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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계룡산 조망길 - 2015년 새해 첫 발걸음을 하다.

by 마음풍경 2015. 1. 4.

 

계룡산 조망길

 

 

동학사 주차장 ~ 천장골 ~ 큰배재 ~ 남매탑 ~ 삼불봉 ~ 자연성릉 ~

관음봉 ~ 은선폭포 ~ 동학사 ~ 주차장(약 10km, 3시간 30분 소요)

 

 

계룡산은 지리산 다음 두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으로

산봉우리는 닭 머리 형상이고 밑부분은 용 비늘처럼 보인다고 해서

계룡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비룡승천형의 명산이며

삼불봉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자연성릉의 암릉미와 함께

동학사, 갑사, 남매탑 등의 유명한 불교 유적도 많습니다.

 

 

 

2015년 첫 주말에 제가 사는 곳에서 아주 가까운 계룡산으로

새해 길걷기의 첫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이른 점심을 먹고 오후에 시작하는 산행인지라

산능선 너머로 해가 바로 보이네요.

 

2013년 겨울에도 오늘과 똑같은 코스로 산행을 한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눈이 참 많이 온 뒤라 정상 주능선에서 보이는 설경이 참 멋졌는데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계룡산 자연성릉 길 - 겨울 계룡의 백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978)

 

천장골을 따라 큰배재를 지나 남매탑으로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겨울 내내 그늘진 곳이라 그런지 쌓인 눈이 제법 소복하고

눈이 온 뒤 이 길을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도 가득하네요.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멋진 실루엣을 보여주는 남매탑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약 3km에 1시간이 걸렸네요.

 

계룡산하면 동학사, 갑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곳이 바로 남매탑입니다.

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동학사를 거쳐 이곳까지는 많은 분들이 들러가는 곳이기도 하고요.

 

특히 오늘은 남매탑너머 바라보이는 하늘 풍경이 너무나 황홀합니다.

 

하여 남매탑에는 눈길이 가지않고 그너머 펼쳐지는 하늘만 바라보게 됩니다.

물론 바쁜 걸음으로 올라왔기에 따뜻한 커피 한잔하면서 땀도 식히고요.

 

멋진 하늘을 보고나니 빨리 삼불봉에 올라야겠다는 마음만 조급해지며

가파른 길인데도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ㅎ

 

올해 겨울은 다른 해보다 눈이 많이 와서인지 나무가지의 눈은 녹았어도

능선으로 올라갈 수록 쌓인 눈은 제법 풍성합니다.

 

주능선에 올라서니 멀리 계룡산 천황봉도 보이고 본격적으로 조망이 열리네요.

 

삼불봉을 향해 철 계단을 오르다 뒤돌아보니

아~~ 너무나 멋진 구름 풍경이 하늘 가득 펼쳐집니다.

 

삼불봉에 올라서서 계룡산 주능선을 바라봅니다.

자주 찾아서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그래도 늘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이 자연이겠지요.

 

오전에 왔다면 날이 아주 맑아서 천황봉 봉우리 위로 펼쳐지는

이런 하늘 풍경을 만나볼 수는 없었을 텐데 오후에 올라온 것이 새해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당초 1월 1일 일출을 지리산 천왕봉에서 마주하려고 장터목 대피소 예약까지 했었으나

최근 건강도 좋지 않고 눈도 온다고 해서 취소를 했었는데

오늘 계룡산에서 그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하는 것 같네요.

 

종이에 그리면 그림이고 마음에 그리면 그리움이라고 하는데

저 푸르디 푸른 하늘에 구름을 흰 물감 삼아 그린다면 이는 무엇이라 해야할까요.

 

산에 올라 사방으로 펼쳐지는 조망을 감상하고 있으면

저는 마음에 그려지는 그리움보다는 애틋한 기다림이 그려집니다.

 

무심하게 떠있는 구름 한조각도, 몸을 스쳐가는 한 줄기 바람도

내 삶의 소중한 인연들이기에 그 인연을 기다리는 아스라한 그리움이라고 할까요.

 

주변의 멋진 조망과 하늘 풍경에 푹 빠져서 걷다보니 어느새 자연성릉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길 오른편 갑사 방향으로는 아주 오래전 올라보았던 수정봉 암릉도 보이고요.

(계룡산 암릉길 -  숨어있는 수정암릉을 오르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227)

 

 관음봉 너머 서편으로 이어지는 문필봉과 연천봉의 모습도 가깝게 다가섭니다.

 

이제 본격적인 자연성릉 길로 접어드니 비록 오를 수는 없지만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멋진 암릉들이 줄지어 나타납니다.

 

계룡산 정상의 높이가 천미터도 되지않고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에서는 월출산 다음으로 작은 규모이지만

그래도 지리산 다음으로 국립공원이 된 것은 이처럼 빼어난 경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흰눈에 그린 사랑하는 표식은 녹으면 없어질텐데

그래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늘 정겹고 아름답습니다.

 

사랑은 어쩌면 저 푸른 하늘에 떠 있는 구름처럼 늘 변하고 또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겠지요.

 

하여 영원한 사랑은 있기도 하지만 때론 없기도 하고

정처를 알 수 없는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새로운 얼굴로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오늘 계룡산 능선에서 마주하는 하늘과 구름은 정말 황홀하네요.

 

멋진 하늘과 시원한 조망을 친구삼아 한걸음 한걸음 걷다보니

오른편 봉우리 위 관음봉에 있는 정자도 이제 가깝게 다가섭니다.

 

계룡산을 다니면서 이 자연성릉 길을 많이 다녔었지만

그래도 늘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산봉우리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이와같은 소박한 산길도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묘미 때문은 아닐지요.

 

이제 관음봉을 향해 마지막 가파른 난간길과 계단길을 올라서야합니다.

 

짧은 겨울 해라 그런지 아직 3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해는 능선 위에 아슬하게 걸려있네요.

 

관음봉 입구 조망처에 올라서니 계룡산에서 가장 뛰어난 전망을 만나게 됩니다.

 

삼불봉에서 부터 오늘 지나온 자연성릉 길이 한눈에 이어지고요.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3시간이 다되어 가는데

주차장에서 이곳 관음봉까지 약 8km를 걸었습니다.

 

 계룡산 천황봉을 바라보고 있으면 갈 수가 없어서 늘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쌀개봉에서 천황봉을 지나 황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기존 계룡산 산행 시 만날  수 없는 아늑한 풍경을 주고

또 머리봉을 거쳐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멋진 바위와 시원한 조망을 주는데요.

 

관음봉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이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합니다.

 

동학사 계곡은 어느새 어둠으로 접어들어가고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함 그 자체입니다.

지나는 길에 찾아본 은선폭포는 얼지않고 가느다란 물줄기를 여전히 아래로 떨구고 있더군요.

 

 계곡 하류로 내려오니 얼음장 밑으로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참 청아하고

마치 죽비를 맞은 것 같은 시원함이 산행에 지친 마음을 다시 깨웁니다.

 

공사중인 동학사 경내에 잠시 들어가서 처마 끝으로 펼쳐지는 계룡산을 바라봅니다.

계룡산 능선 너머로 해가 지고 나서 붉게 노을이 물드는 풍경을 만나보고 싶어지네요.

 

물론 동학사 대웅전 창문살의 고운 모습을 놓칠순 없겠지요.

 

사람이 다니는 눈길 위로

누더기가 된 낙엽들이 걸어간다

낙엽이 다니는 눈길 위로

누더기가 된 사람들이 걸어간다

그 뒤를 쓸쓸히 개미 한 마리 따른다

그 뒤를 쓸쓸히 내가 따른다

누더기가 되고 나서 내 인생이 편안해졌다

누더기가 되고 나서 비로소 별이 보인다

개미들도 누더기별이 되는 데에는

평생이 걸린다

 

<정호승 시인의 누더기별>

 

 

계룡산 산행을 모두 마치고 다시 동학사 주차장으로 나오니 해가 능선너머로 곱게 지고 있습니다.

새해 들어 첫 산행이자 여행의 첫 발걸음이었는데 참 곱고 황홀한 자연의 풍경을 만나는 행운이 있었네요.

올 한해도 내내 이처럼 자연이 주는 고마운 선물을 가득 받는 욕심을 조금이나마 부리고 싶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