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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올레길 (27)] 아늑한 충남대 뒷산 솔숲길

by 마음풍경 2013. 5. 1.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27번째

[충남대 뒷산 솔숲길]

 

충남대 뒷산 솔숲길은 충남대를 감싸고 있는 산 능선 중 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소나무 향기를 가득 맡으며 걷는 아늑한길입니다.

 

 

오늘은 계절의 여왕인 5월의 시작이자 노동절로 하루 쉬는 날이기도 합니다.

집에서 류현진 선발 야구 경기를 기분 좋게보고 뒹굴뒹굴 하다가 앞산으로 산책을 나섭니다.

 

최근들어 비도 자주 와서 맑은 하늘을 보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봄빛 하늘이 참 맑고 깊게 보이네요.

 

대전시민천문대 입구에서 이제 본격적인 숲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길가에 곱게 핀 보라색 제비꽃도 만나고 봄바람에 실려오는 꽃내음도 좋네요.

 

 5월로 접어드니 강렬한 색감을 지닌 철쭉의 풍성함도 이곳 저곳에 가득합니다.

 

일반적으로 충남대 뒷산길을 걸을 때 이곳 삼거리에서 왼편 길을 따라 궁동방향으로 가는데

오늘은 오른편 길인 충남대 수의대 방향으로 갑니다.

 

편안한 숲길을 계속 걷다가 다시 삼거리를 만나는데 이 길을 계속 이어가면 군부대쪽으로 가게되지만

충남대 뒷산 서편 능선으로 가기위해 왼편길로 갑니다.

나중에 충남대를 돌아나올 때 오른편 길로 나오게 될것 같네요.

 

조용하고 한적한 숲길을 걸어가니 작은 원두막이 나오고 계속 직진해서 능선을 따라 길을 걷습니다.

이곳도 또한 나중에 왼편에서 올라 오른편 계단길로 넘어가게됩니다.

 

이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푹신푹신한 솔잎길이 이어지네요.

 

산 능선을 끝까지 이어가니 예술대학이 있는 차도로 내려서게 됩니다.

 

충남대 교정길을 따라 기숙사 방향으로 길을 걷는데

2002년에 충남대 개교 50주년을 기념해서 땅에 뭍은 타임갭슐를 만났습니다.

50년 뒤인 2052년에 개봉을 한다고 하는데 만일 그때까지 살아있다면 이곳을 찾고 싶네요.

 

충남대 기숙사가 있는 생활관 입구에 도착합니다.

지난번 야간 산행때 왔을 때는 벚꽃의 정취가 가득했는데 이제는 푸르름이 대신하네요.

 

이제 생활관 입구에서 다시 왼편 산쪽으로 계단길을 올라섭니다.

딱히 정해진 이정표는 없지만 이어지는 길들을 따라 걷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ㅎㅎ 원두막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왔네요.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오늘은 8자형태로 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능선을 넘어서 나무 계단길을 계속 이어갑니다.

 

나무 계단길은 기숙사와 법학대학원을 이어주는 길인것 같습니다.

이제 법학대학원 건물을 왼편으로 끼고 산길을 계속 걷네요.

 

길을 이리저리 이어 걸어도 만나는 길마다 자연의 고운 풍경들이 함께하니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산벚꽃의 고운 풍경도 조용조용하게 이곳 저곳에 숨어있네요.

 

태어났으면 살아야지. 비정한 줄 알면서도 견뎌내는 것,

그것을 나는 딱히 긍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도 따뜻하긴 하지만 냉정하고 비정할 땐

한없이 냉정하고 비정하지 않나.

태풍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처럼.

자연은 모든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쨌든 태어났으면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고,

살아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가

모든 인간에서 주어진 과제인것 같다.

 

자연의 고운 풍경을 바라보니 문득 얼마전 잡지에서 읽어본

정지아 작가의 글이 생각이나 옮겨보았습니다.

자연의 모든 것을 온전히 사랑하는 마음처럼 내게 주어진 삶도 사랑하며 살아야 할텐데

가끔씩 그 삶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들지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다가 충남대 뒷산의 정상이라 할 수 있는 수당정을 들러봅니다.

 

정자에 올라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주변에 펼쳐지는 조망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이제 수당정을 반환점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앙상한 가지였는데 벌써 푸르름으로 가득하네요.

 

그리고 길옆으로 소나무에 자라고 있는 재미난 모양의 버섯을 만났습니다.

 

마치 밤톨같은 모양인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한잎 버섯'인것 같습니다.

한잎버섯은 주로 죽은 소나무에 기생하는데 기관지염이나 천식에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이처럼 편하고 아늑한 숲길을 걷다보면 행복감이 가득 느껴지지요.

살아있기에 행복하고 또 두발로 건강하게 걸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제 대전천문대를 지나 집을 향해 길을 내려갑니다.

약 7km거리에 2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그저 가볍고 한없이 편하게 걸었던 길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지아 작가의 말을 옮기면서 27번째 동네 올레길을 마무리 하네요.

 

'뽀짝뽀짝'이란 참 좋아서 공간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옆으로 조금씩 조금씩 다가드는 것을 표현하는 말인데,

과하지도 않고 확 앵기는 것도 아니고 쪼금씩 계속 가는 그 느낌이 좋다.

 

어쩌면 오늘 걸었던 동네길이 뽀짝뽀짝 걸었던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