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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38) - 여름비 오는 탄동천 숲길

by 마음풍경 2015. 7. 12.

 

내가 사는 동네올레길 38번째

 

[여름비 오는 탄동천 숲]

 

  

녹음이 가득 우거진 탄동천 숲향기 길을 

여름 비 오는 아침에 걸어보았습니다.

바람에 실려오는 풀잎과 나뭇잎의 내음이 향기롭고

내리는 비로 인한 숲의 촉촉함이 참 평화로웠습니다.

 

 

지난 4월 집 근처에 있는 탄동천에 숲향기길이라는

길이 생겨서 걸어본 이후로 동네 마실길처럼 자주 이용하는 길이 되었지요.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37) - 탄동천 숲향기 길을 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94)

오늘도 비오는 일요일 아침에 그 길을 걷기위해 집을 나섭니다.

 

가는 길에 에떼 카페에 들러 카페 라떼 한잔도 챙깁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는 못하네요. ㅎ

 

촉촉하게 빗물을 머금은 꽃들의 풍경이

참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동네길이기에 25년 가까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나 봅니다.

 

밤사이 비가 와서인지 물소리도 제법 세차게 흐릅니다.

자연이 만드는 소리는 어느 것 하나 나쁜 것이 없지요.

 

소박하게 강가에 피어있는 개망초 꽃도

자연스럽게 꽃을 피워오르고 있네요.

 

3개월전만해도 길을 만드는 공사가 막 끝나서

이처럼 천변의 풍경이 풍성하지 못했는데

겨우 몇개월이 지났지만 자연의 복원력은 참 놀랍습니다.

 

태풍이 우리나라로 온다고 해서 비바람이 강하면 어쩌나 했는데

생각보다 바람도 많지 않고 많은 비도 오지 않아 편안한 아침 산책 길입니다.

 

그 사이 탄동천 숲향기길의 반환점인 신성1교에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이 새롭게 확장이 되었네요.

차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편안함이 담겨져 있서 참 좋습니다.

 

초여름의 꽃인 개망초 꽃들이 여기 저기 지천으로 피어있어서

눈이 참 편안해 지는 산책길을 만들어 주고요.

 

롯데케미컬 연구소 근처에는 정자가 새롭게 만들어 지고 있는데

나중에 완공이 되면 이곳에서 편하게 쉬면서 자연속에 머무르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누가 길을 걷는 이유를 묻는다면

물론 저는 당연히 자연과 벗하고 싶어서라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를 묻는다면

가끔은 삶의 무거움을 덜어내고 싶어서라고 힐것이고요.

 

자연속 길을 걸으면 모든게 참 단순해집니다.

하여 생각이 많아 마음이 무거워진

내 자신의 존재감을 조금은 덜어낼 수가 있네요.

 

삶과 인연의 실타래가 이리저리 꼬이고 매듭이 풀리지 않을 때는

때론 꼬인 매듭을 풀려고 하지말고 가위로 싹뚝 자르라고

자연은 단순하게 그 이치를 알려줍니다.

 

문득 존 쉴림의 '천국에서 보낸 5년'이라는 책에 나오는

일부 내용을 떠올려 보네요.

 

"인생에서 나에게 찾아오는 기쁨과 슬픔은 고룰 수 없죠.

인생에 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하지만 기쁨과 슬픔도 모두 선물입니다."

 

 

"도자기처럼 인생도 원하는 두께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법이죠."

 

 

어둠이 있기에 환한 빛이 존재한다는 진리처럼

내가 사는 삶이라는 것도 살아있기에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는 것이겠지요.

하여 이 세상에 사는 동안 기쁨도 슬픔도

내 인생의 선물이라 위로해봅니다.

 

잠시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다보니

어느새 봄에는 벚꽃으로 화려함을 보여주는 화폐박물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박물관 담장을 따라 제가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가

진열이 되어 있어서 돌아가는 길에 하나씩 읽어보았네요.

 

정호승 시인의 이 시 또한 과거에

참 많이 좋아해서 자주 애송했던 시였습니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어차피 사람은 외로운 존재이며

삶은 그러한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라는 시인의 말이

새삼 제 가슴을 울리며 뒤통수를 치네요.

 

늘 삶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며 살았지만

실상은 후회만 하는 허깨비와 같은 존재였다고

외로움은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나 봅니다.

 

촉촉하게 내리는 비와 함께

아델의 "Make you feel my love"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연구단지 운동장 돌다리를 건너갑니다.

 

이곳도 정말 몇개월 전에는 공사로 인해 흙만 있는 황폐한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이처럼 녹음으로 풍성한 자연으로 돌아왔습니다.

 

When the rain is blowing in your face

and the whole world is on your case

I could offer you a warm embrace

To make you feel my love

 

 

아델의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괜히 찡해지고

먹먹함 같은 것이 저며옵니다.

참 좋은 가사의 사랑 노래인데도 말입니다.

삶이 외로움인 것처럼 사랑 또한 외로움이 본질인가 보네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메마른 대지에 촉촉함을 주는 비와 함께

내 마음 또한 촉촉해지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