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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올레길 (29)] 여름에 걷는 동네 앞동산 숲길

by 마음풍경 2013. 8. 18.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29번째

  

 

- 여름에 동네 앞동산 숲길을 걷다 -

 

 

가을이 아주 멀지 않았지만 아직 더위가 한참인 8월 중순 여름날에

동네 앞동산 숲길을 걸어보았습니다.

햇살은 뜨거웠지만 산들 바람이 불어주어 시원한 숲길이었습니다.

여행이란 단지 버스나 기차를 타고 멀리 떠나는 것만이 아닌

내 주변의 평범한 일상을 되돌아보는 일도 또 하나의 여행인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은 집을 떠나 멀리 가지않고 집 주변의 동네 올레길을 걷기로 하고

그늘이 우거진 아파트 쪽문을 빠져나갑니다.

 

세상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늘 변하고 또 변해갑니다.

자연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절이라는 변화를 계속 이어가지만

그래도 늘 처음으로 되돌아오려는 변화이자 또다른 새로운 탄생이 아닐까요.

 

제철에 피지 못한 장미꽃의 어설픈 자태를 보니 마음이 안타깝네요.

요즘은 과일도 그렇고 야채도 그렇고 어느 계절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보니 제철이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엉성하게 핀 장미꽃을 보니 인간의 탐욕에 의한 자연 생태계 파괴는 굳이 온난화를 이야기 하지않더라도

어느 한순간 거대한 재난으로 닥쳐올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론 늘 익숙한 길을 걷는 것은 낯선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만큼이나

나를 찾아 떠나는 또다른 의미의 여행인것 같습니다.

 

익숙함에는 편안함과 아늑함이 담겨있는데

그런 느낌으로 가벼운 여행을 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너무나 편안한 숲길을 걸으니 행복이란 무얼까 하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누군가는 행복이란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하더군요.

자신만의 행복만을 추구하면 늘 만족하지 못하고 마치 눈을 가린 모습처럼 늘 방황을 한다고 합니다.

물론 말이나 글처럼 마음이 따라주면 좋을텐데 늘 지나고 나면 후회하는게 삶인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한걸음 한걸음 옮기다 보니 오늘 걷기의 반환점인 수당정에 도착했습니다.

 

수당정에 올라 갑하산과 우산봉 능선이 펼쳐지는 시원한 풍경을 바라봅니다.

지난번에 이곳에 왔을 때는 노은 지역 아파트들이 전부 다 보였는데 이제는 나무에 가리네요.

 

멀리 계룡산은 구름에 덮혀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네요.

그나저나 이곳도 얼마지나지 않으면 나무에 가려 계룡산 능선을 보지 못할것 같습니다.

물론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 사이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겠지요.

 

이제 수당정을 내려와 되돌아 갑니다.

소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숲길을 걷다보니 마치 제 마음 속 길을 따라 걷는 기분이 드네요.

 

 가는 길에 달개비라고도 불리는 닭의 장풀 꽃을 만났는데

멀리서 보면 푸른색의 작은 나비들이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요.

닭의 장풀 꽃은 반나절 피었다가 꽃잎을 닫아버리기에 꽃중의 하루살이라고 한답니다.

너무나 흔하기에 잡초처럼 인식한 꽃이지만 자세히 바라보니 참 조화롭고 아름답네요.

 

누군가의 사랑 덕분에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사는것이라는 말처럼

 세상도 기실 내가 잘나서 사는 것 같지만

늘 지순한 사랑을 주는 자연과 같은 소중한 존재가 있기에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무관심한 시대를 살면서도 이렇게 다른 사람에 대한 대량의 정보에 둘러싸여 있어.

마음만 먹으면 그런 정보를 간단히 살펴볼 수 있는 거야.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 사실은 거의 아무것도 몰라.

우리가 아무리 친밀하게 지내고 가슴을 열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하더라도

실제로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잘 모를지도 몰라.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끼의 소설에 나오는 윗글처럼

세상은 그런 소중함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고독하고 외로운 세상은 아닌지 늘 혼란스럽습니다.

저 또한 그 틀속에 같혀 세상을 등지고 온전히 자연으로 마음을 향하고 있는 것 같고요.

 

떠내려 가는 것을 삶이라고 한다면 거슬러 오르는 것은 희망이라고 하는 말처럼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사는 삶이 아닌 조금은 고통스럽지만 늘 희망을 찾기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되야할 것 같습니다.

 

앞 동산 숲길을 빠져나와 동네 길을 걷는데 담벼락에 고운 색의 무궁화가 예쁘게 피어있네요.

일반 길 걷기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이었습니다.

끝으로 김기덕 감독의 말을 적으며 가볍게 걸어본 동네 올레길을 마무리합니다.

 

인생은 풍경입니다.
빛을 알려면 어둠을 알아야 하고 밝음과 어두움이 같은 색임을 알 때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