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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화순 백아산 조망길 -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인 마당바위를 오르다

by 마음풍경 2014. 11. 1.

 

 

백아산 조망길

 

 

전남 화순군 북면 용곡리

 

 

백아산 관광목장 ~ 마당바위 삼거리 ~ 천불봉 ~ 백아산 정상(801m) ~

천불봉 ~ 마당바위 ~ 하늘 다리 ~ 절터바위 ~ 상여바위 ~ 백아산 관광목장

(약 6.5km, 4시간 소요, 식사 및 휴식 포함)

 

 

전남 화순의 백아산(白鵝山)은 산이 석회석의 흰바위로 이루어져 있어서

마치 흰 거위떼를 보는 듯하여 이름 붙여진 산으로

무등산을 가깝게 조망할 수 있고 멀게는 지리산 등의 조망이 빼어나며

특히 최근에 만들어진 스릴 넘치는 하늘다리는 백아산의 새로운 구경거리입니다.

 

 

백아산은 모후산과 함께 화순군의 대표적인 산이지만

개인적으로 백아산을 산행할 기회가 없어서 오늘에서야 이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보통 백아산은 목장 입구 근처에 있는 덕고개에서 시작해서 백아산 자연휴양림을 날머리로 하지만

오늘은 차를 가져온 관계로 원점회귀 산행을 합니다.

 

남도지방은 아직 본격적인 단풍 시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곳 목장 주변에는 가을이 조금씩 깊어가네요.

 

목장 내 식당을 지나 등산로 입구 방향으로 걷는데

머리 위로 백아산의 새로운 명물인 하늘 다리가 아스라하게 바라보입니다.

 

백아산 관광목장은 식당 등 시설들은 조금 낡아있지만

목장 내 주변 자연 풍광은 무척이나 빼어난 것 같습니다.

 

이제 이곳 삼거리에서 하늘 다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정상으로 가는 오른편 방향으로 길을 정합니다.

나중에 하늘다리를 지나 다시 왼편길로 돌아오는 반시계 방향으로 걷게되지요.

하늘 다리가 만들어져서 원점 회귀가 가능하기에 이곳 이정표도 새롭게 설치한 것 같습니다.

 

삼거리 입구에는 우리의 금실 영원하라는 팻말 옆에 연리목이 있습니다.

그냥 보면 하나의 나무같은데 자세히 보니 2개의 나무가 서로 얽혀있습니다.

저도 과거에 산이나 길을 걸으며 연리목이나 연리지를 많이 만나보았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외연도의 연리지였네요.

(섬을 거닐다 : 외연도 ② : 사랑나무와 해안 풍경,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54)

 

이제 조용한 편백나무 숲길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가을 햇살은 참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이 들어서 인지

숲속으로 비추이는 빛의 색감도 참 곱습니다.

  

조금은 가파른 길을 올라서니 덕고개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목장에서 오르는 길이 거리는 같지만 덕고개에서 오르는 길보다는 조금 더 가파른 것 같습니다.

 

삼거리를 지나서는 산행이라기 보다는 편안한 숲길 산책이네요.

 

능선 조망처에 서니 하늘 다리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데

제법 높이가 있어서 저 다리를 건널 때는 스릴감이 제법 있을 것 같습니다.

 

소나무 숲길에는 향긋한 솔향기가 풍겨오고

능선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 또한 참 시원합니다.

 

편안한 숲길을 걷다가 잠시 가파른 길을 땀을 흘리며 오르니 마당바위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목장에서 이곳까지 약 2.2km에 1시간이 소요가 되었네요.

 

능선을 따라 멋진 암릉을 자랑하는 천불봉의 모습도 멋지게 펼쳐집니다.

 

산길을 오를 때는 몰랐는데 주능선에 올라서니 멋진 바위들이 가득한 다른 세상 같습니다.

백아산은 이곳 마당바위 능선에 철쭉꽃이 화사하게 피기에 봄 철쭉 산행지로 유명하네요.

 

그리고 반대편인 마당바위쪽으로 이어지는 풍경은 마치 장흥 천관산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천관산 억새 능선길 - 비경이 가득한 천관산 자연휴양림 코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97)

 

암릉 사이에 놓여있는 하늘 다리를 보니 같은 이름을 지닌 경북 봉화의 청량산도 생각이 나고요.

(봉화 청량산 단풍길 - 하늘다리를 건너 청량사에 머물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298)

 

편안한 안부를 지나 천불봉을 오르는 길은 바위 길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천불봉 고개 입구에 도착하니 저멀리 백아산 정상 봉우리가 나옵니다.

 

동편으로는 무등산이 넉넉하게 펼쳐지고 주변 조망이 참 시원하네요.

 

그리고 정상으로 향하다가 멋진 조망처가 있어서 올라서니

천불봉과 마당바위의 모습이 한 시선에 들어옵니다.

그나저나 백아산은 위로 올라가면 갈 수록 색다른 비경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월출산 등 다른 곳에 설치된 하늘 다리는 주변 높은 봉우리에 조금 갇혀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곳 하늘다리는 탁트인 주능선 상에 있어서인지 더욱 멋지게 보입니다.

 

당신의 슬픈 모습이 아름답다라는 재미난 꽃말을 지닌

보라색 용담꽃도 반갑게 만납니다.

 

시원한 조망과 함께 꽃들과 벗하고 오르다보니 어느새 정상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목장에서 이곳까지는 약 3km에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가 되었습니다.

굉장히 아름답고 멋진 풍경을 많이 만나서 시간이 많이 된것 처럼 느꼈는데

실상은 그리 긴 거리는 아니었나 봅니다.

 

백아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넉넉하고 포근하고

아주 저 멀리 지리산 능선도 희미하게 바라보이네요.

 

산 정상에서 이런 멋진 조망을 마주하게 되면

오를 떄의 힘든 기억은 한순간에 사라지게 되지요. ㅎ

 

백아산은 정상 부근의 바위가 흰 거위의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닮았다 해서

이름하였다고 하는데 정말 정상 전체가 흰바위로 이루어 졌습니다.

 

이제 이 멋진 조망과 함께 가져온 김밥으로 점심을 합니다.

비록 한줄의 김밥이지만 멋진 조망이 맛난 반찬이 되기에 꿀맛이네요.

 

또한 잠시 후에 바라보이는 마당바위에 올라 하늘다리를 건너갈 생각을 하니

가슴에 느껴지는 설레임은 달콤한 후식이 됩니다.

 

마치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것 같이 발아래로 조망되는 논밭의 모습은

예술가가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다가옵니다.

 

이제 다시 무등산을 바라보며 마당바위를 향해 돌아갑니다.

과거에 무등산을 수없이 올랐지만 동편으로 바라보이는 산이 백아산인줄은 몰랐었는데

다음번에 무등산에 오르면 백아산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 확인해봐야 겠네요.

 

천불봉 고개를 넘는 철 계단길을 다시 올라섭니다.

 

물론 천불봉 능선쪽으로는 더 이상 갈 수가 없습니다.

물론 밧줄이 있다면 쉽게 넘어가 볼 수도 있겠지만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족하네요.

 

이곳도 조금씩 단풍이 물들어 가기 시작하는 것 같네요.

 

자연의 고운 색으로 세상이 물들어 간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여 가을에는 저도 그 고운 색으로 물들어 가고 싶어지네요.

 

그나저나 같은 능선인데도 바라보이는 앞쪽은 포근한 길이지만 그 뒤로는 험한 암릉길이니

참 오래 기억에 남을 풍경인것 같습니다.

 

 봄에 붉게 핀 철쭉의 풍경도 물론 화려하겠지만

이처럼 가을 햇살이 만들어주는 파스텔같은 실루엣도 깊이가 느껴집니다.

 

마당바위 능선 근처에는 수량이 아주 풍부한 백아산 약수터가 있는데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수질검사표가 있다면 더욱 좋을것 같습니다.

여튼 물 맛은 아주 시원하고 좋네요.

 

이제 마당바위 삼거리에서 직진해서 계단을 따라 마당바위로 올라섭니다.

 

마당바위에 오르니 천불봉과 함께 백아산 정상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고운 햇살을 받으며 시를 낭송하고 계시는 산행객들 뒤로는

화순의 진산이라는 모후산이 바라보이고요.

 

바람에 살랑거리는 억새너머 살포시 구름 모자를 쓰고 있는 무등산의 자태도 참 넉넉하지요.

늘 제 마음속 큰바위 얼굴 같은 산이지만 이렇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느낌도 참 좋습니다.

 

발아래로는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풍경이 곱게 펼쳐집니다.

정말 마당바위는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빠지는 것이 하나 없는 완벽한 조망터입니다.

  

마당바위는 100여명이 한꺼번에 머물 수 있을 정도의 너른 바위이며

6.25 전쟁 당시 지리산과 무등산을 잇는 지리적 요충지로 빨지산 전남도당의 주둔지였다고 합니다.

 

그 당시 이곳 마당바위 일대는 빨치산과 토벌대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서로 밀고 밀리는 고지전이 벌어져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고 합니다.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을 쓰기위해 사전 조사 차 마당바위에 직접 올랐다고도 하며

이곳의 이야기는 소설 태백산맥에 자세하게 묘사가 되었고요.

 

하여 그 당시 하늘나라로 간 사람들의 넋을 기리는 의미로

이곳 다리를 하늘다리라고 이름했다고 합니다.

 

하늘다리에 앞서 암릉위에 데크로 이어져 있는 길이 마치 하늘로 가는 길처럼 느껴집니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인 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이라는 노래가 딱 어울릴 것 같은 길이고요.

 

백아산 하늘다리는 마당바위와 절터바위를 연결하는 높이 756m, 길이 66m의 현수교입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청량산을 비롯해서 월출산, 대둔산, 강천산 등 유사한 다리가 많이 있지만

주변 조망이 탁트여서인지 개인적으로 가장 멋진 다리인것 같습니다.

 

요즘은 이런 종류의 다리에 유리창을 두는 것이 유행인것  같습니다.

물론 아찔함은 배가 되겠지요.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다리이지만 주변에 펼쳐지는 자연의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오래오래 머물고 싶어집니다.

 

하늘다리와 마당바위 그리고 백아산 주능선이 시원하게 이어지는 이 풍경은

오늘 산행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이 아닐까 하네요.

 

비록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를 지닌 곳이라 그런지

더더욱 처연하고 가슴 뭉클하게 다가서는 그 무엇이 있나봅니다.

 

하늘 다리를 지나서 테크 계단길을 이어걷다가 이제 왼편 길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합니다.

 

나무로 우거진 한적한 숲길을 걷는데

아직 마당바위와 하늘다리에서 느낀 감동이 채 가시지가 않네요.

 

절터바위 주변에도 웅장한 바위들이 높이 솟아 있어서 하늘을 가립니다.

 

절터바위를 지나고 조망처에서 상여바위의 멋진 모습을 바라봅니다.

도시에 살다보면 아파트 숲에 가려서 무언가를 그냥 눈으로 볼 수는 있어도

이렇게 마음을 열고 바라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요.

 

이제 이곳 삼거리에서 왼편 길로 내려서서 다시 목장으로 돌아갑니다.

 

산행의 마지막에 이처럼 잘 단장이 된 숲 길을 걸으니

등산의 피로가 한순간에 말끔히 사라지는 것 같네요.

 

바위 굴에서 떨어지는 석간수의 모습과 함께

똑똑 떨어지는 청아한 물소리도 마주하고요.

 

숲길을 따라 가을이 깊어가는 정취도 편안하게 느끼게 되고

지나온 백아산 산행의 감동도 그 길에 함께 스며듭니다.

 

편안한 숲길을 빠져나오니 다시 연리목이 있는 목장 삼거리로 돌아왔습니다.  

 

등뒤로는 조금전 건너왔던 하늘다리도 새롭게 바라보입니다.

 

사람 사이에 인연이 있는 것 처럼 사람과 산 사이에도 인연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하늘다리가 만들어지기 전에 왔더라면 마당바위만 올라보고 되돌아 바로 정상을 지나 휴양림으로 갔겠지만

오늘은 비록 원점회귀의 조금은 짧은 산행이지만 백아산의 진면목을 온전히 느낀 인연이었습니다.

다음번에는 철쭉이 가득한 봄에 또 다른 고운 인연을 맺어볼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