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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논산 관촉사 사찰길 - 국내 최대 석불인 은진미륵을 만나다.

by 마음풍경 2014. 11. 23.

 

논산 관촉사 사찰길

 

 

충남 논산시 관촉로1번길 25

 

 

논산 관촉사(灌燭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로

968년 혜명에 의해 창건될 때 조성된 석조미륵상이 발산하는 빛을 좇아

중국의 명승인 지안이 와서 예배했다고 해서 관촉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석불로 보물 218호인 석조미륵보살입상(은진미륵)이 있는 사찰입니다.

 

 

대전에서 가까우면서도 가고 싶은 곳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관촉사가 떠올라

대전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논산 관촉사로 발걸음을 합니다.

 

643번 지방도가 지나는 도로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주문을 향해 걷는데

산 아래쪽으로 관촉사 건물들이 마치 병풍처럼 바라보입니다.

 

그나저나 관촉사가 속해있는 산이 반야산인지는 몰랐었네요.

하긴 이곳을 왔던 것도 거의 20여년 가까이 되었기에 이곳의 기억은 단지 거대한 미륵불만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 반야산을 넘어서는 논산시청을 비롯한 논산 시가지가 있고 또 남쪽으로는 건양대학교가 있네요.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 옆에 있는 매표소에서 약간의 입장료를 냅니다.

어찌보면 사찰 보다는 은진미륵을 보는 비용이겠지요.

 

사천왕이 있는 문 너머로 바라보이는 계단길이 매우 이색적으로 다가오는데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아닌가 합니다.

 

계단길 너머로는 늦가을의 햇살과 함께 고운 단풍의 풍경도 가득 펼쳐집니다.

 

아스라한 기억 속에서는 관촉사가 제법 깊은 산속에 있는거라 생각했었는데

다시 와서보니 차가 다니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큰길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에 놀랐지만

또 경내로 들어가는 길이 이처럼 운치가 가득한 길이라 또 한번 놀라게 됩니다.

 

땅에 떨어져 있는 붉은 단풍잎이 멀리서 보니 마치 예쁜 꽃이 핀 것 처럼 보이네요.

초가을이었다면 꽃무릇이 피었다고 착각할뻔 했습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붉은 단풍 잎을 보니

이제 가을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돌 계단 길에 떨어져 있는 단풍잎도 그냥 밟고 가기에는 너무나 곱습니다.

 

그나저나 관촉사 경내로 들어가는 길은 다른 사찰처럼 멋진 숲길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마치 바람을 따라 걷는 듯 하는 운치가 가득한 길이네요.

 

가을의 절정을 향해 피어오른 고운 색의 단풍도 운치 있는 그 길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늦가을의 단풍은 그 화려함속에 이별의 애잔함을 담고 있기에

또한 더욱 쓸쓸하지는 않은지요.

 

단풍과 가을의 정취에 빠져서 걷다보니 관촉사 본당이 있는 계단길 앞에 도착합니다.

 

곱디 고운 단풍과 이야기 하듯 한 계단 한계단 걷습니다.

붉은 단풍 잎 하나 하나가 전부 정겨운 친구처럼 느껴지네요.

 

경내로 들어서기전에 관촉사와 은진미륵에 대한 이야기를 묘사한 만화가 있어 자세하게 읽어보았습니다.

땅속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바위를 가지고 36년에 걸쳐 불상을 만들고 또 이를 세우는데 1년이 걸렸다는 일화가 흥미롭네요.

 

이색적인 윤장대와 대웅보전이 있는 관촉사 경내로 들어섰습니다.

 

물론 이곳 사찰은 대웅보전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석상인 은진미륵입니다.

높이가 18m에 이르는 국내 최대 석불이고 정식이름은 석조미륵보살입상입니다.

이곳이 과거에는 은진면에 속해서 외우기 힘든 긴 이름보다는 간결한 은진미륵이라 불리게 되었고요.

 

관촉사는 규모가 큰 사찰은 아니지만 석불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이

들어오는 입구 계단길처럼 운치가 있고 편안함과 아늑함이 느껴집니다.

 

보물 232호인 관촉사 석등과 보물 218호인 석조미륵보살입상이 나란히 서있습니다.

석조미륵보살입상이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이곳 석등도 고려시대 제일가는 걸작으로 평가가 된다고 하네요.

 

경내를 위쪽에서 바라보기 위해 삼성각으로 올라갑니다.

 

이곳은 절정으로 향하는 단풍과 함께 고운 들국화의 모습도 만날 수가 있습니다.

 

그나저나 올해 단풍의 풍경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관촉사에서 마지막 황홀한 풍경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네요.

 

또한 은진미륵과 함께 펼쳐지는 주변 풍광을 바라보니 마음이 탁 트이는 것만 같습니다.

 

저 멀리 계룡산 능선과 함께 향적산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고요.

보통 계룡산은 대전에서 바라보기에 한쪽면만 주로 보았는데 이렇게 서편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참 멋집니다.

 

서로 의지하듯 옹기종기 배치되어 있는 관촉사 경내 건물들도

화려한 단풍 그늘에 멋지게 담겨집니다.

 

은진미륵상은 몸체와 비교하면 비대칭적으로 얼굴이 크기에

온화한 미륵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강한 메시지와 신비감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미륵불은 56억 7천만년 후에 나타나 고난의 중생들을 구제하는 미래불이라고 하는데

이 석불을 만들고 세운 고려 시대의 옛 사람들은 무엇을 구제받고 위로받고 싶었을까요.

 

오래되고 역사적 의미가 있는 유물들을 만나면

마치 그 시대의 조상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제 은진미륵을 뒤로 하고 관촉사 석문을 지나 경내를 빠져나갑니다.

 

관촉사 석문은 사찰 경내의 중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다른 사찰에서는 찾아보지 못한 특이한 형태의 문인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운치있는 계단길을 따라 관촉사를 내려섭니다.

 

무척이나 오랜만에 다시 찾아왔지만 마치 처음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은진미륵이야 학생시절 교과서에서 봤기에 안봐도 익숙한 모습이지만

관촉사 입구 계단길부터 경내의 모습과 주변 조망 또한 기대하지 않았던 고마운 선물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