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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계족산 겨울 산행길 - 장동산림욕장에서 계족산성으로

by 마음풍경 2007. 12. 19.

 

 

계족산 겨울 산행길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 풍경이 싫긴하지만 그래도 대선이라고 하루 쉬는 휴일은 반갑네요. ㅎㅎ

하여 집에서 빈둥 빈둥 노느니 산악회 몇몇 분들과 계족산 벙개 산행을 했습니다.

 아직 10시가 넘지 않아서인지 장동산림욕장 입구에는 서리가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높은 산에만 상고대가 있는것 아닌가 봅니다.

어찌보면 넉넉함과 편안함을 주는 눈꽃보다 서리가 피어있는 풍경은 더욱 섬세합니다.

 

가파른 능선을 타고 오르는데 능선너머로 햇살이 들어옵니다.

이런 모습을 한줄기 빛이라고 하겠지요.

 

아침 안개와 아침 햇살의 절묘한 조화..

역시 부지런해야 좋은 풍경도 담을 수 있나 봅니다.

 

능선에 올라서니 하늘이 트이고 하얀 구름이 드러나네요.

아침 안개 속을 걸어서인지 더욱 시원한 느낌입니다.

 

장동 산림욕장의 임도길은 안개 비가오면 더욱 운치가 있지요.

비를 맞고 걷고픈 길이기도 하고요.

 

한가로운 산행에 한걸음 한걸음 옮기다 보니

어느새 계족 산성이 눈앞에 다가오네요.

 

산성위로 올라서니 세상이 온통 구름에 갇혀있습니다.

도시가 운해속에 담겨있는 모습을 보기란 쉬운게 아닌데.

 

구름너머 보이는 것은 저너머 또 다른 능선뿐

높이를 자랑하던 빌딩도 아파트도 모두 저 구름 아래 잠겨있네요.

 

이곳 산성에 올라 이처럼 멋진 운해를 볼 줄은 몰랐습니다.

미리 생각했다면 그저 당연시 되었을텐데

같은 사물이라도 이처럼 그 느낌이 다르니..

하여 항상 새로운 기대감에 마음을 열고 살아야 하나봅니다.

 

운해의 바다에 떠있는 섬처럼 느껴지네요.

저멀리 보이는 산이..

 

작년 가을에 왔을때는 바람에 한가로이 흔들리는 억새만 가득했는데

 

이제는 그 흔적들을 털어버리고

알몸으로 추운 겨울을 지내야 하나봅니다.

 

계족산성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이 넉넉한 언덕이 참 사랑스럽지요.

 

해가 얼추 중천에 떠 있는데도 대청호 방향 안개는

쉽사리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네요. ㅎㅎ

 

햇살은 그 안개를 벗어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요. ㅎㅎ 

안개와 햇살의 숨바꼭질 풍경이 정겹네요.

 

이곳 언덕에 살포시 하얀 눈이 쌓여 있으면 얼마나 황홀할까요.

눈을 감고 그 풍경을 상상해 봅니다.

 

이제 봉황정으로 향하기 위해 계족 산성을 내려섭니다. 

 

뒤돌아본 하늘은 이제 안개의 흔적을 깔끔하게 지운것 같지요.

 

하지만 운해의 에너지는 쉽게 약해지지 않습니다. ㅎㅎ

 

그래도 봉황정을 지나 능선길로 내려서는데 언제 운해의 물결이 있었는가

의심이 들 정도로 깔끔해졌네요.

 

죽음과 삶이 하나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풍경이 왠지 새롭게 눈에 들어옵니다.

 

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능선길입니다.

산불로 인해 들어난 황폐함이지만

시원한 조망을 주는 이 아이러니함이란..

 

올 겨울 눈이 많이 오는날

배낭을 챙겨 이 길을 꼭 걸어야 겠네요.

 

벌써 12월도 중반을 넘어섰건만

계족산 임도길에는 늦가을의 정취만 가득하네요.

 

새뜸 마을의 운치있는 풍경은 여전하지요.

여유롭고 아늑해 보이는 느낌이.

 

"알알이 영근 사랑"이라는 꽃말의

피라칸타의 풍경도 이색적으로 다가옵니다.

공기 청청에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 주변 공기가 더욱 맑은것 같네요. ㅎㅎ

 

약 3시간이 조금 넘은 짧은 산행이었지만

시간과 거리의 구애를 받지않는 여유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여하튼 눈이 오는 날이 기다려지네요.

하여 기다림과 설레임의 좋은 감정 하나 가슴에 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