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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올레길(40) - 가을비에 젖은 만추 풍경에 빠지다.

by 마음풍경 2015. 11. 8.

 

내가 사는 동네올레길 40번째

 

[가을비에 젖은 만추 풍경]

 

  

가을비가 내리는 탄동천 숲향기 길은

진한 색감의 단풍이 풍성하게 어우러지는

만추(秋)의 풍경으로 가득합니다.

 

 

 

동네 주변길을 마실삼아 걷기 시작했는데

오늘로 40번째 걷는 길이 되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이처럼 많은 길이 있었는지 새삼스럽네요.

여튼 오랜만에 가을비를 친구삼아 동네 단풍 마실을 나섭니다.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탄동천에 흐르던 물도

많지가 않았는데 오늘은 제법 세차게 흐릅니다.

 

작년에도 11월초에 이곳 주변의

가을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오늘은 비가 내리는 풍경을 담게되네요.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35) - 가을비 내린 뒤 걷는 단풍 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56)

 

다리 아래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정취도

비록 멋진 다리는 아니지만 꽤 낭만적입니다.

 

가을비에 촉촉하게 젖어드는 느낌이 좋아 그동안

바싹 메마른 제 마음도 함께 촉촉해집니다.

 

비에 젖어서인지 단풍의 색감도 더욱 진합니다.

마치 채도가 진한 사진속 세상을 대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나저나 올해 가을은 오랫동안 가물어서

단풍이 되기전에 말라서 떨어져 버린 잎들이 많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소박한 숲길을

걷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게 다가오네요.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만나듯이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어서

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오늘은 항우연의 위성 안테나도

주변 단풍의 풍경과 잘 어울리네요.

 

지난 봄에 새하얀 벚꽃으로 황홀했던

지질자원연구원 담장길도 이제는 붉은 낭만이 가득합니다.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37) - 탄동천 숲향기 길을 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94)

 

사람과 사람사이에
정이 흐르는 11월입니다.

 

 

가을이
봄과 여름을 데리고
우리곁을 지나가고 있다고
겨울을 데리고 12월이 가까이 와 있다고,

 

 

올해도 또
가지끝에 남아있다
떨어진 나뭇잎처럼
의미 없이 지나가게 될 11월! 

 

 

홀로선 나무줄기에는
이미 봄이 오고 있고
씨앗을 품고있는 대지도
새싹 튀울 꿈에 젖어 있듯, 

 

 

그대와 나
그리고
우리 안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제 차 한 잔에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
11월 마지막 날에
내가 나에게 선물 하겠습니다.

그리고 행복을 선물 받겠습니다.

 

< 윤보영 - 11월의 선물>

 

 

화폐박물관 앞 운치있는 숲 터널길을 빠져나오니

저 멀리 안개가 쌓여있는 건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제 보이는 다리를 건너 되돌아 가야지요.

 

아! 여리디 여린 코스모스 한송이가 아직 지지않고

만추에도 살아남아 비에 젖어있습니다.

다음번에 이곳에 왔을 때는 없겠지요.

때론 만남과 이별이 한 공간에 머물기도 하나봅니다.

 

되돌아가는 길도 여전히 풍성한

단풍의 세상입니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함께 아직 푸르름을 잃지않은 초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풍경도 참 곱네요.

자연이 만들어주는 색은 언제 보아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정말 내가 사는 동네라서가 아니라

참 아름답고 한가롭고 정겨운 동네길입니다.

 

하긴 대전에 내려와서 이곳 동네에서만 25년을 넘게 살았으니

그 인연도 보통 인연은 아니고

사람이라면 참 깊은 정(情)도 들었을 것 같네요.

 

물론 몇년있으면 이곳을 떠나 제가 태어난 고향으로 갈 생각이지만

대전, 특히 이곳은 제2의 고향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이처럼 자연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 수록

제가 호흡하며 살아있다는 것이 더 소중해집니다.

 

삼시세끼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끼 한끼 챙겨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도 깨닫지요.

 

이곳 은행나무 길은 올해도 변함없이

노랗게 물든 세상을 보여줍니다.

 

정말 계절의 변화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이처럼 많은지 새삼 생각해봅니다.

 

아름다운 길을 걷다보니

제 마음 또한 저절로 행복해집니다.

왜 인간이 자연속에서 살아야 하는지

이 풍겸만 바라봐도 저절로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길을 지나

연구단지 운동장에 도착합니다.

이곳도 역시 곱디 고운 단풍으로 단장을 했네요.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누가 몰랐으랴.

아무리 사랑하던 사람끼리도

끝까지 함께 갈 순 없다는 것을.

 

 

진실로 슬픈 것은 그게 아니었지.

언젠가 이 손이 낙엽이 되고

산이 된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언젠가가

너무 빨리 온다는 사실이지

 

 

마치 숨 돌릴 틈도 없이

온몸으로 사랑할 겨를도 없이

 

어느 하루

잠시 잊었던 친구처럼

홀연 다가와

투욱! 어깨를 친다는 사실이지.

 

< 문정희 - 친구처럼>

 

 

화려한 단풍도 지고나면

머지않아 삭막한 겨울이 다가오겠지요.

영원할 것 같은 삶에도 그 끝은 당연히 있겠지요.

"특별한 존재가 되지 못해도 살아갈 의미가 있다"는 말처럼

지금 이순간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