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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올레길(41) - 대전시립미술관 가는 길

by 마음풍경 2015. 12. 20.

 

내가 사는 동네올레길 41번째

 

[대전시립미술관 가는 길]

 

  

대전시립미술관(http://dmma.daejeon.go.kr)은 1998년 개관을 하였으며

대전 지역 미술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현대 미술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최근 좋은 전시회가 있다고 해서 천변길을 걸어서 미술관을 찾아가 봅니다.

 

 

늘 동네 주변길을 이어 걷다가

오랜만에 갑천을 건너 강남(?) 땅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물론 동네 카페인 에떼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가야지요.

 

해는 떠있지만 겨울 안개가 아직 남아 있어서

마치 겨울이 아니고 봄과 같은 포근함이 느껴집니다.

 

탄동천에도 새들이 무척이나 많이 늘었네요.

 

올해 겨울들어 눈이 내리는 날이 많았지만

날이 포근해서인지 모두 다 녹고 마치 늦가을과 같은 느낌입니다.

 

지난 봄 새하얀 꽃으로 화사했던

탄동천 벚나무도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네요.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갈대의 정겨운 모습도

걷는 발걸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탄동천을 지나 갑천으로 나와도

옅은 안개는 여전합니다.

 

겨울에 안개를 보는 것도 드문일인데

확실히 올 겨울은 따뜻한가 봅니다.

 

그나저나 갑천을 걸어서 나오기는 참 오랜만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늘 자전거를 타고 나왔는데요.

 

엑스포 다리를 건너오니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 가득 펼쳐집니다.

 

그리고 1시간을 넘게 걸어서 대전시립미술관에 도착을 합니다.

거리로는 6km정도 걸은 것 같네요.

 

오늘 이곳을 찾은 것은 바로 이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 였네요.

"숨쉬다 21C Hyperrealism 극사실주의 특별전"

 

입장료 만원을 내고 미술관내로 들어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하이퍼리얼리즘의 회화와 조각 등

극사실주의 작품이 다양하게 전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정말 실물과 같은 사실적인 조각상을 만날 수 있네요.

 

하이퍼리얼리즘은 1960년대 후반부터

뉴욕과 독일 등 유럽 각지에서 일어난 새로운 사조라고 합니다.

 

이 사조는 실물 혹은 사진을 매개로 눈으로 보는

시각의 한계를 넘어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극사실적 묘사를 통해 현실 이상의 의미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아주 작은 로빈 윌리암스의 얼굴 조각상도 만나 봅니다.

 

이곳에 전시되고 있는 여러 작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마크 시잔의 포옹이라는 조각상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체의 사실성을 묘사하여

인간 내면의 근엄성에 접근하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이 조각상도 어쩌면 실물보다도

더 현실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초기의 하이퍼리얼리즘 작가들은 주로 사진기의 기술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극사실주의를 표현한다고 하네요.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손을 그린

작품도 흑백 사진같은 느낌입니다.

 

곤히 잠들고 있는 간난아이의 모습을 보며

혹여 깰까봐 살금살금 걷게 되고요. ㅎ

 

이번 전시회의 부제가 '숨쉬다'로

인간 영혼에 대한 경이와 숭고를

상기시킨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실제 원본인 인간 존재의 사라짐과 파생된 실제가

원본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역설을 보여준다고도 하고요.

 

이번 전시회는 단순히 예술적인 관점이 아니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게되는 독특한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토퍼 데이비드의 '질식'은

나무를 이용해서 극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파블로 루이즈의 그림은 하나 하나 점으로 그린 작품으로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지더군요.

 

바라보는 소녀의 눈이 너무나 생생하여

저도 한참을 쳐다봤습니다.

 

 여러 작품을 감상하고 미술관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만원이라는 입장료가 아깝지는 않네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갑천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갑천을 건너 카이스트 교정으로 들어왔고요.

 

이곳은 아직 억새가 풍성하게 남아있더군요.

 

겨울이라 그런지 한가롭고

여유로운 풍경만 가득합니다.

 

카이스트도 자주 걷는 곳 중에 하나로

다른 캠퍼스와 다르게 참 조용해서 좋습니다.

 

과거에는 그냥 지나쳐서인지

이곳에 장영실상이 있었는지 오늘 알게 되었네요.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조성한 타임 광장도 있고요.

70년 뒤인 2073년에 타임캡슐을 개봉한다고 하는데

물론 그때 저는 이세상에 없겠지요.

 

붉게 익은 산수유 열매가 아직

가지에 남아있는 모습도 참 색다른 겨울 풍경입니다.

 

오랜만에 대전시립미술관에 가서 좋은 전시회도 감상하고

또 가벼운 발걸음으로 41번째 동네 올레길도 이어갔네요.

42번째 길은 어디가 될것인가 스스로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