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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옥천 장계국민관광지 향수길 - 정지용 시인의 멋진 신세계를 만나다.

by 마음풍경 2016. 6. 12.



옥천 장계국민관광지 향수길


충북 옥천군 안내면 장계리



장계국민관광지는 '멋진 신세계'라는 주제로

호젓한 금강변 숲길을 따라 작품들이 설치가 되어 있어

수변길을 걸으며 정지용 시인의 시문학을 접할 수 있습니다.



옥천의 장계국민관광지는 금강과 대청호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기 위해 1986년 휴양지로 지정이 된 곳입니다.


저도 대전에 살면서 아이와 함께 이곳에 와서

대청 비치랜드의 놀이시설을 이용했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장계 관광지는 옥천 구읍의 정지용 생가에서 출발해서

금강휴게소로 이어지는 옥천 향수 100리 자전거길이기도 하네요.


그리고 10여년 전에 '멋진 신세계'라는 이름으로

정지용 시인의 시문학 아트 로드를 조성해서 그 모습도 만날 수 있습니다.


과거 옥천 주변의 마성산 산행을 하고 나서 옥천 구읍에 있는

정지용 생가에 가본 기억도 새롭게 떠오릅니다.

(옥천 정지용 생가와 춘추 민속관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36)


이제 입구 주차장에서 시계 방향으로 한바퀴 돌기로 하고

작은 방갈로 건물이 있는 강변쪽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정지용 시인의 문학적 가치를 대중적으로 알리게 된 것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오고"

시작하는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향수'라는 노래를 통해서 일겁니다.


다만 정지용 시인은 6.25때 납북 작가로 낙인이 찍혀 오랫동안 모르고 있다가

1988년 해금 조치를 통해 그의 문학적 논의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처럼 그의 문학을 기념하고 알리는

다양한 시문학의 공간이 마련이 되었지만

참 오랜 세월동안 잊혀졌던 불행한 시인이었습니다.


강으로 난 창을 형상화한 '창'이라는 작품은

난간을 걸어가면서 강가의 풍경을 다양하게 구도로 바라볼 수가 있는데

예술 작품이라기 보다는 왠지 포토존과 같은 느낌입니다.


그나저나 이념과 철학이 혼돈했던 해방 후의 그 시기에

정지용 시인은 창을 통해 보고자 했고 꿈꾸웠던

멋진 신세계는 어떤 세상이었을까요.


아련하게 바라보이는 강가의 모습도 좋고

그늘이 우거진 숲길의 풍경도 그저 편안합니다.


한국의 서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향수'의 싯구도

벽화로 군데 군데 형상화가 되어있습니다.


강물은 많지 않아도 녹음이 짙게 우거진 숲과 함께

이곳 주변의 정취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아름답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이곳은 참 오랫동안 잊혀져 있었네요.

단지 아이들 놀이시설이 있었던 곳으로만 생각을 했고요.


하지만 자연의 향기가 진하게 풍겨오는 매력적인 곳이라는 것을

오늘에서야 새롭게 알게되고 느끼게 됩니다.


새하얀 눈이 오는 날에도 오고 싶고

붉은 단풍이 가득한 날에도 오고 싶고

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날에도 조용하게 찾고 싶네요.


그때마다 저 외롭게 서있는 나무는

나를 친구로 반겨줄지 모르겠습니다. ㅎ


일부 시설은 비록 낡아보이지만

이처럼 새롭게 설치된 공간도 보여서

조금은 안쓰러움이 덜어집니다.


정지용 시인의 '숨ㅅ기내기'라는 시를 형상화한 작품도 만납니다.


나-ㄹ 눈 간기고 숩으십쇼.
잣나무 알암나무 안고 돌으시면
나는 샃샃이 찾어 보지요.

숨ㅅ기내기 해종일 하며는
나는 슬어워진답니다.

슬어워지기 전에
파랑새 산양을 가지요.

떠나온 지 오랜 시골 다시 찾어

파랑새 산양을 가지요.



새하얀 눈이 쌓여있는 황홀한 풍경을 상상해봅니다.

아! 이처럼 아름다운 곳을 지척에 두고 그동안 잊고 살았다니..


누군가와 나란히 이곳 사진 액자 속에 담아

정겨운 추억으로 남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정호승 시인의 시도 만나볼 수가 있네요.


정말 대전에서 차로 채 1시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이런 좋은 풍경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에 다시 오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흘렀네요.


다시 강변 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정지용 문학상에 대한 설명 및 관련 시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정지용 문학상은 전통적 서정에 바탕을 둔 빼어난 시어로

한국 현대시를 한단계 발전시킨 시인 정지용의 문학적 성과와

문학사적 위치를 기리기 위해 1989년에 제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제1회 수상자인 박두진 시인을 비롯해서

이름을 대면 아는 시인들인 김광균, 유안진, 정호승, 김지하,

강은교, 김초혜, 도종환 시인 등이 수상을 했고

28회인 올해는 신달자 시인의 '국물'이라는 시가 수상을 했다고 합니다.


별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고 박정만 시인의 시도

이곳에 있어서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문학 중에서 시를 가장 많이 좋아합니다.

하여 내가 좋아하는 시인들을 이곳에서 만나니 그 기쁨이 더 커지네요.


그나저나 지금은 조금은 방치된 모습잊지만 좀 더 활성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문학을 이야기하는

좋은 공간으로 재탄생하길 바래봅니다.


잡초만 우거진 주변의 많은 건물들의 모습에서

왠지 정지용 시인의 슬픈 삶을 보는 것 같아 더 안타깝네요.


이곳은 정겨운 수변 길뿐만 아니라

아늑하고 향기로운 소나무 숲도 만날 수가 있습니다.


하여 이처럼 진한 소나무 향기를 맡으며

시집 한권을 펼쳐서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소나무 숲을 되돌아 나와서 길을 이어가니

강변 조망이 탁트인 휴식 공간을 만납니다.


이곳 벤치에 앉아서 제가 좋아하는 '강변연가'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가벼운 여유로움도 좋겠지요.


그나저나 내년 벚꽃 피는 봄에 자전거를 타고

정지용 생가에서 부터 멋진 신세계를 지나고

금강휴게소를 따라 라이딩도 해봐야 겠네요.


다시 주차장 입구로 돌아왔습니다.

이곳 전체를 천천히 한바퀴 도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네요.


옥천 향토 전시관 입구에는 옥천 청마리 제신탑 모형이 설치가 되어있는데

청마리는 제가 오래전에 걸으면서 만났던 마을이어서 더욱 반갑습니다.

(금강 청마리 길 - 마을과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93)


그리고 옆으로 신라 문무왕 때 만들어진 다리인 청석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원래는 증약리 마을 앞에 있던 것을 철로 공사로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하네요.


장계 유원지는 정말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곳으로

과거의 모습은 이제 거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다만 조금은 방치가 되어 가는 것 같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문학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재탄생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