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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설경길 - 순백색의 겨울 동화속 세상에 빠지다.

by 마음풍경 2014. 12. 5.

 

 

덕유산 설경길

 

 

덕유산은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명산이지만

특히 눈이 온 겨울에는 설천봉에서 정상인 향적봉에 이르는 산길이

마치 순백색의 겨울 동화속 세상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할만큼

아름답고 황홀하며 또한 풍성한 눈꽃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올 겨울은 12월 1일에 내린 첫눈을 시작으로 첫째 주부터 눈이 자주 내립니다.

하여 덕유산 설경이 보고 싶어서 카메라 가방을 매고 덕유산 리조트를 찾았습니다.

 

무주 스키장은 개장을 하기위해 열심히 눈을 만들고 있더군요.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이 마치 하늘에 커튼이 펼쳐져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오늘은 가볍게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을 오르려 합니다.

 

곤도라 유리창 너머 보이는 풍경도 순백색의 세상이네요.

 

물론 고도를 높일 수록 눈꽃이 새하얗게 피어있는 풍경이 가득하니 빨리 가고픈 마음만 더욱 커집니다.

 

드디어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에 도착했습니다.

 

당초 생각한 대로 이곳에는 눈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설천봉에서 정상인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 또한 순백의 눈꽃 세상이고요.

 

한걸음 한계단 오를 때마다 입에서 감탄의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물론 매년 겨울이 오면 산행 중 자주 만나는 것이 순백색의 눈꽃 풍경이지만

1년만에 다시 만나는 풍경이라 그런지 새롭게만 느껴집니다.

 

마치 1년만에 그립고 보고픈 친구를 만나는 것 같은 기쁨이라고 할까요.

 

물론 과거에도 흰눈이 쌓인 겨울 덕유산을 자주 찾았었지만

눈이 내리는 날 온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덕유산 겨울 능선 길 - 설천봉에서 황점까지 : http://blog.daum.net/sannasdas/12178955)

 

눈꽃이 핀 나무가지가 마치 순록의 뿔과 같은 모습입니다.

 

당신은 꼭 겨울눈만 같아

온 세상 은빛으로 덮어버리듯

내 마음 장미빛으로 덮어버리니

 

 

오늘처럼 눈발 쏟아져 내리면

내 가슴에도 붉은 꽃 터져올라

나는 희고 맑은 생각에

오래도록 가만히 멈춰 서서

 

 

그치지 말아라 그치지 말아라

아주 가는 목소리로 속삭이면

어쩐지 더 굵어지는 눈송이 속에

어쩐지 더 굵어지는 사랑이 있습니다.

나는 꼭 겨울눈을 기다리는 어린 짐승만 같습니다.

 

<양광모 - 눈을 기다리는 어린 짐승처럼>

 

 

가던 길에 잠시 조망처에 올라 향적봉 정상을 바라보는데

구름속에 가려서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물론 이처럼 멋진 눈꽃 세상에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함께 한다면

더더욱 멋진 선물이겠지만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겠지요.

 

하여 이만큼의 멋진 자연의 선물도 소중하고 고마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흑백 사진을 보듯이 흰색과 회색만이 대비가 되는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도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정겨움입니다.

 

이제 정상을 향해 마지막 계단길을 오르는데

문득 무척이나 눈이 많이 내린날 올랐던 지리산 천왕봉 풍경이 떠오르네요.

(지리산 천왕봉 설산길 - 미지의 설국에 머물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1893206)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에 도착합니다.

물론 설천봉까지는 곤도라를 타고 올라서인지 산행이라기 보다는 눈꽃 산책길이 되었네요.

 

그나저나 대전에 살면서 가까워서인지 참 많이도 찾았던 향적봉이네요.

오늘은 비록 회색빛이지만 과거 신비로운 새하얀 구름이 이곳 정상 위로 가득하던 풍경이 새삼 떠오릅니다.

(덕유산 야생화 능선길 - 천상의 화원인 덕유평전 길을 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22)

 

이제 중봉까지 능선을 이어가기 위해 덕유산 대피소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대피소에 도착하고 보니 문제가 생겼네요.

12월 15일까지 산불방지 기간이라 대피소에서 더이상 진행을 하지 못합니다.

과거에는 산방 기간이라 해도 눈이 오면 해제가 되었는데 요즘은 그리하지 않는 것 같네요.

 

하여 더이상 진행을 하지 못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네요.

 

물론 눈이 내리고 하늘이 흐려서 중봉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조망을 어차피 보기도 힘들고

또 이곳까지 오는 동안 만나본 아름다운 눈꽃만으로도 오늘 이곳을 찾은 보람은 있습니다.

 

다시 향적봉으로 돌아와 설천봉을 향해 발걸음을 이어 걷습니다.

 

과거에도 산행을 하면서 같은 산길이라도 오가는 방향에 따라 그 느낌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자주 느꼈지요.

 

그 느낌처럼 조금 전에 지났던 길인데 눈으로 보여지는 풍경은 정말 색다릅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길이라 그냥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아껴서 걷고 싶네요.

 

다시 눈꽃, 나무는 원래 따뜻한 동물이었다.

나무의 혈관 속을 흐르는 피가 따뜻하지 않다면

저 안개 알맹이의 안부를 묻지 않았을 것이다.

 

 

나무는 원래 눈물이 많은 동물이었다.

마음이 약한 동물이었다.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한 동물이었다.

 

 

눈꽃이 바위에 달라붙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나무는 따뜻한 짐승이었다.

눈이 까만, 순한 짐승이었다.

 

 

눈이 내리는 이유는 지상에 어떤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인지 모른다.

그러나 눈은 사람의 발자국 따윈 기억하지 않는다.

도보고행승이라면 자신의 발자국이

눈 쌓인 들판을 돌아보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 유용주 - 그 숲길에 관한 짧은 기억에서 발췌 >

 

 

정말 아껴서 천천히 걷고만 싶은 눈길이었지만

아쉽게도 어느새 다시 설천봉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이곳에도 마치 순백의 눈으로 만든 조각상인양

멋진 모습으로 반겨주는 나무들의 정겨움은 여전합니다.

 

인위적인 것은 전혀 없이 오로지 자연의 힘으로만 만들어진 풍경이기에

눈으로 바라보이는 느낌은 참 평온하고 잔잔합니다.

 

정말 순백색의 겨울 동화속 세상과 같은 풍경이 제 눈 앞에 펼쳐지네요.

 

이 동화속 세상에 오래 오래 머물고 싶다는 마음으로 눈내리는 풍경을 바라봅니다.

달리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그저 좋네요. ㅎ

 

바로 내려가기가 아쉬워서 잠시 상제루로 발걸음을 합니다.

 

이곳 상제루는 1990년 무주 스키장을 지으면서 건립한 팔각정 건물로

이제는 설천봉의 상징처럼 되었습니다.

 

특히 겨울에는 새하얗게 얼어붙은 풍경이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다가오지요.

 

한옥의 처마와 익공에 이처럼 멋진 눈꽃이 피어난 풍경을

이곳 말고 다른 곳에서 볼 수가 있을까요?

 

눈 쌓인 창호의 모습도 멋진 수묵화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과거 겨울 덕유산 산행을 할때 이곳 상제루는

그냥 먼발치에서 눈꽃핀 모습을 보면서 지나갔었는데 이처럼 멋진 풍경이 숨어있었네요.

 

이 문고리는 겨울 내내 얼어서 열리지가 않겠지요.

어쩌면 이 문고리가 열리는 날이 바로 봄이 왔다는 것을 의미할 것 같습니다.

 

설천봉 상제루는 주변 눈꽃 풍경과 너무나 잘 어우러지며

또한 그 자체가 하나의 멋진 눈꽃으로 피어오른 것 같네요.

 

곤도라를 타고 내려가기전에 설천봉에서 따뜻한 커피한잔하러 카페로 들어서는데

간판에도 눈꽃이 피어서 너무나 근사한 모습이 되었네요.

이 모습 그대로 카피해서 겨울에는 도심에 있는 카페의 간판으로 사용해도 좋겠지요.

 

당초 중봉까지 다녀오려 했으나 아직 출입이 통제가 되어서 조금은 아쉬울 수도 있지만

덕유산 눈꽃 풍경과의 만남이 비록 2시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곳에서 만난 풍경들은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해서 만남과 인연의 무게감은 무척이나 큽니다.

자주 왔던 겨울 덕유산이지만 늘 새로운 모습과 느낌으로 반겨주기에 자연에게 참 감사하다는 고마움뿐입니다.

이제 겨울이 시작되는 초입이기에 올 겨울이 가기전에 다시한번 덕유산을 찾아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