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담양의 명옥헌(鳴玉軒) 원림은 명승 제58호로 가사문학을 대표하는 담양의 정자 원림 중 붉은 배롱나무꽃 정취가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담양의 대표 정자원림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은 소쇄원입니다. 하지만 배롱나무 꽃과 연못이 어우러지는 명옥헌 원림도 그에 못지않는 명소입니다.

마을 입구에는 배롱나무 꽃이 붉게 피어 화려한 명옥헌 배롱나무 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명옥헌은 아주 오래전에 한번 찾아왔던 곳이라 마을 모습이 눈에 익숙합니다.
담양 가사문학 길 - 창평에서 소쇄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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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의 저수지도 그대로고 다만 과거에 왔을 때는 삭막한 풍경이었지만 지금은 녹음가득한 모습이네요.

만 6년이 넘어서인지 저수지 주변의 나무들도 더욱 울창해진 것 같습니다.

명옥헌 원림을 가려면 마을을 통과해서 가야합니다.

그나저나 이곳도 마을 벽화의 유행을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삭막한 풍경보다는 좋겠지만 지나친 획일화는 조금 그렇지요.
여튼 담장의 식물과 벽화 그림이 마치 하나인것처럼 자연스럽네요.
사자 얼굴이 조각된 낡은 철문을 보니 오래전 살던 어린시절 추억도 떠오릅니다.
마을 내 골목을 지나 소박한 느낌의 숲길을 걸어갑니다.
한적한 숲길을 빠져나가니 명옥헌 연못이 나타나네요.
조선 중기 명곡(明谷) 오희도(吳希道)가 산천경개를 벗하며 살던 곳을 그의 아들인 오이정이 선친의 뒤를 이어 이곳에 은거하면서 만든 정원으로 한사람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니고 여러 세대를 거쳐 완성이 된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아직 명옥헌 배롱나무 꽃과 만날 인연이 아닌지 이번에도 물가를 붉게 물들이는 배롱나무 풍경을 보지는 못하네요.
조금 부족하기는 하지만 물 그림자가 된 붉은 꽃 풍경을 만날 수는 있습니다.
하긴 나중에 내려와서 살면 쉽게 찾아올 수 있기에 그때는 붉게 물든 명옥헌을 자주 만날 수 있겠지요. 소중한 것은 천천히 만나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연못을 지나자 단정한 느낌의 명옥헌 건물이 나옵니다.
명옥헌은 우암 송시열 선생이 지어준 것으로 명옥헌(鳴玉軒)이란 계곡물이 흘러 하나의 못을 채우고 다시 그 물이 아래의 연못으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마치 옥구슬 소리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우거진 나무로 인해 연못이 보이지 않지만 탁트인 조망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네요.
명옥헌에 걸려 있는 ‘삼고(三顧)’라는 편액은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오희도를 중용하기 위해 멀리 찾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인조는 반정 직전에 세상을 돌며 뜻을 함께할 사람들을 찾아다녔는데 이때 만난 선비 오희도를 등용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고요.
명옥헌 정자에 올라 8월 중순이면 붉은 꽃으로 채색이 되어있는 화려한 풍경을 상상해봅니다.
정자 뒷편으로는 작은 개울물이 흐르기에 여름에도 시원함을 가득 느낄 수 있고요.
명옥헌 정자에도 오래된 배롱나무가 많아 나무와 함께 넉넉한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배롱나무(목 백일홍)는 붉은 꽃빛이 화려해서 자주빛 장미라는 뜻의 자미(紫薇)라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백일동안 꽃이 피고 지는 것은 같지만 백일홍으로 부르는 꽃과는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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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들은 배롱나무 꽃이 백일동안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며 정진과 수행을 배우고 일년에 한차례씩 껍질을 벗는 배롱나무 줄기에서 청렴과 무욕을 익혔다고 합니다.
과거 3월에 왔을 때는 정자와 연못이 한 시선에 그대로 보였는데 여름에 오니 나무가 우거져서인지 그 모습을 가리네요. 담양 죽녹원내에 명옥헌을 본딴 건물과 연못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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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옥헌 원림을 구경하고 다시 마을길을 따라 돌아갑니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시기가 맞지 않아서 배롱나무꽃이 꽃비가 되어 내리는 풍경을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자연은 늘 변함이 없기에 언젠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겠지요. 그떄는 그 붉은 풍경을 바라보며 도종환 시인의 목백일홍이라는 시와 함께 하고 싶네요.
피어서 열흘을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이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 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리 피워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 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도종환 - 목백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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