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올레길(43) - 눈쌓인 화폐박물관 가는길

by 마음풍경 2017. 1. 22.


내가 사는 동네올레길 43번째

 

[눈쌓인 화폐박물관 가는길]



지난 봄 새하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을 따라

동네길을 걷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새하얀 눈이 쌓인 풍경을 따라 걷게된다.


이제는 익숙하기만한 동네길이지만

매번 같은 길을 걷고 또 걸어도 길은 늘 새롭다.

시국을 반영하는 글도 보이고 조릿대에

곱게 내려앉은 새하얀 눈의 모습도 신선하고.


많은 눈은 아니지만 곱게 내린 눈으로 인해

탄동천도 겨울의 느낌이 물씬 배여있다.


오늘은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이 매력적인 길을 천천히 걸어본다.

아침 일찍 나섰지만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은지

많은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이어지고.


순백의 캔버스에 하트 모양 하나 남겨보고

그 하트에 마른 잎 하나 올려본다.

그려진 하트 모습이 조금 예쁘지 않고 넉넉하게 그려진것 같다. ㅎ

하긴 날도 추운데 사랑의 부피라도 넉넉하면 좋겠지.


누구라도 화려한 날은 한때 있는 법이다.

하지만 화려함의 뒷편에 남겨진 쓸쓸함도 사랑해야

진정한 사랑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탄동천 벚꽃길은 봄에도 물론 좋지만

사계절 모두 뚜렷한 정취를 보여주는 늘 변화무쌍한 친구와 같은 길이다.


늘 그냥 스쳐가기만 했던 화폐박물관이지만

오늘은 그곳으로 발걸음을 해본다.


화폐라는 단어처럼 극단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이 있을까.

세상을 사는 이치처럼 너무 많아도 문제고 또 너무 적어도 문제가 되는.


하긴 그 화폐를 벌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을 팔기도 하고

거짓과 같은 삶을 아둥바둥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특별 전시관에 들어가니 전 세계의 다양한 주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그중 어린왕자를 주제로 한 화폐가 가장 맘에 든다.

어린왕자와 장미의 이야기가 새록새록 떠오르고..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거야



잠시동안 화폐박물관을 구경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조잘거리며 흐르는 물소리를 좀 더 가까이에서 듣기 위해

천변 가까이로 내려와 걷는다.


하여 하늘도 더 높고 커보이고 그냥 무심하게 지나갔던

자연의 풍경도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온다.


잎이 필 때 사랑했네

바람 불 때 사랑했네

물들 때 사랑했네


빈가지, 언 손으로

 사랑을 찾아

추운 허공을 헤맸네

내가 죽을 때까지

강가에 나무, 그래서 당신


                          <김용택 시인의 그래서 당신>



그나저나 요즘은 겨울이 되도 눈이 많이 오지않아서

뽀드득 소리를 내며 눈길을 걸을 기회가 많지 않은데

오늘은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길을 오랜만에 걸어본다.


운동장에도 온통 하얀 눈으로 덮힌 시원한 풍경이 가득하고

어릴적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며 뒹굴고 놀던 추억도 아스라하게 떠오른다.


어쩌면 사계절 중 겨울이 아이들에겐 가장 신나는 놀이가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ㅎ

물론 요즘은 동네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는 않고.


행복이란 멀리 가야만 있는 무지개라기 보다

늘 내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거라는 사실을

오늘도 동네길을 걸으며 새삼 느껴본다.

행복과 희망이 가득 담긴... 그 길속에서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 고은 -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