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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30)] 유림공원 국화축제길

by 마음풍경 2013. 10. 31.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30번째

[유림공원 국화축제길]

 

 

신성동 ~ 중앙과학관 입구 ~ 갑천 ~ 유림공원 ~ 유성천 ~ 충남대 서문 ~ 신성동

(약 13km, 1시간 30분 소요/자전거, 축제 구경 포함)

 

 

유림공원 국화축제는 대전시 유성구 어은동에 있는 유림공원과 인근 수변 지역에

3000만 송이에 달하는 국화꽃이 다양한 모습으로 전시가 되어 있는 축제로

대덕연구단지 한적한 동네 길의 가을 정취와 함께 갑천변을 따라 국화 향기에 취해보는 시간입니다.

  

 

2008년 11월 가벼운 마음으로 걷기 시작한 동네올레길이 어느새 30번째가 되었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 올레 길 ①] 첫 동네 올레길 우성이산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09)

 

그나저나 제 자신이 스스로 좋아서 한 일이긴 하지만

지난 만 5년동안 같은 테마로 꾸준히 길을 만들어 걸은 것도 스스로 대단하고

또 집앞을 나서서 그처럼 많은 길이 제가 사는 동네 주변에 있다는 것도 신기합니다.

 

화폐박물관 앞 운치있는 천변길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갑니다.

순백색의 꽃이 피었던 지난 봄이 선명한데 어느새 쓸쓸함이 가득한 가을이 되었네요.

 

제가 사는 이곳에도 단풍의 색감이 조금씩 진해지는데

아마도 다음 주말이면 절정일것 같네요.

 

중앙과학관 입구를 지나 갑천변으로 내려섭니다.

 

갑천변에는 새하얗게 핀 억새들이 가을 바람에 살랑거립니다.

같은 억새라고 해도 산 능선에서 보는 억새와 강변에서 만나는 억새의 느낌은 왠지 다른 것 같습니다.

같은 사물이라고 해도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네요.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 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벨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 가을 - 김용택 >

 

 

계절의 기후는 빛과 바람에서 먼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강가에 부는 바람도 여리고 강물에 비추는 빛도 여려지는 느낌이네요.

 

다리를 건너 유림공원 입구로 들어서니 축제를 알리는 휘장들이 반겨줍니다.

 

국화하면 먼저 노란 색이 생각이 나기에 노란 휘장이 먼저 눈에 띄네요.

 

유림공원은 다리를 사이에 두고 서편과 동편으로 나뉘는데

 축제의 주무대는 서편이라 다리를 넘어갑니다.

 

다리를 넘자 국화로 단장을 한 뽀로로 인형 모습이 제일 먼저 반겨줍니다.

역시 아이들에게는 뽀로로가 최고이겠지요. ㅎ

 

그리고 주변 광장에는 다양한 동물들을 국화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또한 동물 모습뿐만 아니라 주변에 다양한 색상의 국화를 배치하여 더욱 풍성한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국화꽃은 모양 및 색이 다양하여 여러 꽃말을 가지고 있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공통적인 꽃말은 청순, 정조, 평화, 절개, 고결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흰색 국화는 성실과 진실, 감사이고 노란색 국화는 실망과 짝사랑

또한 빨간색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합니다.

저는 색중에는 노랑 계통을 좋아하는데 노란색 꽃말들은 대체적으로 좋은 것이 별로 없는것 같네요. ㅋ

 

또한 국화의 유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데

꽃을 무척 사랑하는 타게스라는 사람이 시들지 않는 꽃을 만들었지만

향이 이상하고 바람이 불면 꽃잎이 날라가 버려 상심하였다고 합니다.

 

하여 이를 지켜보던 꽃의 여신 플로라가 가엽게 여겨서

그 꽃에 생명을 불어넣어준 꽃이 국화라고 한다네요.

 

그나저나 국화하면 바로 서정주 시인의 "국화옆에서"라는 시가 빠질 수는 없겠지요.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10대 학창시절 자주 외우고 중얼거렸던 시였는데

한구절 한구절 떠올려보니 참 새롭습니다.

 

또한 오래전에 고창 질마재길을 따라 다녀왔던 서정주 시인의 생가도 떠오릅니다.

마을 뒷 동산에 가득 피어있던 노란 국화 풍경과

마을 담벼락에 그려진 마을 주민들의 얼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지요.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길 : 국화마을과 미당 서정주 생가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84)

 

잠시동안 화려한 국화의 색감과 진하디 진한 향기에 취해보았습니다.

국화향기를 뒤로 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고 유성천으로 들어서는데

과거에는 보지못했던 조각상이 있네요.

 

낚시하는 노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상인데 주변 분수대와 제법 잘 어울립니다.

저도 이제 물고기보다는 한가롭게 세월을 낚을 준비를 해야겠는데

그전에 내속에 담겨있는 것들을 먼저 비우는 준비부터 해야 할것 같네요.

 

유성천은 자전거를 타고 가볍게 지나다니는 길인데 카메라에 담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늘 수량이 부족해서 아쉽지만 한가롭게 지나기에는 참 좋은 길이지요.

 

오늘은 축제기간이라 그런지 유성천에 설치된 분수의 모습도 자주 보게됩니다.

 

이제 이 다리를 건너서 집으로 되돌아 가야지요.

 

이 길은 유성과 세종시를 잇는 약 20km의 세종~유성 바램길 구간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길이 다 만들어지면 한번 걸어봐야 겠습니다.

 

유성천에서 반석천 방향으로 들어서는데 천변을 따라 데크길이 조성이 되어 있네요.

 

하여 데크길옆으로 충남대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 교정으로 들어갑니다.

 

충남대 서문을 빠져나와 집에 다시 도착했습니다.

다녀온 거리가 13km였지만 자전거를 타니 축제 구경을 포함해도 약 1시간 30분밖에는 걸리지 않았네요.

앞으로도 이 동네에 살면서 몇번의 동네 올레길을 걸을지는 모르겠지만

가까이 있어서 편하고 익숙해서 더욱 행복한 길이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