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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길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 올레길 ⑩] 눈쌓인 성두산 구성동 산성과 매봉산길

by 마음풍경 2011. 1. 2.


2011. 1. 1(토)

 

집 ~ 대덕연구단지 운동장 ~ 구성동 산성(성두산) ~ 성두산 자연학습원 ~ 국립중앙과학관 ~

대전정보교육원 ~ 창주사적공원(김익희 선생 묘) ~ 매봉산 ~ 표준과학연구원 ~ 집(약 9km, 2시간 20분 소요)

 

 

토끼의 해인 신묘년(辛卯年) 새해가 시작이 되었네요.

작년에는 새해 첫 걷기로 대전둘레산길잇기 12구간을 걸었는데

오늘은 새로운 동네 올레길을 찾아보려고 길을 나섭니다.

 

지난 몇일 동안 제법 많은 눈이 오고 날이 추워서인지

잔설들이 녹지않고 아직 길가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작년에는 하얀 눈 모자를 쓴 장미 꽃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풍경을 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참 소박하고 좋습니다.

 

쌓인 눈으로 새하얀 모습을 보이는 연구단지 운동장도 지나고요.

 

뽀득 뽀득 눈길을 밟으며 정취있는 탄동천 옆길도 지나갑니다.

 

봄에는 노란 개나리도 피고 새하얀 벚꽃도 피는 곳인데

겨울의 담백한 풍경도 참 좋습니다.

 

이제 구성동 산성 안내판이 있는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산길을 걸어야겠네요.

 

이곳은 구성동 산성이 있는 성두산 근린공원이기도 합니다.

 

구성동 산성은 성두산(해발 86.7m)의 정상에 흙을 쌓아 만든 성으로 거북성이라고도 합니다.

백제시대때 현재의 유성을 다스리던 곳으로 추정되고요.

 

ㅎㅎ 해발이 100미터도 되지 않는 낮은 산이라 조금 오르자 마자 바로 하산을 시작하네요.

 

과학고 방향으로 오솔길을 따라가니 숨어있는 작은 쉼터가 나옵니다.

한적한 느낌이 가득한 곳이네요.

 

간이 화장실도 있고 주변에 운동 기구도 있고요.

 

왼편으로 과학고가 바로 연결되고 건너편 농구대 옆 오른편으로 보이는 대나무 숲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참 한적한 대나무 숲길을 걷습니다.

 

잔설과 함께 포근하게 밟히는 낙옆길도 참 마음을 편하게 해주네요.

 

작은 고개를 넘어서니 바로 과학관으로 통하네요.

제가 지나온 곳이 성두산 근린공원이기도 하지만

국립중앙과학관 측면에서 보면 자연학습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성두산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모두 4개가 있는데

오늘 제가 걸어왔던 KAIST 건너편 길과 제가 빠져나가는 과학관쪽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남쪽방향으로 대전지방기상청 왼편쪽에서 산성으로 바로 오르는 계단길이 있으며

금강환경관리청 건물 뒤편쪽에도 계단 길이 있습니다.

 

여튼 입장료도 내지않고 과학관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이네요. ㅎ

 

ㅎㅎ 눈이 이리 쌓여있으니 재미난 모습이 됩니다.

이 사진을 보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는지요.

 

한편의 조형적인 그림을 감상하는 기분도 듭니다.

 

과거 과학관 앞에 서있던 12지신상 로봇인데 지금은 뒷마당으로 물러나 있네요.

 

과학관 중앙 건물을 지나갑니다.

 

아까본 12지신상 로봇이 큰 로봇들에게 과학관 광장 자리를 양보한거네요.

 

이제 과학관을 빠져나와 왼편 천변길을 따라갑니다.

 

이제 매봉산 들머리를 찾기위해 작은 다리를 건너

대전교육과학연구원 건물 뒷편으로 가네요.

 

건물 뒤편으로 가니 350년이 된 멋진 회화나무가 있습니다.

 

보호수를 지나니 당초 생각하지 않았던 창주 사적공원이 나옵니다.

 

이곳에 이런 고택이 숨어있을지는 전혀 생각지 않았는데

뜻밖의 좋은 새해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김익희 선생은 조선 인조때 문과에 급제하여 판서까지 오르신 분이며

병자호란때 남한산성에서 독전어사로 활약하셨다고 하네요.

 

돌아가신 뒤에는 영의정으로 추증되었다고 합니다.

 

등잔밑이 어두운걸까요.

대전에서 20년을 넘게 살면서 이처럼 가까운 곳에

이런 유적이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이제 매봉산으로 향해야 하는데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망설이다가

무덤 옆으로 길이 있어 그 길을 따라가봅니다.

 

이처럼 무덤을 따라 휘돌아 가는 길도 있지만

대전교육과학연구원 옆에 있는 대전교육정보원 건물 뒷편으로 작은 샛길이 있어 그곳으로 바로 올라서도 되겠더군요.

 

길을 걸을 때만 해도 날이 흐렸는데

이제 제법 맑은 하늘 모습을 보여주네요.

 

날은 춥지만 그래도 바람도 불지않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으면

따스한 봄날처럼 느껴지고요.

 

2011년 새해 첫날의 해의 모습도 구름 사이로 아스라하게 보입니다.  

 

그나저나 길을 걷다가 오른편 능선길로 올라야 하는데 눈이 쌓여 길이 보이지 않았나봅니다.

그냥 계속 길을 걸으니 길도 사라지네요.

하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철책을 따라 없는 길을 만들어 걷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알바를 하게됩니다. ㅋ

 

눈길을 헤치고 가다보니 눈에 익숙한 연구소에서 오르는 매봉산 길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연구소에서 점심때만 이 문을 개방하지요.

 

이제 다시 사람 발자국 흔적이 있는 길을 걷습니다.

 

걷는 길 군데 군데 무덤들도 만나게 되고요.

새하얀 눈이 덮힌 무덤을 보면 왠지 느낌이 애잔해집니다.

 

매봉산(145m) 정상에는 옛날 군인 초소가 있네요.

대덕 연구단지 주변 산 정상 부근에는 연구단지를 지키던 이런 초소가 많습니다.

물론 현재는 방치되어 흉물로 남은 모습이고요.

 

이제 매봉산도 내려서야 합니다.

오늘은 아주 쉽게 산을 무려 2개씩이나 올랐네요. ㅋㅋ

 

오늘 걷는 산길에는 눈이 제법 쌓여 있어 걷는 기분도 참 좋습니다.

날만 좋다면 이곳에 앉아 커피도 한잔 마시면 좋을것 같네요.

 

한국표준연구원 앞 큰길로 내려섰습니다.

 

이제는 다시 차가 다니는 길을 따라 걷습니다.

 

이 길은 화봉산 및 우성이 산 방향으로 동네 올레길을 걸을 때 자주 걷던 길이지요.

 

눈이 쌓여있으니 더욱 아름답고 정감이 가득한 길이 되었네요.

 

지나치는 버스정류장에 고운 시가 있어

읽어보는 여유도 가져봅니다.

그나저나 정지용 시인의 언어적 표현은 대단한것 같습니다.

한글에 이처럼 아름다운 표현들이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고요.

 

다리옆으로 과거에 없던 생태 설명판도 새롭게 설치가 된것 같습니다.

 

숯골내 탄동천이라는 고운 이름처럼 늘 평화로운 풍경이 가득한 곳이지요.

 

올 한해도 이 풍경처럼 평화롭고 고요한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다시 연구단지 운동장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성두산과 매봉산을 거쳐 반시계 방향으로 한바퀴 돈거네요.

 

2011년이 시작하는 첫날 10번째의 새로운 동네 올레길을 만들고 걸어보았습니다.

올 한해도 아마 우리나라 이곳 저곳을 가보고

그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길을 걷고 만나는 고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겠지요.

 

하지만 반가운 친구처럼 늘 포근하고 편한 길은

제 주변에 있는 소박한 동네 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구름처럼 가벼운 마음이 자연스레 스며드는 길이지요.

 

여튼 올 한해도 이 길 저 길을 터벅 터벅 걸어보렵니다.

길에는 자연이 있고 그리움이 있고 사랑이 듬뿍배여 있으니요.

저도 그 아름다운 길에 배여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