하고요.

 

나무에 공생하는 이끼들은 이 푸른 모습으로 겨울을 날 수 있을까요.

 

몇년전 왔을때는 산불로 많이 황폐화된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많이 좋아진 모습입니다.

 

 눈쌓인 길을 걸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사람 흔적 없는 호젓한 산길을 걷는 기분도 참 좋습니다.

 

12구간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언덕 길입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왠지 느낌이 좋은 작은 언덕길이지요.

그냥 만나기만 해도 좋은게 인연인가 보네요.

 

가끔 산을 오르면서 생각해 봅니다.

세상을 산에서 처럼 멀리 시원한 조망으로만 바라보면 좋겠다고..

 

눈에 친근한 대둘 이정표와 벤치의 풍경이 쉬엄쉬엄가는

대둘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 주는 것 같습니다.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산길이지만

조용한 이 시간이 나에게는 참 소중합니다.

 

그 길을 걷는 시간동안은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담백한 소중함이 깃들여 있기 때문이겠지요.

 

회색빛 풍경이라 이 색감이 진하게 느껴지네요.

ㅎㅎ 가을 단풍 세상이면 그저 평범할텐데..

상대적이라는 의미를 다시 떠올려봅니다.

 

이제 이 다리 건너 뿌리 공원을 빠져나갑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풍경도 그저 조용함입니다.

 

누가 이런 일을 했을까요.

다 사람의 욕심이겠지요.

 

산 이곳 저곳 버려져있는 쓰레기의 모습에서

자연을 마구 파괴하는 개발 모습에서

인간 욕심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인간의 발전이 일부 욕심에 의해 이루어지는 거지만

적당하다는 말처럼 서로 나누고 살면 않되는지요.

 

주변 풍경이 단순하니 자꾸만 생각이 안으로만 깊어지는가 봅니다.

벌써 국사봉이네요.

 

이곳에도 작은 소망 탑이 있네요.

소박한 소망을 빌어보는 모습은 언제봐도 마음이 가볍습니다.

 

 하긴 세상 시름 하나씩만 이곳에 버리고 가도 좋겟다 생각해봅니다.

 

이제 보문산 시루봉도 얼마남지 않았네요. 12구간은 이정표가 그래도 참 잘되어있지요.

 

같은 길을 걸어도 봄여름가을겨울이 모두 다 다른 느낌입니다.

 

늦가을의 쓸쓸함이 배여있는 의자이지만 가을 단풍이나

파릇 파릇한 새싹이 피어오르는 봄에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요.

 

대전 도심이 보이는 것을 보니 오늘 산행도 종점에 도달하네요.

 

 

회색빛 도시의 풍경을 먼 나라의 모습처럼 바라봅니다.

 

때론 내가 저곳에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요.

인간의 희노애락이 희뿌연 공기중에 가볍게 둥둥 떠다니는 저곳이..

 

고촉사 입구를 내려서니 멋진 문패가 있네요. ㅎㅎ

 

7시간이 넘는 길을 걸었네요.

물론 아주 느릿한 발걸음으로..

그래서인지 저멀리 지는 희미한 석양을 보며

참 하루를 잘 보냈구나 하는 풍요로움이 있고요.

이런게 내가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입니다.

 

오늘 산행을 함께한 산벗들과 맛나고 즐거운 애프터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창밖을 보며 어제 일자 경향신문 사설에 실린 글이 생각나더군요.

부족한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하네요.

 

도법 스님은 물질적인 풍요가 삶의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순례를 통해 확인했다.

많이 가진 사람들도 '죽겠다. 못살겠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모두 욕심의 포로들이었다.

답은 소박한 삶, 불편해도 여유로운 삶이었다.

아주 오래된, 아주 평범한 삶이었지만

그것이 대안이었다.

희망은 본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임을 보았다.

함께 꿈꾸면 그 꿈이 현실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