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역사,사찰

화순 적벽 탐방길 - 김삿갓 이야기가 있는 물염적벽과 창랑적벽

by 마음풍경 2014. 10. 26.

 

 

화순 적벽 탐방길

 

- 물염 적벽과 창랑 적벽 -

 

 

전남 화순군 이서면 창랑리

 

 

화순 적벽은 동복댐 상류 창랑천을 따라 약 7km구간에 형성된 적벽 경관을 말하며

대표적인 적벽으로는 물염 적벽, 창랑 적벽, 보산 적벽, 장항 적벽(노루목 적벽) 등이 있고

30년만에 개방이 되어 제한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노루목 적벽과는 다르게

물염 적벽과 창랑 적벽은 언제든지 찾아가 볼 수 있는 적벽입니다.

특히 물염적벽이 바라보이는 물염정은 광주 전남의 8대 정자로 김삿갓이 수시로 올라 시문을 즐긴 곳입니다.

 

 

노루목 적벽과 보산 적벽을 만나고 나서

근처에 있는 또 다른 화순 적벽인 물염 적벽(勿染赤壁)과 창랑 적벽을 찾아갑니다.

(화순 적벽 탐방길 - 30년만에 개방된 노루목 적벽을 찾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51)

 

물염적벽을 보기위해서는 물염정에 올라야 합니다.

물론 지금은 나무에 가려서 정자에서 직접 물염 적벽을 보기는 어렵네요. ㅎ

 

물염정은 물염마을 언덕에 위치하고 있으며

풍기 군수를 역임한 송정순이 자신의 호인 물염을 따서 지은 정자로

동복현감을 지낸 부친의 송구를 위해 1세기 중엽에 지었다고 합니다.

 

지방 기념물 60호인 물염정은 담양의 식영정, 완도 세연정과 함께

광주 전남의 8대 정자중 제 1호로 지정이 될만큼 호남의 명승지로 인정을 받는 정자입니다.

 

물염(勿染), 즉 세상의 어느 것에도 물들지 않는다는 뜻처럼

소박하지만 단아함이 느껴지는 정자로

특히 여러 기둥 중 한개는 다듬어 지지 않은 나무 모습 그대로인 것이 더욱 특이합니다.

나무를 다듬지 않고 건물을 지은 대표적인 건물이 구례 화엄사에 있는 구층암이 생각이 나네요.

(구례 화엄사 암자길 - 지장암에서 연기암까지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55)

 

또한 물염정 옆으로는 김병연 즉 방랑시인 김삿갓의 시비가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김삿갓은 전국을 떠돌다가 마지막으로 화순 동복에 정착하여 13년 동안 살면서

생을 마감할 떄까지 이곳 적벽에 올라 시를 짓고 시문을 즐겼다고 합니다.

 

이제 물염적벽을 구경하기위해 정자를 내려와 강물이 보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물염적벽은 물염정 바로 앞에 있다고 해서 그리 붙여진 이름이며

노루목 적벽에서 북쪽인 상류 3km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노루목 적벽에 비해 규모나 높이는 작지만

가까이서 아무 제한없이 만나볼 수가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물염적벽이라는 내용을 검색하다보니 화순 적벽을 이야기한

"조용미의 적벽에 다시"라는 글이 있어서 옮겨봅니다.

 

적벽 오고 말았습니다, 물염정 아래 호수의 물은 말라 수면이 여러 겹 물염적벽 아래 떠다닙니다

당신은 흐르는 강물 따라 다녔겠지요

망향정에 와 노루목적벽 마주 보며 흔들리듯 서 있으니

수수만년 전의 당신이 나를 여기 보냈다는 걸 알겠습니다

적벽 와서야 허전한 한 목숨 겨우 이어 붙였다는 느낌은

 

 

나는 가장 맑은 눈으로 적벽 보려 합니다 물염적벽, 노루목적벽, 망미적벽, 창랑적벽, 이서적벽……

벽의 이름들 안타까이 구슬처럼 입안에서 꿰어봅니다

무덤에 업힌 듯 박혀 있는 부서지고 나뒹구는 석탑이 절터임을 말해주지만

호수의 물과 파헤쳐진 대숲의 어두운 그림자들이 기억을 방해하고 간섭합니

 

 

당신도 한동안 적벽의 풍경을 몸 안에서 구하였던 것은 아니겠지요

어느 생에선가 미묘란 무엇이냐 물었더니

당신은, 바람이 물소리를 베갯머리에 실어다 주고 달이 산 그림자를 잠자리로 옮겨준다 말했습니다

여러 생을 통과하면서 혹 미묘가 맑아져 표묘가 되기도 하였는지요

 

 

찬연함이 얇아져 처연함이 되는지 나는 이 시간에 오롯이 놓여 적벽에 쓸쓸히 물어봅니다

내 몸을 입고 나온 어떤 이도 적벽 흐르는 강물 바라보며

미묘와 표묘를 아득한 눈빛으로 중얼거리게 될는지요

수수만년 전 적벽을 보았던 게 누구인지 이제는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어느 생에선가 나는 다시 적벽 와야 하겠지요

흐르는 구름과 적벽에 물드는 단풍을 바라보며 오래 거듭되는 환()의 끝을 물으며 서 있어야겠지요

후생의 어디쯤에서 나는 나를 알 수 있을까요

풍문도 습관도 회환도 아닌 한 사람의 지극한 삶을,

향기와 음악처럼 두루 표묘하여 잡을 수도 알 수도 없는 간결한 한 생을 말입니다

 

 

물염정을 내려서서 창랑적벽을 가기위해 물염교를 건너다 바라본

물염적벽의 풍광도 참 멋지고 운치가 가득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창랑적벽은 물염교를 지나

굽은 길을 돌아 내려가다보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적벽입니다.

절벽 단애가 길게 이어진 모습이 대청호에 있는 부소담악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대청호의 숨은 절경인 추소리 부소담악(芙沼潭岳)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16)

 

높이가 40여미터에 길이가 100여미터가량 이어진 절벽군으로 다른 적벽보다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이 특이합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30년만에 개방한 노루목 적벽과 보산 적벽뿐만 아니라

물염적벽과 창랑적벽까지 화순적벽의 4대 적벽을 모두 만나보았습니다.

 

오래전부터 와보고 싶었지만 인연이 되지않아서 였는지

이제서야 이곳을 모두 만나게 되었습니다.

앞서 옮긴 조용미님의 싯구가 다시 생각이 나네요.

 

어느 생에선가 나는 다시 적벽 와야 하겠지요

흐르는 구름과 적벽에 물드는 단풍을 바라보며 오래 거듭되는 환()의 끝을 물으며 서 있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