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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전북 고창읍성 성벽길 - 액운을 쫓고 복을 비는 성벽밟기

by 마음풍경 2012. 1. 29.

 

고창읍성(高敞邑城) 성벽

 

고창읍성 주차장 ~ 북문(공북루)~ 동문(등양루) ~ 서문(진서루) ~ 풍화루 ~ 객사 ~

작청 ~ 관청 ~ 신재효 고택 ~ 주차장(약 2.5km, 1시간 소요)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읍에 있는 조선시대 초기의 석축 읍성으로

사적 제145호. 둘레 1,684m, 높이 3.6m. 모양성(牟陽城)이라고도 한다.

축조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며, 숙종 때 이항(李恒)이 주민의 힘을 빌려

8년 만에 완성시켰다는 설과, 1453년(단종 1)에 축조되었다는 설이 있다.

 

설 연휴를 지나고 맞는 첫 주말이라 올 한해 액운을 쫓고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 고창 읍성을 찾아봅니다.

 

돌을 머리에 이고 성벽을 한바퀴 돌면 다리 병이 낫고 두바퀴를 돌면 무병장수하고

또 세바퀴를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특히 3월 윤달중에서도 저승문이 열리는 엿샛날에 걸으면 가장 효험이 있다고 하네요.

생각해보니 오늘이 3월 윤달은 아니지만 음력으로 정월하고 초엿새이기에 조금의 효험은 더 있겠지요. ㅎ

 

고창읍성의 출입구인 공북루를 지나 이제 시계방향으로 성벽길을 걷습니다.

이 길은 우리나라 100대 아름다운 길이기도 하네요.

 

성벽으로 오르니 저 멀리 흰눈으로 덮힌 방장산 능선이 한눈에 다가옵니다.

이 성은 방장산 너머에 있는 입암 산성과 연계가 되어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전초 기지였다고 하네요.

 

일제시대에 이곳 성벽에서 3.1 만세 운동을 했다고 합니다.

성벽에 올라서면 고창 마을 전체가 다 내려다 보이기에 이곳에서 만세를 외쳤겠지요.

 

이곳을 관리하시는 분이 성벽이 눈에 얼어서 걷기에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안전하게 조심해서 걷겠다고 말씀을 드렸네요.

원칙은 아이젠이 없으면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소박하게 눈이 쌓인 성벽 길을 살금 살금 걷는 느낌도 참 독특합니다.

늘 위태 위태하기만한 우리네 인생길을 닮았다고 할까요.

 

성벽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조심 조심 걸으니 어느새 동문인 등양루가 보입니다.

이 성의 둘레는 1,684m에 높이는 4~6m이고 면적은 5만평 정도로 아주 큰 규모의 성은 아니지요.

 

방장산은 겨울 설산으로 제법 유명한 산인데

과거 산에 푹 빠져있을 때도 저 산은 가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늘 이렇게 편하게 바라만 보라는 인연이 아닌가 하네요.

 

성벽 안쪽으로 멋진 소나무가 무척이나 많아서

바람도 막아주고 향긋한 솔내음도 나는 것 같습니다.

 

 아주 멋진 모습을 자랑하는 소나무들이 원래 이곳에 있던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옮겨 심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나무와 벗하며 성벽을 걸으니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흰 눈 덮힌 방장산의 넉넉한 풍경과 아름다운 자태의 소나무

그리고 고창읍성 성벽길이 한폭의 그림처럼 참 잘 어울립니다.

 

성벽너머 꽁꽁 얼어있는 저수지의 풍경도 아스라하게 다가오네요.

 

 과거에 가보았던 순천 낙안 읍성은 성안에 초가집의 풍경이 아주 아름다웠는데

이곳은 성밖으로 펼쳐지는 도심의 모습이 또한 이채롭습니다.

 

이처럼 아파트가 있는 도시의 모습과 옛날 풍경을 한꺼번에 바라볼 수 있는 곳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늘같이 눈 쌓인 겨울에 걸어도 좋지만 꽃이 화사한 봄에 걸으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눈길을 뽀드득 뽀드득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서문인 진서루에 도착했습니다.

 

고창 읍성은 자연석 성곽으로 이곳 성벽은 아주 오래된 느낌이 가득 배여있는 것 같습니다.

 

이 성벽길을 걸으며 무슨 대단한 복을 빌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처럼 두발로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건강하게 다닐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아름다운 길이 참 많은데

그 길을 내 두발로 걷지 못한다는 것은 나에게 죽음과도 같네요.

 

물론 인간의 목숨이 유한하기에 언젠가는 그 걸음을 멈춰야 할날은 오겠지요.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건강하게 걷고 싶습니다.

이 길을 걸으며 그리 소망해 보았습니다.

 

성벽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아서

얼마 걷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처음 시작한 북문이 보입니다.

 

이제 성벽 걷기를 마무리하고 성 안쪽으로 들어가봅니다.

축성 당시에는 동헌과 객사 등 모두 22동의 관아 건물이 있었으나 방화로 소실되고

1976년부터 성곽과 14동을 복원 정비하였다고 하네요.

 

성벽에서 만났던 멋진 소나무들을

이렇게 펼쳐진 모습으로 바라보니 더욱 멋진 풍경입니다.

 

나무가 없다면 인간은 아마 살수가 없겠지요.

하여 나무를 보면 늘 고마운 마음이 앞섭니다.

 

성내 길을 따라 오르니 파견 관원의 숙소였던 고창 객사가 나옵니다.

과거 객사는 없어지고 1991년에 새롭게 복원한 건물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객사를 휘돌아 내려오니 이방과 아전들이 소관 업무를 처리하던 청사인 작청을 만나게 됩니다.

보통 관청은 익숙한데 작청이라는 이름은 조금 생소하더군요.

 

참 오랜만에 이곳 멋진 한옥을 배경으로 포즈 한번 취해봤습니다. ㅎ

 

작청을 지나 내려오는 길에 소나무가 병풍처럼 펼쳐지는 곳에 위치한 관청도 구경합니다.

 

그리고 관청과 옥사를 지나 다시 출입구인 북문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고창읍성을 빠져나가 읍성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우리나라 판소리를 집대성 하신 동리 신재효 고택으로 가봅니다.

 

신재효 선생은 이곳에서 판소리 여섯 마당의 쳬계와 판소리 사설을 만드셨다고 합니다.

 

물론 후학도 양성을 하셨고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명창인 진채선도 이분이 무척이나 아낀 제자이기도 합니다.

 

문득 2009년에 질마재 길을 걸을 때 찾아보았던 진채선 생가터가 생각이 나고

이들의 애틋하고 간절했던 사랑 이야기가 다시 떠오릅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82)

개인적으로 한편의 멋진 영화같은 줄거리라 생각했었는데

그후 2010년에 진채선이라는 소설책이 발간되기도 했었지요.

 

고창읍성 성벽길도 걷고 또 신재효 선생의 고택도 구경을 했는데 한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작은 소망 하나 빌며 걸어본 편안한 길이었네요.

 

그나저나 이곳 고창에도 예향 천리 마실길이 만들어졌나봅니다.

이곳 마실길은 다시 질마재길로 연결이 되는 것 같고요.

다음에 고창에 다시오면 이 길도 걸어봐야 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