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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편백)을 찾다

모악산 편백나무 숲길 - 연분암길 탐방로를 따라

by 마음풍경 2012. 5. 20.

 

모악산 편백나무 숲길

(연분암길 탐방로)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인동 산 142

 

모악산 중인동 주차장 -> 금곡사길(금곡사) -> 북봉 -> 모악산 정상 ->

매봉 갈림길 -> 연분암(연분암길, 편백나무숲) -> 청하서원 -> 주차장

(10km, 4시간 30분 소요, 점심 및 휴식 포함)

 

 

지난주 상관 편백나무 숲에 이어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75)

이번주에도 전북 모악산에 있는 편백나무 숲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전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아주 규모가 큰 편백나무 숲은 아니지만

오늘 가는 모악산을 비롯해서 상관면 공기마을, 익산 두동마을, 내장산 편백 숲,

성수산 자연휴양림 및 전주 오송제 편백 숲 등

아담한 규모의 편백나무 숲이 다양한 곳에 조성이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모악산은 동서남북 사방으로 등산로가 나있으며

오늘은 전주에서 가장 가까운 북쪽 들머리인 중인동에서 시작합니다.

 

탐방로 안내도를 보니 이곳 중인동에서도 오르는 등산로가 참 많습니다.

저는 금곡사 길을 따라 북봉을 거쳐 모악산 정상에 오른 다음 다시 되돌아 나와서

편백나무 숲이 있는 연분암길로 내려올 예정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마을 길을 따라 정상을 바라보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조금 이른 시간인데도 모악산을 찾아오신 분들이 제법 되네요.

 

시골 마을의 돌담길 풍경이 참 정겹습니다.

아파트에서 자란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풍경이 이색적으로 보일지는 모르지만

어린 시절 돌담길 풍경을 보고 자란 세대에는 옛 향수를 불러오는 추억이 되지요.

 

마을을 벗어나 이제 본격적인 산속으로 들어섭니다.

왼편 길로 가면 금곡사 능선길로 가고 직진을 하면 금곡사를 거쳐 능선으로 가게되지요.

 

그런데 금곡사로 가는 이 소나무 숲길이 정말 좋습니다.

달콤하게 불어오는 아카시 향기도 제 몸을 감싸고요.

 

또한 청명하게 들려오는 새소리는 어찌나 매혹적인지요.

이곳에 오기전에 모악산 편백나무 숲이야 미리 생각했지만

이처럼 기대하지 않고 만나게 되는 자연의 선물은 그 기쁨이 배가 됩니다.

 

능선너머 오늘 올라야할 모악산 정상의 모습도 가깝게만 느껴집니다.

 

아주 고운 숲길을 걸어서 달성사 사찰 입구에 도착합니다.

 

달성사를 지나서도 아늑하고 편안한 숲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등산이 부담이 되는 분은 모악산 능선에 오르지않고 이 숲길만 왕복해도 참 좋을 것 같네요.

 

금곡사 가는 길목에 작은 규모의 편백나무 숲이 있어서

커피 한잔 하면서 아직 덜 깬 아침의 졸음을 지워보네요.

 

그리고 편백나무 숲을 지나 편안한 길을 이어걸으니 금곡사 입구에 도착합니다.

이제 이곳부터 제법 가파른 산길이 시작되지요.

 

물론 산길이라고 해도 여느 산길 보다는 참 포근하고 편안합니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산을 오르니 어느새 금곡사 능선길과 만나게 됩니다.

길이나 우리 삶의 인연이나 헤어졌다 다시 만나고

또 만났다 헤어지는 것이겠지요.

 

이곳은 산길이라기 보다는 숲길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정도로 참 좋은 길이 계속됩니다.

저도 과거에는 산 정상만을 목표로 무작정 오르던 시절도 있었지요.

마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에 나오는 봉우리를 무작정 올라가는 애벌레들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요즘에 산 정상은 그저 반환점에 불과하고

들머리에서 날머리까지 이어지는 그 모든 길이 전부 다 나의 행복입니다.

 

물론 세상을 살면서 어느 정도의 목표나 목적이 없으면 안되겠지만

그 목적에는 욕심과 욕망이 내재되어 있기에

이제는 남은 삶도 그렇고 걷기도 그렇고 목적 의식은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걷기를 다녀와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는 일이 그저 즐거워서 하는 일상인 것처럼 말입니다.

 

자연과 한몸이 되는 기분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모악산 주능선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정상을 향해 아주 편안한 능선 길을 이어걷습니다.

 

가던 길에 만난 산철쭉의 낙화 모습에서

왠지 봄이 너무 빨리 가버리는 느낌이 드네요.

 

문득 김용택 시인의 시에 노래를 입힌 범능 스님의

"그대 어느 산 그늘에"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이 납니다.

기다림이 다시 그리움이 되어버리는 것 또한 삶의 인연이겠지요.

 

날이면 날마다 이내 맘은 그대 오실 저 들길에 서 있었더라
날이면 날마다 이내 맘은 그대 오실 저 들길에 서 있었더라
이 꽃 피면 오실랑가 저 꽃 피면 오실랑가 꽃 피고 지고
그대 어느 산그늘에 붙잡힌 풀꽃 같이 서 있는지 대체 무슨 일이다요
저 꽃들 다 저불면 오실라요 찬바람 불어오고 강물소리 시려오면
이 내마음 그 어디에 서 있으라고 어둡도록 안온다요
이 내 혼자 어쩌라고 그대 없이 나 혼자 어쩌라고
저 들에 저 들국 지들끼리 다 저불 것소

 

 

연분홍의 산철쭉도 만나면서 능선을 이어오니

모악산 정상이 시원하게 조망되는 북봉에 도착합니다.

 

작년 오월초에 금산사에서 심원암을 거쳐 이곳에 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41)

 

그때의 기억이 왠지 아스라한 옛일 같이 느껴지는데

아직 1년밖에는 되지 않은 추억이었네요.  

 

하긴 이제는 내 머리속의 기억이라는 것도 시간이라는 척도보다는

그저 고무줄과 같은 추억속으로 흘러가나 봅니다.

 

모악산 정상을 향해 통신 시설 계단을 따라 오릅니다.

 

주차장에서 이곳 정상까지 4.5km에 약 2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나저나 정상에서는 특별한 정상석은 없고 어쩌면 통신 탑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 같지요. ㅎ

 

전망대로 올라서서 주변을 바라봅니다.

작년에 왔을 때도 조망이 좋지못했는데 오늘도 역시 조망이 탁 트이지는 않네요.

 

구이저수지가 바라보이는 동편의 조망도 아스라하고요.

 

금평저수지가 보이는 금산사 방향의 서편 조망도 조금은 희미하네요.

 

그리고 지나온 북봉의 모습과 오늘 더 이어가야할 능선 길이 참 포근하고 곱게 느껴집니다.

 

정상에서 주변 풍경을 감상하고나서 다시 되돌아 가기위해 계단을 내려섭니다.

 

파릇한 연두빛 풍경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진한 신록으로 단장을 했네요.

 

다시 올라왔던 금곡사 길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연분암을 가기위해 능선을 계속 이어갑니다.

 

이 능선길은 기존에 걸어왔던 능선길과는 다르게 바위들이 제법 많습니다.

바위에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무슨 글자인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정상에서 매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전주 시내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기도 합니다.

 

숲으로 가득한 앞선 길보다는 바위 조망터도 제법 있고요.

 

내려서는 길에 점심 식사도 간단하게 하고

향긋한 바람의 체취도 느끼며 걷습니다.

 

금선암길 삼거리도 지납니다.

연분암 길로 가려면 매봉쪽으로 조금 더 가야하지요. 

 

그나저나 전주시와 김제의 경계에 있는 모악산에는 20여개가 넘는 등산로가 있다고 하네요.

 

너무 산능선 길이 편해서 일까요.

어느새 연분암으로 내려서는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근데 이곳 안내판에는 연분암이 아니고 염불암이라고 표시가 되어있네요.

 

과거에는 염불암이었다가 그 이후에 연분암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하산길은 여느 산처럼 조금은 가파른 길을 내려섭니다.

물론 군데 군데 쉼터가 잘 조성이 되어있어 쉬엄쉬엄 내려갈 수 있네요.

 

연분암은 앞서 만난 암자들에 비해 암자의 느낌이 참 편안합니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한 느낌이 배여있고요.

 

정확한 사연이야 잘모르지만 이처럼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스님이라면

이곳 암자의 분위기와 닮은 분이 아닐까 합니다.

얼마전 불미스런 불교계 일로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지만

그래도 세상을 밝게 해주는 분들은 늘 여기저기 조용히 숨어있지요.

 

연분암 주변에서 금낭화 꽃들도 만났습니다.

지난번 대아 수목원 군락지에서 보고 다시 이곳에서 봐서인지 더욱 반갑네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72)

 

연분암을 지나 다시 숲길을 따라 걷습니다.

 

조금 내려서니 당초 만나고자 했던 편백나무 숲이 나옵니다.

 

진한 더덕과 아카시 향기 가득한 이곳 나무 데크에 자리를 깔고 누웠는데

향긋한 바람과 자장가 같은 새소리에 나도 모르게 스스르 잠이 들었네요. ㅎ

그나저나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느끼는 평온함이란게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들의 인기척에 잠을 깨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편백숲을 따라 길을 걷습니다.

더 있고 싶었지만 그러면 더욱 이곳을 떠나기 싫을 것 같아서 아쉼지만 발걸음을 돌렸네요.

 

인간 세상에는 좋은 것보다 어쩌면 나쁜 것이 더 많지만

나무들의 세상에는 서로 해하지 않고 배려하고 상생하는 모습만 가득하지요.

자연은 어리석은 우리를 늘 깨우치는 스승이라는 생각입니다.

 

산 아래쪽으로 내려서니 계곡을 따라 물소리도 들립니다.

 

그리고 금선암 입구에서 산길을 빠져나옵니다.

 

이제 금선암을 등지고 주차장을 향해

찔레꽃 향기 가득한 길을 걷습니다.

 

이곳 금선암 길은 들머리에 걸었던 금곡사 길에 비해 그늘도 없고 포장길이라 아늑한 맛은 없네요.

청하서원도 지나갑니다.

 

다시 중인동 주차장 입구로 되돌아 왔습니다.

 

늘 산과 숲에 오면 느끼는 거지만

오늘도 모악산 길을 걸으며 자연의 감사함을 다시 가슴에 담아보았습니다.

자연 속에서는 나무, 바람, 공기, 벌레 등등 모든 것들이 서로 공존하며 사는데

왜 우리는 그리 하지 못할까 생각봅니다.

욕심과 욕망때문에 인간끼리 서로를 해하고

또 자연에게 아픈 상처를 주는 모습들이 사라지는 세상은 없는 것일까요.

인간이 그 해답을 얻지못한다면 어쩌면 자연이 그 길을 알려줄지도 모르지요.

아주 큰 희생을 통해서라도..

 

 자연은 그것을 해하려 하는 자를 스스로 공격한다는 것이었으니,

그때 그 복수의 넓이와 깊이는 인간이 상상할 수도, 감당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으리라.

 

                                                             <성석재 소설 - '위풍당당'의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