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높고 푸른 가을 하늘 그리고
새하얀 구름이 황홀하게 펼쳐지는
만추의 풍경을 만나보았습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비가 와서
단풍의 색감도 더욱 진하고
느낌도 촉촉할 것 같아서
다시 동네 길을 나섭니다.
문앞을 나서니
하늘이 장관이네요.
아파트내 나무들도 붉고 노란 색감이
진한 만추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지난주에는 비를 맞으며
동네 단풍길을 걸었는데
오늘은 구름들이 춤을 추듯
나풀거리는 모습을 만납니다.
늦가을의 아침 햇살은
조금은 쓸쓸한 듯 보여도
따스함을 간직하고 있지요.
푸른 하늘이라는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듯 하네요.
비가 오고 바람이 부니
은행잎들도 가지에서
떨어져서 길에 수북합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구름은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합니다.
의도된 모습보다는
우연처럼 만나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데
우연은 멋진 인연이 되네요.
아름다운 것은 멀리 있지 않다.
크기가 아주 큰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금방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것이 아름다움의 힘이다.
그것이 아름다움이
아름다울 수 있는 까닭이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
오래도록 머무는 아름다움,
그것이 선(善) 아닌가.
일생 동안 쌓아놓은
재산이나 빛나는 업적보다는
한 사람을 가장 빨리,
가장 절실하게 추억하도록
만드는 게 있다.
어떤, 사소하고 아련한
냄새가 그것 아닐까.
사소하면서도 아련한 냄새가
재산이나 업적보다 훨씬 소중하다.
< 안도현 -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
안도현 시인의 시처럼
늘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도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동네 올레길을 걸으며 느끼곤 합니다.
계절의 좋은 풍경을 만나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
멀리 유명한 곳에 가는 것외에도
가볍게 동네길만 걸어도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삶의 묘미이겠지요.
아! 참 곱고 또 곱습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예쁜 단풍에 비추이는
가을 햇살처럼
내 가슴에도 그 햇살이 가득
스며드는 기분입니다.
고운 단풍을 만난 흥분을
조금 가라않히기 위해
동네 앞산 숲길로 들어갑니다.
비가 오고 날이 추워져서 인지
능선길에서 만난 바람도
제법 겨울 느낌이 나네요.
아직 푸르름이 많은 숲이지만
혹독한 겨울을 맞이할
채비를 하는 느낌이 듭니다.
나무가 가지에서 잎을 떨구는 것은
그런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자연의 이치겠지요.
인생의 혹독함을 이겨내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욕심을 줄이고
'촌스럽게' 살고자 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고요.
단풍과 숲의 정취에 취해 걷다보니
충남대 뒷산으로 들어왔습니다.
바싹 말라버린 낙엽위에
어제 내린 빗방울의 흔적이
무척이나 대비가 됩니다.
이제는 수분이 필요없는
나뭇잎에 스며들지 못하고
뒹구는 그 영롱한 모습이...
충남대 교정으로 들어서니
가을 풍경이 맞아줍니다.
가로수 길을 걷다가
은행나무 숲으로 들어가 봅니다.
참 신기하지요.
이곳을 여러차례 지나다녔지만
이처럼 은행나무가 가득한 숲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어쩌면 사계절중에서도 가을만이
나무를 나무답게 만듭니다.
연두빛으로 고운 봄에도
푸르름으로 가득한 여름에도
앙상한 가지만이 남은 겨울에도
나무는 그냥 나무일 뿐이지만
나무를 구분해 주는 유일한 계절은
어쩌면 가을인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계절을
몇번이나 더 볼 수가 있을까요.
100년을 산다해도 딱 백번밖에는
만날 수 없는 것이 삶이겠지요.
아름다운 충남대 캠퍼스를 빠져나와
주변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수당정으로 올라봅니다.
이곳 산으로 올 때만 해도
구름의 조화로움이 대단했는데
그 사이에 그 많던 구름은
어디로 다 가버렸는지
갑하산과 우산봉 능선에는
구름 한점 없습니다.
하늘이 맑아서 계룡산 주능선도
아주 깨끗하게 바라보입니다.
하여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오른편 삼불봉부터
자연성릉, 관음봉과 쌀개봉
그리고 정상인 천황봉도
나란히 바라보입니다.
이제 능선을 내려서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마른 낙엽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이 가득하네요.
삶이 여전히 즐겁고
한편 기대가 되는 것은
한치앞도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살아갈 길을
다 안다면 재미없겠지요.
오늘 동네길에서 마주한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은
전혀 기대하지 않은
의외의 선물이었습니다.
여전히 자연은 저에게
멋지고 고마운 친구이자
늘 변함 없는 사랑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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