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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전주 남고산성 성곽길 - 전주 시가지를 조망하는 최고의 전망대

by 마음풍경 2014. 10. 9.

 

전주 남고산성 성곽길

 

 

전북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산성벽화마을 버스 종점 주차장 ~ 삼경사 ~ 천경대  분기점 ~ 남고산 정상 ~

억경대 ~ 남고사 ~ 만경대 ~ 만경대 암각서 ~ 삼경사 ~ 주차장

(4.5km, 약 2시간 소요)

 

 

전북 전주의 남고산성은 후백제 견훤이 축조한 산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고산(272.6m)을 중심으로 천경대와 억경대 그리로 만경대로 이어지는 봉우리는

전주 시가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멋진 조망을 지닌 전망대입니다.

 

 

전주의 남쪽을 방어하기 위해 축조한 남고 산성은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산성으로

저도 최근에야 전주 시내 근교에 산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산성 벽화 마을을 지나 산쪽으로 더 들어가니 버스 종점이 있는 너른 주차장이 나오고

도란 도란 시나브로길 안내판이 있는 곳에 도착합니다.

 

고운 빛깔을 지닌 감의 풍경은 가을 정취를 가장 잘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난간에 무우청을 말리는 모습도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고요.

잘 말려진 무우청을 깔고 만드는 음식치고 맛없는 것은 없습니다.

 

주차장에서 삼경사로 오르는 마을길도 참 고즈넉한 정취가 있습니다.

11월 초에 오면 고운 색으로 단장한 애기단풍의 모습도 만날수가 있겠네요.

 

본격적인 산성 길을 걷기전에 먼저 삼경사에 들러봅니다.

큰 절은 아니고 암자 수준의 작은 절이네요.

 

일반적으로 산성에는 절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 이곳은 삼경사를 비롯해서

남고사 그리고 마을 입구에 있는 충경사 등 많은 사찰이 주변에 있는 것이 특이합니다.

 

남고산성 길은 삼경사를 기점으로 산성 둘레를 한바퀴 도는 코스이지요.

 

하여 오늘은 천경대를 시작으로 억경대 그리고 만경대를 찾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산성을 돌게 됩니다.

 

조금은 가파른 산성 돌담길을 오르니 전주 시가지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물론 건너편으로는 억경대로 이어지는 성곽의 모습도 보입니다.

 

오늘 이곳 길을 걸으며 자주 만나게되는 쑥부쟁이 꽃들이네요.

쑥부쟁이를 비롯한 들국화들은 코스모스와 함께 가을에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으며

가을이 오는 길목뿐만 아니라 가을이 깊어가는 시간에도 자주 보는 꽃입니다.

 

남고 산성에서 첫번째로 만나게 되는 전망대인 천경대에 도착합니다.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거리는 약 2km에 50분이 소요가 되었네요.

 

멋진 가을 하늘에 탁트인 조망을 바라보니 그저 좋습니다.

 

거기다가 푸른 하늘을 캠퍼스 삼아 마치 흰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듯

펼쳐지는 새하얀 구름의 모습은 황홀함 그 자체입니다.

 

확실히 다른 계절에 비해 가을의 하늘은 참 높고 깊습니다.

 

그나저나 천경대의 조망이 이처럼 멋진데 숫자가 더 큰 만경대와 억경대는

얼마나 더 많은 감동을 전해줄 지 가슴이 설렙니다.

 

천경대를 지나 이제는 성곽위로 이어지는 조용한 숲길을 걷습니다.

 

나무 가지 사이로 간간히 열리는 하늘은 여전히 감동 모드이고요.

 

고덕산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에 도착해서 따뜻한 커피 한잔하며 의자에 앉아 쉽니다.

 

고덕산까지 다녀올까 했는데 점심을 남부시장에 가서 먹을려고

따로 준비를 하지않아서 오늘은 가벼운 산성 산책으로 만족하렵니다.

 

보통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 하고 봄을 여자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지요.

저 또한 봄보다는 가을에 더 설레여지고 그리움 또한 깊어가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잘 단장이 된 성곽길을 내려서니 산성 분기점에 도착합니다.

오른편으로 가면 원당마을로 가게되고 왼편으로 가면 관성묘를 지나 삼경사로 가게되지요.

물론 저는 억경대를 향해 직진을 합니다.

 

멋진 풍경이 가득한 초가을의 정취에 빠져서 느린 발걸음을 하는데

문득 가수 이문세의 '시를 위한 시'라는 노래가 떠올라 조용히 불러봅니다.

 

바람이 불어 꽃이 떨어져도 그대 날위해 울지 말아요
내가 눈감고 강물이 되면 그대의 꽃잎도 띄울게

 

나의 별들도 가을로 사라져 그대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내가 눈감고 바람이 되면 그대의 별들도 띄울게


 

이 생명 이제 저물어요 언제까지 그대를 생각해요
노을진 구름과 언덕으로 나를 데려가줘요

 

 

가수 이문세의 노래는 가을이 가득 배여있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눈내리는 날 들어도 참 좋은 곳이 많지요.

 

다시 성곽길을 올라 편안한 능선을 이어 걸으니 남고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남고산 정상에서 억경대로 가는 길은 정말 매력적인 숲길입니다.

꽃과 나비의 정겨움도 가득하고요.

 

또한 저 멀리 아스라하게 바라보이는 모악산의 조망도 그립기만 합니다.

저곳을 마지막으로 오른지도 참 여러 해가 흘러간 것 같습니다.

(모악산 편백나무 숲길 - 연분암길 탐방로를 따라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76)

 

북장대에 도착하니 남고산성의 안내판이 깨끗하게 설치가 되어 있더군요.

 

하여 이곳에서 처음으로 남고 산성의 역사와 유래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됩니다.

 

그리고 북장대를 지나 편안한 성곽길을 걸어 오르니

남고 산성에서 가장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억경대에 도착하게 됩니다.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거리는 약 3.5km에 1시간 40분이 소요가 되었네요.

 

전주는 주변이 대부분 평야지대라 이처럼 멋진 조망을 만날 수 있는 가까운 산이 거의 없는데

이곳은 정말 전주 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인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면 위태해 보이지만

넘어지지 않고 굳건하게 서있는 돌탑의 모습도 독특한 모습이네요.

 

그리고 억경대 아래쪽으로 전주 한옥 마을을 좀 더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는 정자가 있어서 가봅니다.

 

아~ 역시 좋습니다.

하늘의 하얀 구름은 불어오는 바람에 맞춰서 자유롭게 춤을 추고

내 마음 또한 가을 정취에 취해서 하늘을 둥둥 떠가는 기분입니다.

 

이 능선을 따라 바로 전주천으로 내려가는 등산길을 걷는다면

전주 시가지의 조망을 눈앞에 바라보며 갈 수가 있겠네요.

 

따로 가져온 줌 렌즈로 전주 시가지를 자세하게 살펴보니 전주천변 너머

아름다운 전동 성당도 보이고 보물 308호인 풍남문도 가깝게 바라보입니다.

 

또한 전주 한옥 마을의 기와 지붕도 다른 도시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이색적인 모습입니다.

과거에 한옥마을에 가서 바라본 곳은 오목대였는데 이처럼 탁트인 조망은 아니었지요.

(전주 한옥 마을 돌담길 - 옛 문화와 예술이 가득한 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46)

 

그리고 건너편의 동고산성과 동고사의 모습도 바라보입니다.

2개의 산성 사이로 임실과 남원으로 가는 17번 국도가 지나가는데

남쪽에서 전주로 진입하는 적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동고산성은 견훤왕의 궁성터라는 말도 있던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찾아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왼편 푸른 지붕이 많은 곳이 남부 시장으로

오늘 산성 길을 다 걷고나면 점심을 먹고 또 청년몰을 보기위해 가야하는 곳이네요. ㅎ

 

억경대에서 전주 시가지를 바라보니 오른편 한옥마을에서부터 왼편 남부시장까지

볼거리와 먹거리가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 같습니다.

 

이제 억경대를 내려서서 만경대를 향해 발걸음을 아래로 향하는데

주변 풍광보랴 가파른 돌 계단길을 걸으랴 조심 조심 내려서게 됩니다.

 

내려서는 길에 남고산성의 축성 경위 등을 기록한 남고진 사적비를 만나게 되는데

사적비에는 남고산성은 견훤의 옛 성터였으며

임진왜란 때 소모사 이정한이 수성하여 왜적을 물리쳤다 라는 등의 내용이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남고사 입구에는 남고산성에서 유일하게 복구가 된 성문이 있는 서문지가 있습니다.

 

서문지에 대한 내용을 알려주는 안내판도 만날 수가 있네요.

 

또한 서문지에서 산쪽으로 조금 올라서니 남고사가 나옵니다.

오늘은 스님의 독경소리만이 낭낭한데 해질무렵의 종소리도 듣고 싶네요.

 

남고사는 앞서 만났던 삼경사에 비하면 규모가 큰 사찰로

비록 일주문은 없지만 사천왕문이 이를 대신하는 것 같습니다.

 

대웅전 앞으로 전주 시가지가 아늑하게 바라보이기에 정말 해질 무렵 노을의 풍경과 함께

산사의 저녁 종소리를 듣는다면 참 넉넉하고 평화로울 것 같습니다.

 

남고사를 빠져나와 여전히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나서

다시 숲길을 잠시 걷습니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전망대인 만경대에 도착합니다.

 

억경대보다는 조망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도 바라보이는 조망은

참 편안하고 아늑하게 느껴집니다.

전주 시가지너머 서편으로 지는 해를 바라봐도 참 좋을것 같고요.

 

어쩌면 세상일도 너무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것 보다는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지요.

 

만경대에서의 편안한 조망을 즐기고 다시 가파른 바위 계단길을 내려서다 보니

왼편으로 만경대 암각서가 있어서 잠시 들러봅니다.

 

바위에는 망경대라는 큰 글씨와 함께 아래쪽으로 작은 글씨로 새겨진 글을 볼 수가 있네요.

포은이 저물어 가는 고려를 걱정하며 쓴 시라고 하는데

이곳에 황산대첩의 이성계와 함께 정몽주의 역사가 담겨져 있다는 사실이

얼마전 TV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정도전을 함께 떠올리니 더욱 흥미롭기만 합니다.

 

이 암벽에는 포은의 시뿐만 아니라 관찰사 이서구의 시도 새겨져 있나봅니다.

 

암곽서를 구경하고 다시 돌 계단길을 걷는데

성곽 아래로 삼경사의 모습이 나옵니다.

 

다시 삼경사 입구로 되돌아 와서 주차장으로 마지막 발걸음을 합니다.

바람에 살랑이고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의 풍경도 참 곱네요.

 

삼경사에서 다시 마을 주차장으로 내려 걷는데

마을 집 대문에 멋진 문패(?)가 걸려있어서 한참을 바라보게 됩니다.

하긴 '작은 행복'이라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은 아니고

마음의 욕심을 조금만 덜어내면 얻어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 욕심을 덜어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자연은 늘 그 길을 안내하고 때론 깨닫게 해 주지요.

오늘도 남고 산성 길을 걸으며 자연이 안내하는 소중한 길을 걷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