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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오대산 비로봉 겨울 조망길 - 비로봉에서 상왕봉 능선길

by 마음풍경 2007. 12. 23.

오대산 비로봉

 

 

상원사 주차장 ~ 중대 사자암 ~ 적멸보궁 ~ 비로봉(1563.4m) ~ 상왕봉 ~ 북대미륵암 임도 ~ 상원사 주차장

(약 13km, 5시간 30분, 식사, 휴식 포함)

 

올 겨울도 점점 깊어가고 오늘이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지이건만 날은 마치 봄 날처럼 포근합니다.

옛날 같으면 고드름따서 장난하고 장독대에 수북히 쌓인 눈을 치웠을 때인데

지구 온난화 현상때문인지 갈수록 겨울이 겨울답지 않네요.

여하튼 오늘은 산보다 월정사와 상원사라는 절이 유명한 오대산으로 갑니다.

보통 오대산 산행하면 비로봉 정상보다는 노인봉에서 이어지는 소금강 코스를 말하지요.

하지만 산사의 정취도 느끼고 장쾌한 능선 조망을 맛볼 수 있는 비로봉 상왕봉 코스도

겨울 산행으로는 참 좋은 산행 코스입니다. 

 

 

대체적으로 국립공원이 유명한 절과 연계되어 있지만 오대산은 그 이름처럼 불교의 역사가 많은 산입니다.

오대산의 이름도 극락세계의 다섯 보살인 관음, 미타, 지장, 석가, 문수보살이 다섯봉우리에 머문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고

이 각각이 중대 사자암, 동대 관음암, 서대 수정암, 남대 지장암, 북대 미륵암의 고유한 이름을 갖게되었다고 합니다.

 

 

10시 20분경에 비포장 도로를 달려 상원사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비로봉까지는 3km가 약간 넘지만 고도차가 상당해서 가파른 길이 계속 이어지지요.

 

10시 40분경에 산행을 시작합니다.

 

눈이 많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대전에서는 보기 힘든 눈길이기에 걷는 기분은 참 좋네요.

 

당초 눈이 온다는 예보를 봤으나 하늘이 너무나 깊고 푸르네요. 오늘 산행의 조망이 왠지 기대됩니다.

 

20여분을 전나무 숲길을 따라 편안한 길을 오르니 중대 사자암 입구에 도착합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산길입니다.

 

사자는 문수보살이 타고 다니는 자가용?인 만큼 비중도 큰것 같습니다.

사자암이라는 암자도 멋지고요.ㅎㅎ

  

사자암은 오대산 비로봉과 적멸보궁 아래에 위치하면서 이름처럼 다섯대의 암자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지요.

  

사자암위로 구름이 긴 꼬리를 만드네요.

 

풍경이 처마끝에 매달렸으면 청명한 바람 소리라도 들었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사자암은 다시 지은지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화려함은 있으나 깊은 산사의 느낌은 조금 떨어지더군요.

 

이제 사자암을 지나 적멸보궁으로 항합니다.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다보니 11시 30분경에 적멸보궁에 도착했습니다.

 

 적멸보궁 위로 피어오른 구름의 모습을 보니 영험한 기운이 피어오르는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곳은 태백산 정암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영취산 통도산과 함께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이지요.

   지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석가모니의 정골사리 즉 머리뼈 사리를 모신곳이라고 합니다.

 

마침 동지라 떡도 얻어먹고 주목를 벗하며 비로봉으로 향합니다.

 

높이를 높여갈 수록 하늘은 더욱 투명해지네요.

 

만약 구름이 없다면 하늘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요. 서로 의지하는 소중한 벗이네요.

 

능선을 오르면 오를수록 조망도 조금씩 트이기 시작합니다.

 

매력적인 산능선도 하나 둘씩 보이고요.

 

높은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아스라한 조망의 느낌.. 가파른 길이지만 뒤돌아보면 힘든 마음이 없어지지요.

 

깊고 깊은 하늘이 머리위로 가득하고요.

 

멀리 남동쪽으로 바라보이는 발왕산도 구름위에 떠있는 섬과 같습니다.

 

오늘은 운해까지 함께해서 더욱 멋진 조망이 만들어지네요.

 

발왕산의 스키 로프도 희미하게 보입니다. 저곳은 아마도 스키인들로 붐비겠지요. ㅎㅎ

 

동쪽으로는 지난 일요일 갔었던 선자령 정상이 보이네요.

 

고개길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눈속에 서있는 성채처럼 보입니다.

 

 

마치 환타지 영화에 나올만한 그런 풍경처럼 느껴지고요.

 

 

하늘이 온전히 트이는걸 보니 이제 비로봉 정상인가 봅니다.

   파란하늘과 구름 그리고 운해의 풍경은 여전히 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발왕산은 운해로 인해 더욱 화려하게 피어나고요.

 

동대산과 황병산너머 이어지는 능선의 물결..

 

외로이 떠있는 섬과 같은 산.. 모든게 황홀한 시간입니다.

 

주변 풍경에 빠져 정작 정상석은 잊고 있었네요. ㅎㅎ 12시 30분경에 비로봉 정상에 도착합니다.

 

 

백두대간의 웅장한 능선이 겨울속에 잠들고 있는것처럼 잔잔합니다.

 

북동쪽 방향 설악산 능선은 오늘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입니다.

 

대청봉의 모습을 이렇게 운해와 함께 볼줄은 몰랐지요.

 

대청봉과 중청의 능선이 편안하고 아늑하게 다가오는 느낌.. 같은 사람도 여러가지 느낌이 드는데 산도 마찬가지인가봅니다.

   서북능선에서 바라본 대청봉의 모습과는 그 느낌이 다르네요.

   

잠시동안 비로봉 주변 풍경에 빠졌다가 다시 상왕봉을 향해 눈 쌓인 길을 이어갑니다.

 

12시 50분경에 눈길에서 식사도 하고요. 이곳 능선은 제법 눈이 많습니다.

 

1시 20분경 식사를 마치고 상왕봉을 향해 산행을 계속 이어갑니다.

 

편안한 능선길을 따라 눈길을 걷다보니 이제 상왕봉도 지척이네요.

 

설악산 대청봉도 점점 더 가깝게 다가옵니다.

 

작년 제주에 갔을때 구름위에 떠있는 한라산이 생각납니다.

   문득 이시간에 대청봉에 서있다면 저 운해의 풍경을 어찌 감당했을지.. 이렇게 멀리서 봐도 가슴 벅찬데

 

등뒤로 보이는 햇살은 벌써 많이 약해졌네요.

 

이 주목에 눈으로 하얀 옷을 입고 있다면.. ㅎㅎ 너무 욕심이 크지요. 이정도로도 무척이나 만족하는데

   

멋진 주목이 있는 눈길을 지나갑니다.

 

고라니 발자국일까요.. 이 눈속에 먹이는 있나 모르겠습니다.

 

모든게 알몸으로 다가오는 겨울의 산..

 

이 나무들은 추워서 꼭 껴안고 있는 걸까요. ㅎㅎ

 

2시경에 상왕봉에 도착했습니다. 

 

 

지나온 비로봉 능선은 이제 어둠이 깊어가는것 같습니다.

 

이곳 상왕봉에서 바라본 설악산 능선의 풍경은 어찌나 좋던지..

 

소망을 먹고 자라는 탑을 바라보며 힘든 세상살이지만 희망이라는 단어를 다시한번 떠올려보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설악산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하산을 시작합니다.

 

2시 20분에 두로령 갈림길을 지나 오른편길로 내려섭니다.

 

 20여분 내려서니 임도길이 나오고요.

 

임도길을 거슬러 300여미터가면 북대사인데 오늘은 그냥 내려섭니다.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오대산의 다섯 암자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것 같습니다.

 

이 길은 구룡령을 넘어 명개리에서 빠져나와 월정사 아래까지 이어지는 길이지요. 11월 중순까지 통행이 가능하고요.

오늘은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시간입니다.

 

때론 회색빛의 무채색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다가

 

 

 

또 때론 짙은 파란 하늘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구름의 움직임을 한참 쳐다봤습니다.

  

 

3시가 넘어가니 겨울 해도 산 능선 너머로 사라지고 있네요.

 

비로봉 정상도 어둠이 깊어가고요.

 

추운 한겨울에도 생명의 움직임은 조용히 조용히 흔적을 남기지요.

 

길은 끝이 없어서 좋지요. 저 눈 길이 온전히 제 마음속으로 들어와 다시 흘러 나가는 느낌..  

4시경에 다시 출발한 주차장에 도착해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모든 자연을 보라.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가고 나면
그 소리를 남기지 않듯이,
모든 자연은 그렇게 떠나며 보내며 산다.


하찮은 일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지나간 일들에 가혹한 미련을 두지 말라.

그대를 스치고 지나는 것들을 반기고
그대를 찾아와 잠시 머무는 시간을 환영하라.

 

그리고 비워두라.
언제 다시 그대 가슴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 채근담 중에서 -

 

아무리 가슴 벅찬 풍경도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도 바람처럼 잠시동안 머물다 다시 바람처럼 스쳐가겠지요.

오늘 산행에서도 한동안은 마음을 채웠다가 다시 내려서면  가득찼던 마음이 텅 비어있음을 느낍니다.

산은 나에게 항상 새롭게 채우고 또 비우고 다시 새로운 느낌을 채워주는 마음의 청정기 같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