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올레길(39) - 블루문과 탄동천 가로등 길

by 마음풍경 2015. 8. 1.

 

내가 사는 동네올레길 39번째

 

[블루문과 탄동천 가로등 길]

 

  

대전 유성 탄동천 숲향기 길에 가로등이 설치가 되어

어두운 밤에도 가벼운 걸음으로 산책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나무 사이로 비추이는 가로등 불빛과 블루문의 모습

무척 환상적이어서 마치 비밀의 숲을 걷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올해 봄 탄동천에 숲향기길이 생긴 이후로

동네 마실삼아 걷기에 참 좋은 길이어서

시간이 나는대로 자주 걷게 됩니다.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38) - 여름비 오는 탄동천 숲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215) 

 

특히 최근에는 밤에는 걷기에 어두운 숲길에

가로등이 설치가 되어 따로 랜턴이 없어도

더욱 쉽게 걸을 수가 있게 되었네요.

하여 더운 여름밤 집을 나서서 탄동천을 찾아갑니다.

 

화학연구원 앞 탄동천 솔향기길 제2문에서

저녁 마실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어제는 붉은 노을로 서편 하늘이 아름다웠는데

오늘은 그저 차분한 풍경을 보여주네요.

(여름 밤에 우연히 만난 붉은 노을 풍경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221)

여튼 화려하면 화려한 대로 좋고

소박한 모습 또한 정겹게 다가서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8시가 조금 넘으니 탄동천 가로등에 불이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저녁 노을을 배경삼아 이런 밤길을 걷노라면

이제는 고인이 된 '김광석의 거리에서'라는

노래를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네요.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 땐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이제 화폐박물관 앞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봄에는 이곳이 멋진 벚꽃 터널로 장관인데

아마도 내년에는 더욱 아름다운

밤 벚꽃 풍경을 기대해 보게 됩니다.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34) - 비 내리는 봄꽃 길을 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104)

 

참 오늘 뜨는 달은 블루문이며

이번 블루문은 3년만에 뜨는 거라 하네요.

 

블루문(Blue Moon)은 양력을 기준으로

한달에 보름달이 두번 뜨는 데

그중 두번째 뜨는 달을 블루문이라고 합니다.

하여 어제가 음력으로 보름이었는데

오늘 또 보름달을 보게됩니다.

 

불빛에 의지하면서 걷는 밤길은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주는 시간입니다.

 

이처럼 여유로움이 가득 담긴 밤길을 걷다보니

오래전에 읽었던 '자비에르 드 메스트르의

밤에 떠나는 내 방 여행'이라는 책이 생각이 나서

지난 기록을 찾아 기억에 남는 구절을 옮겨봅니다.

 

도시의 화려한 거리보다

그대의 인적없는 오솔길을 사랑하는 나는

그대 안에 숨겨진 비경을 찾아 헤맨다.

푸른빛의 미로를 헤매면서

아침 종달새가 노래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매혹적인 그대의 골짜기에 영원히 묻혀 살고 싶은

마음의 떨림과 강렬한 욕망이 인다.

 

 

자비에르는 1763년 프랑스 사보이에서 태어난 직업군인으로

일상의 이야기를 아주 독창적인 문체로 남긴 작가입니다.

 

빛나는 밤 하늘을 바라보는 일은

내게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매력이다.

나는 여행이나 혹은 가벼운 산책을

할지라도 혼자 하는 경우는 없다.

늘 하늘의 신비로움을 감탄하며 여행하거나 산책했다.

 

 

그 숭고한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나의 생각이란 것이 부질없어 보인다.

그 모습에서 인간의 언어를 넘어선 기쁨을 발견한다.

그처럼 멀리 떨어진 세상에서 보내는 빛이

내 눈에 와 닿는 것을

그저 우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별들이 저마다 보내주는 빛은 내 가슴에는 희망의 빛이다.

 

 

정말 방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마치 세상의 모든 길을 걷고,

많은 체험을 한 것 같은 상상의 여행을 한다는 것에 

책을 읽는 내내 참 멋진 책이다하며 탄복을 했었지요. 

 

저야 이렇게 분위기 좋은 길을 걸어도

그런 글을 쓰지는 못하는데요. ㅎ

자신만의 문체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기는

작가들이 늘 부럽기만 합니다.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

내 인생의 즐거웠던 순간을

그림으로 그릴 수만 있다면!

하지만, 슬프다!

지난 행복의 기억은 영혼의 주름살과 같다.

 

 

마음이 울적해지기라도 하면,

그대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비웃기 위해 나타난 유령처럼

우리 마음속에서 그 추억들을 몰아 내어야 한다.

그러나 희망으로 자신을 속이기보다

포기하는 것이 천배나 나은 일이다.

 

 

이런 저런 생각과 음악을 들으며 좋은 밤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이 다리 아래에도 가로등이 설치가 되었네요.

 

멋진 가로등이 불을 밝혀주는 숲길을 따라

또한, 3년만에 만나는 블루문을 친구삼아 걷는 시간은

마음에 사색의 여유와 평화로움을 가져다 주었네요.

끝으로 거리에서를 마져 부르며 동네 마실길을 정리합니다.

 

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곳으로 떠나 버린 후

사랑의 슬픈 추억은 소리 없이 흩어져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눈 사랑도
더딘 시간 속에 잊혀져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