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역사,사찰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시장길 -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는 레알 뉴타운

by 마음풍경 2014. 10. 12.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

 

 

전주 남부시장에 자리하고 있는 청년몰은 오래된 전통시장에

젊은이들의 문화와 생각을 접목한 레알 뉴타운으로

재치가 넘지는 다양한 글귀와 함께 재미난 볼거리와 살거리

그리고 맛난 먹거리를 함께 전통과 젊음이 함께하는 문화 공간입니다.

 

 

전주 남고 산성길을 걷고나서 점심도 하고

또 가고싶었던 청년몰 구경을 하기위해 남부시장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전주 남고산성 성곽길 - 전주 시가지를 조망하는 최고의 전망대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48)

 

요즘은 전통시장도 노점을 빼고는

비와 햇볕을 가릴 수 있는 시설들이 갖춰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하여 지난번 다녀온 정선 오일장과도 비슷한 느낌이고요.

(정선 오일장 나들이길 - 정겨운 시골장의 정취를 느끼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41)

 

전주의 먹거리 중 하나이자 남부시장의 명물인 콩나물 국밥을 먹기위해 현대옥을 찾아가는데

아직 채 점심 때가 되지 않았지만 순대집에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있는 것을 보니

인터넷 시대의 위력을 새삼 느끼며 얼마나 맛이 있을까 궁금해 지네요.

다음번에 이곳을 찾는다면 이 식당에서 한번 먹어봐야 겠습니다.

 

물론 오늘은 남부 시장의 아주 오래된 명물인 콩나물 국밥을 먹기위해

작은 골목을 돌고 돌아 현대옥 식당을 찾아왔습니다.

 

현대옥은 따로 테이블이 있는 것이 아니고 마치 스시 식당처럼

눈앞에서 조리를 해서 바로 앞 식탁으로 건너주어서인지 더욱 친근감을 느낄 수 있지요.

국밥의 가격은 5천원이고 여기에 삶은 오징어를 토핑을 한다면 2인에 3천원이 추가가 됩니다.

 

전주 콩나물 국밥은 토렴식으로 밥이 말아서 나오고

오징어가 옵션으로 올려지는 현대옥 등의 남부시장 방식과

밥이 따로 나오며 새우젓을 듬뿍 넣고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이 좋은

삼백집이나 왱이집 식당으로 나뉘게 됩니다.

물론 어느 방식이 더 맛있다고는 말할 수 없고

여튼 둘다 맛이 있는 것은 동일하네요. ㅎ

 

이곳 국밥의 특징 중 하나는 기름에 구운 김을 함께 먹는 것입니다.

물론 시장 입구에서 막 구운 김을 사가지고 와서 먹어야 하지만

오늘은 식당에서 주는 김으로 대신합니다.

그라고 정말 아주 오래 오래전에 정확하게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버지와 함께 아침에 먹던 남부시장 국밥 맛이 아련한데

그때는 국밥에 낙지가 들어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주인 말씀이 처음부터 오징어를 넣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전주 콩나물 국밥의 특징 중 하나는 반숙이 된 계란이 나오는 것입니다.

국밥의 국물을 수저로 떠서 먹으면 되는데 아무래도 콩나물 국밥이 해장국의 역할을 하기에

밤새 음주로 쓰린 속도 부드럽게 하고 또 단백질이 간을 보호해주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청양고추의 알싸한 맛과 시원한 맛이 어우러지는 콩나물 국밥을 맛나게 먹고

밖으로 나오니 언젠가 TV에서 봤던 은혜 휴게실 간판도 바로 만나게 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이제 점심도 배부르게 먹었겠다.

남부 시장에 와야하는 또 다른 이유인 청년물을 찾아가 봅니다.

기존 시장 상가 건물 이층이자 옥상에 자리하고 있는 것부터가 특색이지요.

 

입구에 적혀져 있는 구호인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와 함께

"정 사러 갑니다"라는 문구에서 젊은이들의 재치 넘치는 위트를 만날 수 있네요.

 

이곳 청년몰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으로 탄생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2012년 5월에 첫 문을 열어 현재는 30여개의 점포들이 영업을 하고 있고요.

 

물론 진열되어 있는 제품이나 상품들은 일반적으로 만날 수 있는 것보다는

재미난 발상으로 탄생한 물건들이 많습니다.

이 점포에서는 오래된 추억의 물건들을 만날 수가 있고요.

 

상점만 놓고 보면 서울 인사동의 쌈지길과도 아주 유사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인사동 쌈지길 - 문화와 쇼핑이 어우러지는 인사동의 명소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32)

 

하지만 이곳은 인사동에서는 찾을 수 없는 여러가지가 담겨져 있습니다.

서울의 중심가가 아닌 지방도시의 100년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에 위치하고 있고

비슷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것이 아니고 각자 고유한 개성과 특색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이곳이 외국인지 한국인지 모를 정도로 여러 외국인으로 북적이는 곳이 아니고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문구들은 외국인은 이해할 수 없는 이곳만의 특색이고요.

 

또한 사업측면의 이익뿐만 아니라 서로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나눔과 배려의 따스함도 만나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밀어부러'의 반대말을 무엇일까요?

밀어부러가 붙어있는 문의 반대편을 보니 '땡기랑께'의 문구가 적혀있네요. ㅎ

 

청년몰는 볼거리 살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등 다양한 테마별로 점포가 구성이 되어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지 기술을 이용해서 용지를 재활용해서

싹과 꽃을 틔우는 생태 그림 엽서가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한지 및 종이 산업이 발달이 된 전주와도 잘 맞는 아이디어 제품인것 같고요.

촉촉하게 물만 뿌려주면 이처럼 엽서에서 싹이 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이색적입니다.

하여 저도 몇장을 사서 집에서 키워보기로 했네요.

 

또한 여러 나라의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식당들이 있어서

특별하게 콩나물 국밥이나 피순대를 찾아서 먹지 않을 거면

이곳에서 메뉴를 고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청춘 식당에 걸려있는 "환영 낮술"이라는 문구가 왠지 가슴에 와닿습니다.

낮술이란게 아주 기분이 좋아서 마시거나 아니면

아주 기분이 나빠서 마시는 경우가 많지요.

낮술을 떠올리니 제 청춘 시절의 아릿한 추억들도 떠오릅니다.

전주 하면 막거리 골목도 유명한데 이곳에서 낮술하고

저녁에 막걸리를 하면 하루 종일 술독에 빠지게 되겠네요. ㅋ

 

식당 문앞에 걸려있는 노란 리본을 보니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희미해져가는

지난 봄날의 가슴 저리는 아픔이 새삼 떠오릅니다.

자식이 억울하게 죽었지만 왜 죽었는지도

알면 안되는 비상식의 시대에 사는 답답함도 함께..

 

오전에 남고산성 산행도 하고 또 이곳을 구경하느라 발품을 팔았더니

발도 피곤하고 또 저 탁자 및 의자가 왠지 맘에 들어서 이곳에서 커피 한잔 합니다.

 

야외 탁자에 앉아 알갱이 얼음이 들어있는 

시원한 아이스 더치 커피를 마십니다.

인사동 쌈지길에서는 인파에 치여 여유로움을

찾기가 힘들었는데 이곳은 참 마음이 여유롭네요.

 

건너편 식당가의 밥먹는 풍경들도 '밥줘'라는 말처럼

왠지 시골 시장의 느낌이 드는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외로워할 틈이 없다는 것, 그게 문제다.

이 세상에 외로워지고 싶은 사람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외로움이라는 특혜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것이다.

외로움 때문에 몸을 떠는 것보다 더 불행한 것은

외로움을 느껴 볼 시간도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외로워할 틈이 있는지, 먼저 돌아보라

 

<안도현 - 먼저 돌아보라>

 

 

'만지면 사야 합니다.'라는 발칙한 문구와 함께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는' 청년몰의 모토가 참 당차고 멋집니다.

 

물론 돈과 같은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겠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이 특히 청년들에게는 그다지 녹녹하지만은 않기에

물질적으로는 적당히 그리고 마음으로는 풍요롭게

잘살자는 생각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집에 돌아와서 청년몰에서 사온 씨앗 엽서를 나란히 펼쳐봅니다.

가을이라서 그런지 가을 느낌이 드는 엽서만 고른 것 같네요. ㅎ

시간이 지나면 이 엽서에도 작지만 고운 싹이 자라겠지요.

오늘 다녀온 청년몰도 지나친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으며

자신들만의 당차고 멋진 색깔를  지니는

퇴색하거나 바래지않는 시골 시장의 명소로 남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