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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전주 한옥 마을 돌담길 - 옛 문화와 예술이 가득한 길

by 마음풍경 2012. 2. 26.

 

전주 한옥마을 돌담길

 

 

전주소리문화관 입구 ~ 경기전 ~ 전동성당 ~ 전주공예품전시관 ~ 오목대 ~ 전주한방체험센터 ~

최명희 문학관 ~ 전주시 명인 공예관 ~ 전주전통술박물관 ~ 전주소리문화관 입구

(4km, 2시간 소요)

 

 

전주한옥마을은 국제슬로시티 중 하나로 도심에 고색창연한 옛 한옥이 밀집하여 자리하고 있으며

경기전, 전동성당, 오목대 등 역사적인 유물과 최명희 문학관, 전주전통술 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있는 곳입니다.

 

 

당초 동백꽃이 보고 싶어서 멀리 남녁 거제 앞바다의 섬으로 길을 나설까 했으나

날도 흐리고 아직 봄 기운도 느껴지지 않아 대전에서 가까운 전주로 발길을 했습니다.

전주에서 도착해서 한옥마을에서 가까운 왱이집에 들러 맛난 콩나물이 풍성한 국밥으로 점심을 하고

한옥마을 공영주차장이 있는 전주소리문화관 입구에서 경기전을 향해 한옥마을 돌담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전주한옥생활체험관(http://www.jjhanok.com)은 숙박을 하며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입니다.

저도 지난 2010년과 2011년에 한국관광공사의 한옥서포터즈 기자 활동을 통해

한옥에 관한 책도 사서 읽고 국내 이곳 저곳에 있는 한옥 민박 체험도 하면서

한옥에 좀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는 계기가 되었었지요.

 

전주 한옥마을 거리는 옛 것뿐만 아니라 현대 공예 등 다양한 예술품도 구경을 할 수 있습니다.

 

경기전 입구에서 달팽이 모습을 보니

전주 한옥마을도 국제 공인 슬로시티가 되었나 봅니다.

 

경기전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 즉 초상화를 보관하고 있는 곳이라 그런지 입구에 아주 큰 하마비가 서있습니다.

하마비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곳을 지날 때는 말에서 내려서 지나가라는 뜻을 새긴 표석이지요.

특히 경기전 입구에 있는 하마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마비라고 합니다.

하마비를 받치고 있는 돌 짐승의 모양이 조금 다른것을 보니 오른편에 있는 것이 숫컷이고 왼편이 암컷같네요.

 

이성계의 어진이 모셔져 있는 이곳이 보물 1578호인 경기전 정전입니다.

조선시대에 태조의 초상화를 모신 곳은 개성, 영흥, 전주, 경주, 평양 등 모두 5곳이었으나

이곳만을 제외하고는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 버렸고 이곳도 정유재란에 불타 없어졌으나 광해군 때 다시 세웠다고 하네요.

 

보물 931호인 이곳 경기전의 이성계 어진은

고종 때 기존의 낡은 어진을 태워 묻고 새롭게 그린 것이라 합니다.

 

익선관을 쓰고 곤룡포를 입고 있는 모습에서

조선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세운 인물의 위엄이 느껴집니다.

 

경기전 정전을 나와 옆으로 가니 땅을 향해 자라고 있는 매화나무를 만났습니다.

일반적으로 나무는 하늘을 향해 자라는데 이 나무가 땅으로 자라고 있는 사연이 궁금합니다.

누군가는 누워서 잠을 자고 있는 나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매화나무와는 대조적으로 바로 옆에는 시원하게 쭉쭉 뻣은 대나무 숲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용의 눈물과 왕과비와 같은 사극을 촬영햇다고 하네요.

 

대나무 숲의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서늘하고 시원한 느낌은 참 좋더군요.

 

대나무 길을 빠져나가니 예종 대왕의 태실 및 비가 있습니다.

그리고 태조의 태실은 대전둘레산길의 2구간에 속하는 대전 만인산 자락에 있지요.

 

돌담길을 따라 휘돌아 걷는데 경기전 건너편에 있는 전동성당이 멋지게 바라보입니다.

고풍스런 한옥과 서구 양식의 성당 모습을 한꺼번에 보는 풍경이 조금 이색적이지요.

 

 경기전에서 길을 건너니 바로 천주교 전주교구인 전동성당(http://www.jeondong.or.kr)이 나옵니다.

 

이곳은 1791년에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층(바오르)과 권상연(야고보)이 참수된 곳이라고 합니다.

얼마전에 정약전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순교 이야기를 다룬 김훈 작가의 "흑산"이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이곳이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지라고 하니 소설 속 이야기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이 성당은 고풍스런 로마네스트 양식으로 동양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성당이라고 합니다.

 

미사 시간외에도 성당의 내부를 자유롭게 관람할 수가 있습니다.

저도 성당을 거의 가보지는 않았지만 내부의 모습이 엄숙하면서도 참 아름답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겉으로 보이는 전동 성당의 아름다운 건축 모습과 다르게 가장 아픈 순교의 역사를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성당을 나서며 바라보는 분위기가 더욱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우리 인간에게 종교란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도 새삼 떠오르고요.

 

전동 성당을 나와 식당 및 카페가 즐비한 한옥 거리를 걷다가 전주 공예품 전시관으로 들어섭니다.

전주 한옥 마을은 단지 한옥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옛 문화와 예술 체험이 있기에 더욱 매력적이네요.

 

목 공예, 종이 공예, 석 공예 등 아주 다양한 공예품이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제법 붐비는 거리를 빠져나와 한옥 마을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오목대로 가기위해 계단길을 오릅니다.

 

이곳에 올라서니 아래쪽 마을의 번잡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무척이나 한가해서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져봅니다.

 

오목대는 고려 우왕 6년에 황산에서 왜구를 크게 물리친 이성계가

개선 길에 잠시 머물렀던 곳이라고 합니다.

 

오목대 구경을 하고 다시 계단을 내려서면서 바라보니

지붕이 빽빽하게 이어져있는 한옥 마을의 전경이 멋지게 펼쳐집니다.

 

 과거에 가보았던 순천 낙안읍성의 초가집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의 풍경입니다.

요즘은 아파트가 많이 있느냐 아니냐가 시골과 도시를 구분하는 것이 되겠지만

옛날에는 초가집과 기와집이 농촌 시골 마을과 도시 마을의 차이가 아니었을까요.

 

그나저나 70~80년대만 하더라도 꼭 한옥은 아니지만 지붕이 있는 집들이 참 많았는데

지금은 아파트라는 거대한 도시화 물결에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오목대 입구는 한옥 마을 둘레길이 시작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다시 오면 이 길을 걸어봐야 겠습니다.

 

전주 한옥 마을의 작은 골목 길도 고풍의 모습과 함께 예술의 정취가 가득합니다.

 

짧은 한 세상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며 만나기를 소망하는 마음은

언제나 애절하고 간절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사랑의 본질은 이미 이루어진 사랑이 아니라

늘 그리워하며 이루기를 소망하는 사랑이 아닐까요.

 

그리워라,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는데

내가 님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나를 찾아왔네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날 밤 꿈에는 같이 떠나

오가는 길에서 만나기를

 

 

조용하고 한적한 돌담길을 따라 걷는 여유도 느껴봅니다.

 

골목 길을 이리 저리 발길 가는대로 걷다보니

전주 한방문화센터(http://www.hanbangcenter.com) 앞에 도착했습니다.

 

당초 전주한방문화센터에서 한방 체험을 하려했으나

사람들로 붐비고 왠지 어수선해서 잠시 쉬기위해 건너편에 있는 분위기 좋는 카페로 들어섭니다.

 

창밖의 풍경이 바라보이는 탁자에 앉아

하트 모양이 아주 예쁘게 그려진 카페 라떼 한잔 합니다.

 

사자 모습 같은 아주 귀여운 멍멍이가 이 카페의 마스코트 인것 같네요. ㅎㅎ

 

참 오랜만에 창밖으로 사람이 지나가는 모습도 바라보며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나서 다시 주변 볼거리를 따라 나섭니다.

 

특별한 이정표는 없지만 전주 한옥마을의 시설들이 서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서인지

이리 저리 걷기만 해도 가고픈 곳이 바로 바로 나옵니다. ㅎㅎ

그 발걸음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최명희 문학관에 도착했습니다.

 

혼불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양반가 종부 3대의 파란 만장한 이야기를 그린 장편 소설로

최명희 작가가 무려 17년 동안 집필한 작품이라 합니다. 200자 원고지만 12,000장 분량이고요.

이 육필원고를 보니 몇년전 전남 벌교의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만난 16,000매의 원고지가 생각이 나더군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92)

 

그리고 혼불이 작품의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소설속에서

우리의 아름다운 모국어로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와 민속 생활의 속성 등을 생생하게 복원한 것이라 합니다.

또한 제가 어린 시절 놀러갔던 외갓집이 혼불의 무대가 되었던

매화꽃이 흩날려 뚝 떨어져 앉는 곳이라는 "매화낙지"라 불리는 곳이었기에 더더욱 관심이 있었지요.

 

최명희 문학관을 구경하고 길을 나서니 아름답고 정겨운 흙 돌담길도 만나봅니다.

 

요즘에는 시골에 가도 이렇게 거칠게 흙으로 만든 돌담길을 만나기가 쉽지는 않지요.

 

오늘 전주 한옥마을 길을 처음 걷을 때는 주말이라 그런지 경기전 주변의 큰길에 차들이 정체가 되어있어서

어수선하고 실망스러웠으나 그 주변을 벗어나니 이처럼 참 한적하고 한가로움이 가득한 길을 만나 다행입니다.

 

그리고 조용하고 소박한 길을 걸으며 부담없이 옛 문화와 예술을 감상 할 수 있는 곳도 많아서 좋고요.

 

전주시 공예 명인관에는 한지로 만든 멋진 조명등이 전시가 되어있더군요.  

 

 어쩌면 이런 모습이 서구의 문명과 우리나라의 문화가 아름답게 융합된 케이스인것 같습니다.

 

단순한 전등의 빛이 한지를 통하니 너무나 아름다운 조명으로 재탄생을 하니까요.

  

이제 오늘 한옥마을 구경의 마지막으로 전주 전통술 박물관에 잠시 들러봅니다.

앞 마당에 들어서니 술이 익는 냄새가 풍겨오네요.

 

술박물관 내부로 들어서니 우리나라 전통 술을 만드는 방법이 자세하게 나와있는데

이를 재현하는 인형의 모습이 무척이나 정겨워 이 인형들을 팔면 한세트 사고 싶더군요.

 

다시 처음 걷기를 시작한 곳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비록 약 2시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옥 돌담 길을 따라 여러가지 전통의 모습들도 새롭게 구경을 하고

오랜만에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도 마시면서 여유롭게 보낸 고마운 시간이었네요.

 

봄이 되면 다양한 체험 행사도 많을 것 같아서 아이들과 함께 오면 아주 좋은 경험이 될것 같네요.

다만 주말 큰길 주변만이라도 차를 통제하여

좀 더 여유롭고 편한 발걸음으로 한옥마을 길을 걸을 수 있으면 더욱 좋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