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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청남대 대통령길 - 만추의 풍경이 깊게 스민 역사의 길

by 마음풍경 2014. 11. 9.

 

청남대 대통령길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길 646

 

 

청남대 주차장 ~ 대통령 역사문화관 ~ 김영삼 대통령길 ~ 김대중 대통령길(1전망대) ~

노무현 대통령길 ~ 김영삼 대통령길 ~ 본관 ~ 전두환 대통령길 ~ 노태우 대통령길 ~ 주차장

(약 9km, 3시간 30분 소요, 휴식 포함)

 

 

 

청남대는 1983년부터 2003년 4월 18일 일반인에 개방이 될 때 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별장으로 이용되던 곳으로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전두환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여섯분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산길 및 숲길이 있어

사계절 풍요로운 자연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명소입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대전에서 차로 1시간이면 충분한 청남대를 참 오랜만에 찾아갑니다.

과거에는 문의면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들어갔었는데

최근에는 청남대 홈페이지(http://chnam.cb21.net)에서 하루 500대까지 인터넷 예약을 통해 승용차로 입장이 가능하지요.

 

가을이 깊어가는 시간이라 그런지 청남대로 가는 길은 노란 은행 빛으로 가득합니다.

 

청남대 진입로 가로수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이 된 길이라 맨 얼굴로 만나도 좋을텐데

대청호가 근처에 있어서 인지 아직 아침 안개가 걷히지 않아 더욱 환상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나저나 지난번 3년만에 개방을 하는 화순적벽을 만나러 갈 때도 아침 안개가 자욱했는데

(화순 적벽 탐방길 - 30년만에 개방된 노루목 적벽을 찾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51)

청남대를 만나러 가는 오늘도 안개가 친근한 벗이 되는 것 같네요. ㅎ

 

사람으로 붐비는 것이 싫어 아침에 일찍 서둘러서인지 너무 빨리 왔네요. ㅎ

청남대는 9시에 개방을 하기에 정문 매표소 입구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주차장으로 진입을 합니다.

과거 같으면 차를 가지고 이곳까지 오지도 못하는 곳일텐데 일찍 들어서니 묘한 기분도 듭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서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청남대 내부로 향합니다.

아직 걷히지 않은 아침 안개와 붉은 단풍 그리고 고운 억새의 풍경을 보니

오늘 만나게 될 만추의 정취를 미리 상상하니 발걸음 또한 설레이네요.

 

주차장에서 산책길을 걸어 들어서니 제일 먼저 대통령 역사 문화관에 도착합니다.

 

이곳에는 청남대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 및 역대 대통령에 대한 기록 등이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대통령 집무실 모형도 설치가 되어 있네요.

 

여러 대통령 중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말을 한 대통령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

 

벌써 그분이 떠난지도 수년의 세월이 흘러갔는데 정말 지금은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 되긴 한걸까요.

그분의 이마에 깊게 파인 주름살처럼 아직 세상은 그리 편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청남대에서 대통령들이 사용한 물건들을 전시한 공간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탄 자전거를 보니

오래전 추운겨울 김해 봉화 마을에 갔을 때가 생각이 납니다.

그나저나 그때나 지금이나 그분을 생각하면 늘 애틋하고 아쉬움만 가득해 지네요. 

(김해 봉하산 숲길 - 대통령의 길을 따라 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98)

 

그리고 옆으로 김영삼 대통령이 사용한 물건을 보니 야구 배트와 글러브가 있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아마도 롯데 자이언츠가 있는 부산이 야구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도시라 그분도 야구를 즐겨했나보네요.

 

이제 대통령 역사 문화관을 나와 본격적으로 대통령 길을 걸어봐야 겠습니다.

지도를 보니 청남대의 대통령길의 배치가 재미나게 되어 있네요.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본관을 중심에 두고 산쪽으로는 김대중 대통령길과 노무현 대통령길이 있고

반대편 아래쪽으로는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대통령길이 있으며 이 두 공간을 연결해주는 길이 김영삼 대통령길입니다. ㅎ

 

여튼 오늘 대통령길 중 제일 먼저 걷게 되는 길은 약 1km 길이의 김영삼 대통령길입니다.

 

이 길은 김영삼 대통령이 청남대에 있을 때 매일 조깅을 하던 길이라고 하네요.

 

아침햇살과 고운 단풍을 친구삼아 한적하고 고요한 길을 걷습니다.

아침 9시에 바로 들어와서인지 사람도 없고 참 좋네요.

 

대청호반은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아 안개 피어오르는 회색빛 풍경은 생각지 않던 고마운 선물입니다.

 

물안개 가득한 풍경을 보고 있으니 과거 남이섬에서 만나본 새벽 안개의 추억도 아스라하게 떠오릅니다.

(남이섬 낭만 길(2) - 환상적인 새벽 물안개를 만나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40)

 

당초 청남대는 오후에 와서 해 저물때까지 머무르면서 따사로운 가을 오후 햇살을 즐길까 하다가

그러면 사람들로 너무 붐빌 것 같아서 일찍 왔는데 정말 좋은 선택이네요.

 

아스라한 수변 풍경을 함께하며가을의 행복한 낭만에 빠져봅니다.

지난주에 동네 길을 걸으며 단풍을 만나는 보았지만 아무래도 조금은 서운했는데

오늘 이곳에 와서 그 부족함을 덜어봅니다.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35) - 가을비 내린 뒤 걷는 단풍 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56)

 

잔디밭이 잘 조성이 된 이곳은 골프장으로 5, 6 공 시절에만 사용되고

그 이후에는 산책코스로만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골프장 전경을 액자 프레임에 담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이 되어있네요.

 

아직 아침 안개가 남아서 인지 더욱 몽환적인 가을 풍경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아득하다고 해야할까요. 아니면 아늑하다고 해야할까요.

귀여운 나무를 보니 마치 동화의 나라에 와 있는 느낌도 듭니다.

 

길가에 피어난 형형색색의 고운 단풍을 만나니

마치 아름다운 봄 꽃길을 걷는 착각에 빠지는 것 같고요.

 

대청호반에 펼쳐지는 파스텔화는 한폭의 그림 이상의 감동이 느껴집니다.

 

조금 전에 피어오르던 물안개는 어느덧 사라져가고

이제는 환한 얼굴로 멋진 물 그림자를 만들어 주네요.

 

골프장 가로수들은 얼핏보면 메타쉐콰이어 나무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뿌리가 들어나 있는 신기한 모습을 보여주는 낙우송입니다.

 

낙우송은 잎이 떨어지는 모습이 새의 깃털과 같은 소나무라 하여 그리 불리며

나무 주변에 솟아있는 것은 뿌리인 기근으로 습지나 토양이 불량하면 숨쉬기 위해 솟아난다고 하네요.

 

이곳 잔디밭 주변에는 40여년 된 낙우송뿐만 아니라

단풍나무, 소나무,영산홍 등의 조경수가 아름답게 자라고 있습니다.

 

정말 이 산책길은 시선을 사방팔장 어느곳으로 돌려도

전부 그림같은 화려한 가을 풍경이 가득 펼쳐지네요.

 

오후에 왔더라면 채 느낄 수 없는 잔잔한 만추의 아침 풍경입니다.

 

청남대는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많이 나오는 곳이라 가는 길에 촬영 장소 설명도 되어있네요.

 

지나온 길을 잠시 뒤돌아서 바라봅니다.

참 곱다.. 정말 곱다.. 달리 할말이 없습니다.

 

너무 아름다우면 달리 설명할 말이 떠오르지않고

그저 침묵하며 바라만 봐도 좋은가 봅니다.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요.

눈으로 알 수 있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왠지 그런 사랑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멋진 길를 황홀함 속걷다가

수변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솟대가 반겨주는 풍경을 만납니다.

마치 두물머리처럼 남한강 어느 강가를 걷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물이 세차게 흐르는 행운의 샘도 만나보고요.

이곳이 용혈로 청남대에서도 명당에 해당이 된다고 합니다.

 

가을의 느낌이 하늘에도 나무에도 그리고 수변에도 가득 배여있네요.

 

아름다운 만추의 풍경을 바라보며 편안한 산책길을 걷다보니

물레방아가 도는 족욕장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역대 대통령의 모습을 청동상으로 제작하여 설치한 대통령 광장이 있습니다.

큰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의 대통령은 좌와 우

그리고 남과 북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통일 대통령이면 좋겠네요.

 

대통령 광장을 지나 다시 숲으로 들어서니 초가정이 나옵니다.

 

초가정은 김대중 대통령 생가인 하의도에서 가져온 농기구와 

문의 지역에서 수집된 전통생활도구를 전시한 곳으로

정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면 섬에 와 있는 느낌이 들어 김대중 대통령이 이곳을 즐겼다고 합니다.

누구나 고향을 떠나면 그에 대한 그리움은 늘 가득하겠지요.

 

초가정 옆으로는 김대중 대통령길이 시작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테러로 인해 목발을 집고 다니셨던 분인데

등산로는 조금 어울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차라리 등산을 자주 즐겼던 김영삼 대통령길이 더 맞지 않을까 하고요. ㅎ

 

이 길은 일반 등산로보다는 GOP 철책선을 오르는 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긴 그분의 정치적 역정을 보면 험하고 가파른 길이

더 상징적으로 어울리는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에게 정치란 무엇일까요.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일지 아니면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요술 상자일지..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니 그건 어쩌면 선택이 아니고 운명은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젊은 시절 때는 무정부주의를 꿈꾸기도 했지요.

그때만 해도 정부의 존재 가치를 느낄 수 없었고 아픔과 고통만을 주는 존재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산길을 걷다가 출렁다리도 건너고 전망대를 향해 오르고 또 오릅니다.

 

그리고 출렁다리를 지나고 나무 계단길을 올라서니 청남대에서 가장 높은 1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2.5km에 1시간이 소요가 되었네요.

 

2층으로 된 전망대에 올라서니 청남대와 함께 대청호반의 풍경이눈에 펼쳐집니다.

 

청남대 전망대는 2009년에 건립되었다고 하는데

녹슨 대공화기가 이색적인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동쪽으로는 왼편 샘봉산과 오른편 국사봉이 고개를 내밀고 있고

아스라한 주변 풍경이 곱디 고운 수묵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오래전 올랐던 멋진 국사봉의 추억도 아스라하게 떠오르네요.

(대청호 국사봉과 약해산 능선길 - 매력적인 대청호 조망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84)

 

물론 청남대 너머로 대청댐 및 구룡산의 반가운 모습도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발아래로는 청남대 본관과 국화축제가 열리는 앞마당의 모습도 바라보이고요.

 

머리위로 가을 하늘은 멋진 구름 풍광을 가득 담고 있고

정말 어느 곳으로 시선을 두더라도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자연의 모습만 가득합니다.

 

주말에 '인터스텔라'라는 영화를 35mm 아날로그 필름으로 보았는데

영화에 나오는 대사중에서 '자연은 무섭거나 두렵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악하지는 않다'는 말이 기억이 남습니다.

 

저도 과거 설악산 공룡능선 1275봉에서 아늑한 절벽 아래를 바라보면 때론 무섭기도 하고 두려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포근하고 마음 편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자연 그대로의 속성이자 이치인것 같습니다.

 

이제 전망대를 내려와서 되돌아 가기전에 2전망대 약도를 만났습니다.

음번에 다시 찾는다면 반대 방향으로 올라 2전망대를 거쳐서 이곳으로 오고 싶네요.

 

청남대 645개의 행복계단을 내려서는 길에서 바라보니

구룡산 자락에 자리한 현암사도 가깝게 다가섭니다.

 

계단길을 내려서니 다시 포근한 단풍 숲길이 이어집니다.

 

아침햇살에 환하게 피어나는 단풍의 색감은 황홀함 그 자체이지요.

 

김대중 대통령길을 길게 걷고나서 이번에는 노무현 대통령 길로 접어듭니다.

이길은 김대중 대통령길과 김영삼 대통령길을 잇는 1km 거리의 숲속 산책길입니다.

 

조금전에 걸었던 골프장 위편의 숲길이기에

귀여운 나무들의 모습도 다른 방향에서 보게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면 먼저 희망노란색이 생각나는

그래서일까요. 그 길에는 가을의 운치가 가득한 멋진 은행나무 숲이 이어집니다.

 

그가 그리운 것은, 사실 그를 그리워함이 아니라

옳은 삶과 자기다운 죽음에 대한 소망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 그가 그리운 것은, 어지러운 시대에는 벗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가 그립다.

 

<유시민 - '그가 그립다' 중에서 >

 

 

정치적인 이해 관계나 좋고 싫음을 떠나 인간적으로 너무나 소박했고 따스했던 그분의 모습은

저도 오래 오래 기억에 남고 늘 그리울 것 같습니다.

 

가을 운치가 가득한 노무현 대통령길을 빠져나와 다시 대통령 광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안개는 다 걷히고 마치 새의 날개처럼 보이는 새하얀 구름이 반겨주는 가을 하늘만 가득합니다.

 

그래서인지 아침 햇살에 피어오른 단풍의 색은 더욱 화려하고 곱네요.

 

나무의 그림자는 땅을 그리워하며 땅을 닮아가지만

나무의 마음은 하늘을 그리워하며 하늘을 닮아간다.

 

 

연기가 나무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연기는 나무에서 빠져나가는 혼이다.

나무의 연기는 나무의 혼이다.

 

 

나무는 죽어서도 그림자를 끌고 다니려고 한다.

연기도 그림자가 있고 구름도 그림자가 있다.

연기가 제 몸을 송두리째 바람 살 속으로 집어넣었을 때

나무는 드디어 완벽한 해탈을 맛보게 된다.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보아라, 저 나뭇가지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바람의 살을 보아라.

바람의 결을 보아라, 바람의 결을 보아라.

바람은 나무가 자신의 그림자를 미련 없이 떼어버릴 때

비로소 혈관이 돌아 생명력을 얻는다.

 

 

바람의 선명한 핏줄이 햇살을 받아 나무를 감싸고돌면

나무는 자신의 몸이 향기이며 노래이며

파도소리로 이루어진 악기라는 것을 깨닫는다.

 

 

땅속의 물소리를 끌어올리는, 천상의 물소리를 끌어내리는

거대란 구멍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무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거대한 물관이다.

물의관, 관물!

 

<유용주 - 그 숲길에 관한 짧은 기억 중에서 발췌>

 

 

이보다도 더 황홀하고 아름다운 공간이 있을까요

조용하면서도 쓸쓸하지않고,

만추의 정취가 무엇인지, 햇살의 포근함이 어떤 느낌인지

소근소근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골프장에 펼쳐진 멋진 가을의 풍경을 만나고 나서 이번에는 전두환 대통령길을 걷기위해

대통령의 실제 별장으로 사용된 청남대 본관으로 향합니다.

 

과거 헬기장으로 쓰인 이곳에서는 11월 16일까지 국화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다만 그 규모는 그다지 크지는 않고요.

 

청남대 본관은 실제 대통령이 사용한 공간으로 청남대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대통령의 침실 및 서재 등의 시설이 있습니다.

저는 과거에 들러본 적이 있고 내부는 사진 촬영도 되지않아서 바로 전두환 대통령길로 향합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청남대를 만들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청남대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보냈지요.

정치적 눈으로 보면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갈등을 할 수 있지만

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다 화해할 수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전두환 대통령길의 상징인 오각정은 1983년 본관 신축시 함께 건립된 정자로

대통령 내외와 가족들의 산책코스로 가장 사랑을 받은 곳이라고 하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서인지 대청호 조망은 나무에 가리더군요.

 

오각정을 지나 나무 사이로 펼쳐지는 수변 풍경과 함께 단풍길을 조용히 걷습니다.

포장길이 많아서 비포장 흙길이면 더욱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전두환 대통령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대통령 역사교육관이 바라보이는 양어장을 만납니다.

 

이곳 양어장은 수질정화를 위해 건너편의 메타쉐콰이어 숲으로

물을 끌어 올려 자연 정화를 하였다고 하네요.

 

양어장 데크길을 지나서 이번에는 노태우 대통령길로 들어섭니다.

 

대청호 수변 풍광을 따라 약 2km의 산책길이 이어집니다.

 

그나저나 10여년전만 해도 이렇게 청남대를 걸으면

반대편 대청댐 쪽 풍경을 볼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지요.

 

그때만 해도 먼 주변까지도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지고

청남대 방향으로는 카메라를 돌리기도 어려웠으니요.

 

아름답고 고운 가을의 수변 풍경을 감상하며 숲길을 걷습니다.

공기도 참 상쾌하고 불어오는 바람 또한 고운 음악처럼 들려옵니다.

 

노태우 대통령길은 없는 길을 테크를 이어서 만든 부분이 많아서 인지

나무 계단길이 제법 이어지네요.

 

지난 여러가지 역사가 담겨있는 길을 걷다보니

젊은 시절의 다양한 추억도 떠오릅니다.

 

그때는 왜 그리 분노도 하고 절망도 하고 또 때론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해 했는지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면 사는게 참 허망하고 부질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법 긴 나무 데크길이 특색이 있는 2km 거리의

노태우 대통령 길을 마무리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역사문화관 옥상인 하늘정원에 올라

구룡산이 바라보이는 대청호반을 바라보며 청남대 대통령길을 마무리합니다.

13.5km의 6개 길 중 이명박 대통령길인 3.1km만 오늘 걷지않고 남겨두기로 합니다.

연두빛 색이 가득한 봄날에 다시 찾으면 그때 걷고 싶네요.

만추의 풍경이 가득한 황홀한 길을 걸으며 지난 역사의 의미도 새삼 느껴보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