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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36) - 카이스트 밤 목련 꽃길

by 마음풍경 2015. 4. 5.

 

내가 사는 동네올레길 36번째

 

[카이스트 밤 목련 꽃]

 

 

휘영청 밝은 보름달과 함께 새하얀 목련이 곱게 핀 길을 따라

카이스트(KAIST) 교정까지 밤길을 걸었습니다.

어두운 밤이지만 조명아래로 비추이는 목련 꽃의 정취는

밝은 낮에는 만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네요.

 

 

작년 가을 단풍 길 이후 참 오랜만에

봄이 온 동네 길 풍경을 기록하기 위해 저녁 마실길을 나섭니다.

 

제가 사는 대덕 연구단지에는 봄이면

아주 많은 꽃들이 아름다운 거리 풍경을 만들어 줍니다.

 

특히 초봄에는 곱고 새하얀 모습의 목련 꽃이 가득 피어 반겨주지요.

 

오늘은 휘영청 밝은 보름달도 함께 해주어 밤의 운치가 더욱 진한 것 같습니다.

 

향긋한 꽃 향기와 함께 싱그런 봄바람 또한

걷는 발걸음을 무척이나 풍요롭게 해줍니다.

 

비록 DSLR이 아닌 가벼운 카메라를 들고 나왔지만

렌즈를 통해 보이는 자연의 모습은 참 깊고 멋집니다.

 

제가 20년 넘게 이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주변 자연의 아름다움과

정겹고 조용하게 걸을 수 있는 동네 길 때문이네요.

 

밤 하늘에 휘영청 떠있는 보름달에서 비추이는

달빛의 실루엣도 한폭의 고운 그림같습니다.

 

거창한 삶이란 무엇일까요.

물론 명예, 권력, 돈을 추구하는 것도 인간의 본능일 수 있기에 이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저에게 거창한 삶이란 자연의 감동을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여유라 생각합니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어렵다는 말처럼

마음에서 욕심의 무게를 덜어내고 그 공간에 여유를 담고 사는 것이 늘 추구하고 소망하는 삶이기도 하네요.

그리고 이처럼 고운 자연 환경이 제 주위에 가득하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나저나 원래 목련이 지고 나서 벚꽃이 피는데

올해는 개나리부터 벚꽃까지 한꺼번에 만개를 하는 것 같습니다.

 

꽃의 향기에 취해 구름에 달이 가듯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카이스트 교정에서 목련이 가장 아름다운 곳에 도착했습니다.

낮에 이곳 교정을 걸을 때와는 참 많이 다른 느낌이네요.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18)] 거위가 노는 카이스트 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37)

 

물론 과거에도 이곳 주변을 많이 산책했지만

이처럼 많은 목련이 피는 풍경을 본 기억이 거의 없는데 참 이상하네요.

 

하긴 요즘은 1년만 지나도 기억이 희미해지고

늘 새롭게 만나는 기분이 드는 것은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일까요. ㅎ

 

아~ 참 아름다운 밤이자 목련 꽃의 향연입니다.

정말 언제 이곳에 이처럼 아름다운 꽃들이 있었을까요.

 

목련은 다양한 봄꽃 중에서도 화려하게 피지만 참 허망하게 지는 꽃이라

화려하고 고운 풍경을 보는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거기다가 순백색의 꽃에 살포시 내려않은 보름달의 정취가 더하니

봄의 정취에 마음이 취하고 몸 또한 저절로 취하게 됩니다.

 

물론 목련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떠올려지는 양희은의 '하얀 목련' 노래 가사가

나도 모르게 중얼거려집니다.

 

하얀 목련이 필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잠시 목련 꽃의 풍요로움에 제 마음을 푹 담궜다가

다시 잔잔한 마음의 여유를 간직한 채 되돌아 갑니다.

 

봄이 깊어가면 다른 꽃들에게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하겠지만

올해는 목련 꽃과의 추억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하얀 목련의 마지막 가사를 흥얼거리며 남은 길을 걸어봅니다.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