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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올레길(42) - 탄동천 밤 벚꽃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6. 4. 5.

 

내가 사는 동네올레길 42번째

 

[탄동천 밤 벚꽃길을 걷다]

 

  

대덕연구단지 탄동천에는 벚꽃나무가 많아서

봄이면 새하얀 벚꽃이 천변에 가득하며

특히 조명아래 피어오른 벚꽃 아경은

아름답고 황홀한 풍경을 선사합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벚꽃이 조금 일찍 피는 것 같아

탄동천의 밤 벚꽃을 보기위해 42번째 동네올레길을 나섭니다.

 

그리고 작년 봄에 생긴 탄동천 숲향기길을 따라

오래된 벚나무가 많은 화폐박물관까지 천변길을 걷습니다.

 

작년 봄에 탄동천 숲향기길이 생길 때만해도

야간에 걸을 수 있는 조명이 없었는데

이제는 조명이 있어서 벚꽃 야경을 더욱 멋지게 볼 것 같네요.

 

어둔 밤하늘에 새하얀 모습으로 피어있는

벚꽃의 모습에는 단순한 정갈미가 가득합니다.

 

그 길을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도 참 정겹고

저녁의 여유로운 행복이 피어나는 시간입니다.

 

밤이면 산책삼아 매일같이 자주 걷는 길이지만

오늘은 하늘 가득 피어있는 벚꽃으로 인해 다른 세상에 온것 같네요.

 

이제 본격적인 벚꽃을 만날 수 있는 길로 접어듭니다.

 

비록 매화와 같은 고운 향기는 없지만

봄이면 풍성하고 반갑게 만나는 변함없는 인연이네요.

 

확실히 낮에 보는 벚꽃과 조명등 아래 보이는 풍경은 참 다릅니다.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37) - 탄동천 숲향기 길을 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94)

 

이곳에는 기존 조명외에 땅에서 하늘로 향하는 조명이

새롭게 설치가 되어서 더욱 멋진 밤 풍경을 선사합니다.

 

작년만해도 벚꽃이 만개할 때면

노란 개나리는 거의 다 지고 푸른 싹만 있었는데

올해는 개나리까지 만화방창의 모습이고요.

 

그나저나 탐스럽게 피어있는 꽃봉우리를 보면

벌써 낙화의 쓸쓸함이 먼저 떠올려집니다.

 

이제는 만남의 기쁨보다 헤어짐의 서운함이

먼저 앞서 다가오는 것을 보니 왠지 

껴껴이 쌓인 세월만 원망스럽습니다.

 

그래도 내일을 알 수 없는 삶에서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의 선물을 가득 담아볼까요.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네요.

참 환장하게 좋습니다. ㅎ

 

하긴 환장하는 황홀함의 순간도 어찌보면 찰나이기에

내일 일은 내일에 맡기고 현재 이순간을 즐겨야겠지요.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 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 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는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아름답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김용택 - 사람들은 왜모를까>

 

 

황홀한 꽃길을 걷다가 천변 아래쪽으로 내려오니

나무에도 새하얀 꽃이 피어있고

강물에도 또 하나의 꽃길이 이어집니다.

 

그리움이 꽃으로 피어나는 것처럼

내 마음에도 애닯은 꽃 한송이 저절로 피어나네요.

 

소중한 것은 간격을 두고 조금 떨어져서 봐야할까요.

천변 건너서 바라보는 꽃의 풍경 또한 참 곱습니다.

 

화폐박물관 주변의 벚꽃은 아마도 이번주가 절정이고

주말이면 새하얀 꽃비가 내리지 않을까 합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은 당연히 받아드려야 할

자연의 이치이지만 그 애닯은 자태가

마치 떠나 보내야하는 연인의 뒷모습처럼 느껴지네요.

 

아직 채 시들지않고 마른 잎을 서걱거리는 억새는

어쩌면 꽃봄을 시샘하며 다가올 가을을 기다리는 걸까요.

 

황홀한 밤 벚꽃의 환상에서 벗어나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현실의 세상으로 갑니다.

다음번에는 꽃비 내리는 날 이 길을 걷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