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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오대산 옛길 -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눈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2. 1. 15.

 

오대산 옛길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월정사 매표소 입구 ~ 일주문 ~ 전나무 숲길 ~ 월정사 ~ 남대(지장암) ~

회사거리(오대산 옛길 8km 시작) ~ 섶다리 ~ 오대산장 ~ 상원교 ~ 상원사

(약 11km, 3시간 30분 소요)

 

 

오대산 옛길은 오대산의 명사찰인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옛길로

월정사와 상원사 사찰 구경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월정사 전나무숲을 만날 수 있으며

오대천 숲길을 따라 아주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힐링 길입니다.

 

 

올 겨울은 생각보다 눈이 많이 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강원도 평창 지방은 눈이 많이 왔기에

서늘한 공기를 마시며 포근한 눈 길을 걷기 위해 오대산 옛길을 찾아봅니다.

오대산 옛길은 월정사를 지나 회사거리부터 시작하지만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걷기위해 월정매표소 입구에서 걷기를 시작합니다.

 

매표소에서 차도를 조금 걸어가니 월정사 일주문이 나오네요.

 

이곳 일주문에서 월정사까지 약 1km 구간이 아주 매력적인 전나무 숲으로 이어집니다.

 

전북 변산에 있는 내소사 입구의 전나무 길과 무척이나 유사하지요.

눈이 풍성하게 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쭉쭉 뻣은 전나무를 벗하며 걷는 길이 참 평온합니다.

 

전나무 이름의 유래가 젖나무에서 유래가 되었다는 것을 저도 이 안내판을 보고 처음 알았네요.

 

옆으로 차도가 생기기전인 1994년까지 이 길은 포장이 되어 차가 다니는 길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08년에는 아스콘 포장을 걷어내고 지금과 같은 흙길을 조성했다고 하네요.

 

이 전나무 고사목은 2006년 10월 23일에 땅에 쓰러지기 전까지 약 600년이 된 최고령 전나무였다고 합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처럼 이 고사목도 속은 빈 겉부분만 남아있더군요.

 

이 고사목도 이미 성장의 삶을 버리고 죽음의 세계로 들어가 있네요.

나무는 살아서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여전히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천년 가까이 울창하게 살아가는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죽음 또한 그속에서 아름답게 공존하는 의미를 새롭게 느껴봅니다.

 

전나무는 편백나무 다음으로 피톤치트를 많이 내뿜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천년 전나무 숲길을 걷는 기분이 너무나 샹쾌해지나 봅니다.

 

잠시 걸은 것 같은데 벌써 월정사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그나저나 너무나 아름다워서인지 멋진 길을 바람처럼 휙 지나온 느낌입니다.

 

월정사는 조계종 제4교구 본사로 지장율사에 의해 643년(선덕여왕 12년)에 창건한 절로

1,400여년 동안 오만보살이 상주하는 문수신앙의 중심지라고 합니다.

 

특히 월정사를 대표하는 것이 국보 48호인 팔각구층석탑입니다.

고려시대 대표 석탑으로 우리나라 팔각 석탑으로는 가장 높은 15.2m라고 하네요.

석탑앞으로 보물 139호인 석조보살좌상의 무릎 꿇은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물론 이곳에 있는 좌상은 모조품이고 실제 보살좌상은 성보 박물관에 있다고 합니다.

 

월정사 가람 주변에도 전나무 숲이 울창하지만 특히 큰 법당인 적광전 뒷편으로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소나무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이제 월정사를 지나 오대산 옛길을 걷기위해 상원사 방향으로 걷습니다.

 

가는 길에서 벗어나 일만의 지장 보살이 머물러 계신다는 남대(지장암)에 잠시 들러봅니다.

오늘은 오대산 옛길을 걷지만 당초에는 오대산의 이름을 유래한 오대인

북대(미륵암), 동대(관음암), 서대(수정암), 중대(사자암), 남대(지장암)을 전부 돌아보는 암자길을 먼저 생각했었지요.

물론 나중에 다섯 암자를 잇는 길도 걸어보아야겠습니다.

 

이곳 지장암은 현재 비구니 스님들의 참선 도량이며 기린선원이 있는 곳이라 합니다.

그래서인지 깨달음을 주는 좋은 글귀가 이곳 저곳에 있더군요.

 

지장암을 되돌아 나와 전나무 숲으로 둘러쌓인 부도전을 지납니다.

 

그리고 반야교를 건너자 눈쌓인 오대천 계곡이 시원한 하늘을 배경으로 나타납니다.

계속 숲길만을 걸어서인지 갑자기 세상이 밝아지는 느낌이네요.

 

이제 이곳 회사거리에서 8km의 오대산 옛길이 시작됩니다.

 

오대산 옛길은 차도를 버리고 오대천 계곡을 따라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20리 길입니다.

 

오대천을 따라 계곡 이리 저리 돌다리를 건너 왔다갔다 하는 재미도 있지요.

 

이제 하얀 눈이 쌓인 본격적인 오대산 옛길을 걷습니다.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는 계곡의 풍경이 참 적막합니다.

얼음이 두꺼워서인지 계곡 물소리 조차 들리지 않네요.

 

계곡 옆으로 숲길을 걷다가 꽁꽁 얼어 수확을 하지못한 배추밭도 지납니다.

 

그나저나 겨울에 걸어보는 오대산 옛길은 

이런 모습마저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드문 드문 얼음장밑으로 흐르는 물 소리도 정겹게 들리고

녹은 얼음 사이로 제법 철썩이는 소리도 들려줍니다.

 

계곡을 건너기 위해 눈이 소복하게 쌓인 나무 다리도 뒤뚱 뒤뚱 건넙니다.

 

때론 쌓인 눈으로 인해 지나간 발자국조차 희미해진 미끄러운 계곡 바위 길을 지나가기도 합니다.

 

바위 길을 지나니 다시 포근한 숲길이 계곡 옆으로 이어지기도 하네요.

 

조용하기만한 눈 쌓인 숲길을 빠져나가니

멀리 멋진 오대산 능선이 펼쳐지는 시원한 풍경도 만나게 됩니다.

 

이곳 오대산으로 오는 내내 눈발이 뿌렸는데 이제 하늘도 맑게 개였네요.

 

이곳 오대산 옛길은 겨울뿐만 아니라 시원한 계곡 물이 흐르는 여름에 걸어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장마철처럼 물이 많이 불어나면 길을 걷기가 어렵겠지만요.

 

오대산 옛길의 중요 지점인 섶다리에 도착했습니다.

 

섶다리는 여름에 홍수가 나면 다리가 떠내려 가기에 이별다리라고도 한답니다.

 

과거 겨울에는 늘 눈이 쌓여있는 바람이 부는 능선 길을 걸었는데

이처럼 적막함만이 가득한 계곡 길을 걷는 기분도 참 좋습니다.

 

능선은 바람이 많이 부는지 시원하게 하늘로 뻣은 나무너머로 하얀 구름이 분주하게 지나갑니다.

 

겨울 계곡 길을 걸으며 느끼는 것은 바로 휴식의 의미인것 같습니다.

봄, 여름, 가을 내내 분주하기만 한 자연의 모습이지만

겨울에는 이처럼 봄의 기다림을 가득 키우며 "쉼"이라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 같지요.

 

자작나무처럼 보이는 나무인데 줄기색이 달라 찾아보니

자작나무과의 거제수 나무라고 하네요.

 

오대산 옛길은 때론 계곡 옆으로 만들어진 나무 테크 길을 걷기도 합니다.

 

그리고 얼음이 살포시 얼어 있는 작은 계곡을 조심 조심 건너기도 하고요.

 

물론 황홀할만큼 아름다운 순백의 눈길을 지나가기도 하지요.

이곳에 차마 어지러운 흔적을 남기기 어려워 걷는 것을 망설이기도 해봅니다.

 

이렇게 저렇게 길을 이어오니 오대 산장이 나타납니다.

 

과거에는 산장이 낭만이 있었는데 요즘은 모두 대피소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을 뿐만 아니라

늘 사람들로 북적이기에 이런 느낌은 찾기가 어렵게 되었지요.

 

하늘의 별이 지상으로 내려와 사는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쩌면 자연으로 스며드는 말 그대로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들은 그런 자연스러움을 늘 인위적인 것들로 바꾸려고 하고요.

 

자연은 그런 인간의 욕심에 맞서 늘 있는 그대로를 지켜려고 하고요.

나도 인간으로 살기에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만을 늘 보여주는 자연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숲길을 걸다가 잠시 차도로 나왔네요.

이곳은 비포장 길이라 그런지 내린 눈이 쉽게 녹지 않고 얼음 길이 되었습니다.

 

차도를 잠시 걷다가 상원교 입구에서 다시 계곡 길로 접어듭니다.

산 능선너머 옅은 햇살 아래 겨울 잠을 잠자고 있는 듯한 자연의 모습들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재미난 모습을 만드는 풍경도 만나보고요.

 

계곡을 따라 은은한 목탁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이제 상원사에 도착 하나봅니다.

 

전나무 숲을 빠져나와 상원사 입구 주차장에서 20여리의 오대산 옛길을 죵료합니다.

과거 오대산을 산행하기 위해 이곳에 마지막으로 온 것이 2007년 12월이었으니

벌써 만 4년이 지나갔네요.(http://blog.daum.net/sannasdas/11844748)

 

이제 오대산 옛길도 전부 마무리 했고

가벼운 마음으로 바로 위쪽에 있는 상원사를 가보기로 합니다.

 

상원사는 조선 세조 대왕과의 인연이 깊은 사찰이지요.

사찰 가는 길 입구에 세조가 목욕 할 때 의관을 걸어놓았던 관대걸이가 있습니다.

 

상원사는 월정사와는 다르게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사찰이지요.

돌 계단을 따라 상원사 경내로 올라가 봅니다.

 

돌 계단을 올라서니 주변 능선이 시원하게 바라보이는 상원사가 나옵니다.

상원사는 원래 이곳 아래쪽에 전여원이라는 절이 있었으며

전여원이 사라진 후 전여원이 있던 자리 위쪽에 절을 세웠다해서 상원사라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입구에서 만난 관대걸이와 함께 이곳 고양이 석상 또한 세조와의 이야기를 전해주지요.

세조가 왕위에 오른 후 몸에 생긴 종기를 치료하고자 이곳에 왔을 때 계곡에서 문수보살을 만나 병을 고친 사연이 있고

또한 법당에 들어가려던 그의 옷소매를 끌어당겨 불상 밑에 숨어있던 자객으로 부터 목숨을 구하게한 고양이에 얽힌 사연도 있습니다.

 

상원사 앞 마당에서 서서 눈 쌓인 동대산 능선을 바라보며

월정사 전나무 숲길과 오대산 옛길을 마무리 합니다.

 

과거 겨울 오대산을 산행 할때보다는 무척 쉬운 길을 걸었지만

오대산을 올라 산능선에서 바라보는 화려한 조망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고

오대산 옛길 속에는 적막하면서도 정감이 가득한 겨울 풍경이 보물처럼 숨겨져 있었네요.

애잔하면서도 적막한 겨울의 속삭임을 가득 느껴보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