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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33)] 매봉산과 탄동천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4. 2. 2.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33번째

[매봉산과 탄동천 길]

 

 

2014년 청마해를 맞이하는 설날을 보내고 집 근처에 있는 매봉산을 오르고

또한 탄동천을 따라 33번째 동네 올레길을 걸었습니다.

시기로는 아직은 한겨울이건만 오늘은 봄이 오는 느낌만 가득하더군요.

 

 

 설 명절을 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동네 길을 걷기위해 길을 나섭니다.

아직 가지에 매달려 있는 헬리콥터 날개 모양을 한 단풍나무 씨앗을 보니

빙글 돌려서 하늘로 날려보내는 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 추억도 생각이 납니다.

과거에는 방패모양이나 가오리 모양의 연을 만들어 겨울 바람에 하늘 높이 날리던 놀이도 참 많이 했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을 보기가 거의 어렵지요.

 

작년말에 새롭게 단장이 된 동네 길을 지나갑니다.

보도블록이 새롭게 깔려서 더욱 단정한 느낌이 드는 길이네요.

 

 늘 사람들로 분주한 에떼 카페도 오늘은 잠시 평온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되나봅니다.

도시도 오늘과 같이 차소리도 거의 없고 사람의 어수선함도 적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ㅎ

 

 화학연구원 앞 다리에서 바라본 탄동천의 풍경은 늘 아늑하지만

최근 탄동천 정비 공사를 위해 천변에 있는 불도저의 모습이 왠지 낯설게 바라보입니다.

 

그래도 오리들은 여전히 여유롭고 평화롭게 보이네요.

주변에 차가 다니지 않아서인지 새소리, 물소리가 더욱 명랑하게 들립니다.

생각해보니 우리네 인간들은 세상을 살면서 만들어 내는거라곤 오직 소음과 쓰레기뿐인것 같네요.

 

벌써 2월이니 머지않아 담장에 늘어진 가지에 노란 영춘화가 피어 봄이 오는 소식을 알려주겠지요.

(영춘화 눈꽃핀 길을 따라 갑니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33)

 

바람은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지만,

메마른 나뭇가지들과 잎들의 무수한 전율을 통해 소리로만 저의 메마른 정신을 드러낸다.

뒹구는 가랑잎과 흙먼지를 통해 자취를 드러내기 전,

이명 같은 신음부터 먼저 다가와 산책자의 온몸을 휩싸는 음울한 흐느낌의 긴 머리카락

 

 

 거대한 파도처럼 숲을 빠져나갈 땐,

물방울 같은 무수한 공기의 포말들이 눈가며 뺨을 살갑게 두드린다.

이토록 절실한 위무를, 세상 어느 애인에게서 받아보았더란 말인가.

 

<엄원태 시인의 숲의 바람 중에서 발췌>

 

 

이제 큰 길을 뒤로하고 매봉산을 향해 숲길을 걷습니다.

물론 이 길은 대덕 사이언스 길 중 1코스에 해당하지요.

(대덕 사이언스 길 1코스 : 매봉~우성이산길 - 아카시 꽃향기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44)

 

 포신한 낙엽길을 밟으며 걷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이고 풍요로움입니다.

 

그런 포근한 산길을 조금 걸어오르니 과거 군 초소가 있는 매봉산에 도착합니다.

이곳뿐만 아니라 대덕연구단지 주변 산에는 여러곳에서 발견되는 군 시설인데 방치된 모습이 보기가 좋지 않는데

이제는 철거를 하거나 아니면 산책하시는 분들을 위한 간이 휴식시설로 만들면 어떨까합니다.

 

매봉산 정상을 넘어 대전교육과학원 방향으로 내려서니 김익희 선생의 묘소가 있는 창주 사적 공원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과거에도 동네 올레길을 걷느라 여러차례 찾아왔던 곳입니다.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⑩] 눈쌓인 성두산 구성동 산성과 매봉산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02)

 

김익희 선생은 조선시대 예학의 태두로 평가되는 김장생 선생의 손자입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전민동에 김익희 선생의 아버지인 김반 및 동생인 김익겸의 묘와

조카가 되는 서포 김만중 선생의 문학비가 있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26)] 서포 김만중 선생 문학비를 찾아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58)

 

무덤 아래쪽으로는 이곳을 관리하는 재실이 나옵니다.

오늘은 명절이라 담너머로 사람들의 소리도 들리고 담벼락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연탄이 왠지 정겹네요.

 

재실 아래쪽으로는 신도비와 묘비가 있는 제각이 나오는데 우암 송시열 선생이 지었다고 합니다.

  

창주 사적공원을 뒤돌아 나오니 눈에 익숙한 풍경이 펼쳐지는 탄동천이 나옵니다.

두발로 걸어서 또는 2개의 원을 굴려 자전거를 타고서 자주 다녔던 곳이지요.

 

탄동천은 숯골내라 부르며 금병산에서 발원하여 갑천으로 흘러가는 지천으로

쇠오리 등 37종의 많은 조류와 버들치 등 14종의 어류가 살고 있으며 대덕연구단지의 중심을 흘러가는 생태하천입니다.

 

언제와도 늘 좋은 탄동천 벚꽃길로 접어듭니다.

새하얀 벚꽃으로 화사한 봄도 좋고 푸르름으로 가득한 여름도 싱그럽고

또한 붉고 노란 단풍으로 화려한 가을도 좋은 그런 길입니다

물론 겨울 눈내린 날 걸어도 너무나 낭만적인 길이지요.

 

 전국이 AI 조류독감으로 몸살을 앓고있는데 이곳의 철새들은 무사한지 모르겠습니다.

국내에 사육하는 닭이나 오리의 공간이 A4 용지 한장도 되지 않는다는 뉴스를 접하고

AI 발생의 원인은 철새가 아니고 인간의 탐욕이 만든 것인데 괜히 철새만 욕을 먹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벚꽃 나무 터널 길을 지나 LG U+ 연구소 앞으로 나오니 과거에는 없던 천변 데크 길이 조성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현재와 같은 데크가 없을 때에도 가끔씩 이 길을 따라 걷기도 했었지요.

 

아직 테크길은 일부 구간만 설치가 되어있고 지질자원연구원 앞 천변은 아직 공사가 한창입니다.

 

 공사가 잘 마무리가 되어 생태 하천에 걸맞는 그런 좋은 자연 환경으로 조성이 되었으면 합니다.

 

 자연도 가능하면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또한 사람의 접근이나 이용도 쉬워서

자연과 인간이 서로 공존하고 여유를 나눌 수 있는 공원이 되길 희망해봅니다.

여튼 나중에 공사가 끝나면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되네요.

  

이제 탄동천을 벗어나 연구단지 운동장 안쪽 숲길로 들어섭니다.

나무 기둥 사이로 바라보이는 운동자의 모습이 참 한가롭지요.

 

먹고 사는 일에 바빠 늘 쳇바퀴 돌듯이 사는 우리네 인생에서 

그나마 오늘과 같은 여유로운 휴식은 참 고마운 선물입니다.

저도 머지않아 백수가 되면 늘 남고 지겨운 시간이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 이 순간을 가만 가만히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을 사는 이유 한가지는 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