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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담양 가사문학 길 - 창평에서 소쇄원까지

by 마음풍경 2010. 3. 9.

 

담양 가사문학길

 

 

창평 삼지천 마을 ~ 명옥헌 원림 ~ 광주댐 ~ 식영정 ~ 소쇄원 ~ 금곡 무등산 수박 마을

(약 18km, 6시간)

 

 

 삼지천 마을에서 광주까지 걷기 위해  비로 촉촉한 아침 길을 나섭니다.

다만 오늘 걷는 이 길은 누가 먼저 걸어본적도 없고

그저 지도를 보고 제 스스로 한번 걸어봄짓하겠다 생각해서 실행에 옮기게 된거지요.

특히 식영정, 소새원 등 가사문학권 이곳 저곳을

가는 길에 볼 수 있어 제 스스로 "가사문학길"로 명명해봅니다.

 

창평 남극루가 있는 장소에서 뒤돌아 삼지천 마을을 바라봅니다.

여느 시골 마을처럼 참 편안해 보이지요.

 

마을에서 조금 벗어나 너른 들판에 우뚝 서있는  남극루 정자가 참 특이하네요.  

설명자료를 보니 원래는 면사무소옆에 있었는데 1919년 이곳으로 옮겨 세운거라 하네요.

여튼 마을의 상징물처럼 보입니다.

 

남극루도 구경하고 이제 일주문을 지나 삼지천 마을을 완전히 벗어납니다.

 

그리고 60번 창평 외곽도로를 따라 본격적인 걷기를 시작합니다.

 

ㅎㅎ 근데 차길 건너편에 걷기쉬운 길이 있네요.

차가 다니는 길은 안전 및 소음 측면에서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잘되었네요.

그나저나 도로 확장은 아닌것 같고 저처럼 걷기를 위해 준비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산봉우리에 구름모자가 조금씩 벗겨지는걸 보니 이제 비도 내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자연은 제 친한 친구인가 봅니다.

이 친구 마음을 어찌알고 날을 맑게 해주니까요.

당초 어제 밤처럼 비가 오면 어찌 걷나 고민했는데.. ㅎㅎ

 

삼지내 마을에서 1.5km 왔네요.

이제 다시 60번 구 지방도로와 만납니다.

 

그리고 차길 옆을 300미터 걸어 창평IC를 지납니다.

 

창평 IC 막 지나쳐서 차길을 벗어나 완편 강촌 마을길로 접어듭니다.

휴~ 자동차를 피하니 이제 마음이 편해집니다. ㅎㅎ

 

가사문학길에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명옥원 원림입니다.

그곳을 찾아갑니다.

 

저멀리 고속도로너머 병풍산과 삼인산 능선이 펼쳐집니다.

 

삼지내 마을 출발한지 약 1시간이 걸려

명옥헌 원림이 있는 후산마을에 도착했네요.

 

마을 입구 저수지 풍경이 참 멋집니다.

 

왕버드나무의 정취가 마을 입구부터 예사롭지가 않지요.

 

마을 길을 따라 300여미터 들어가니 명옥헌 원림이 나옵니다.

 

담양 죽녹원에 있는 이승기 연못의 오리지널이라고 할까요. ㅎㅎ

 

마을 입구에서 만난 주민 분이 명옥헌은 늦여름에 오면 참 좋다고 말씀하시던데

정말 연못 주변에 배롱나무들이 참 많습니다.

 

늦여름 빨간 꽃이 피어있는 모습이 참 장관일것 같습니다.

 

 명옥헌은 목조기와 집과 연못을 지어 주위경관을 그대로 살린

조선시대 대표적인 민간정원으로 소쇄원과 쌍벽을 이룬다고 합니다.

 

 

정자에 올라 내려보는 풍경이 참 편안한것이 신선이 된 기분이더군요. 

 

명옥헌은 주변 자연의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살린 모습이 참 보기에도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 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방자형 사각 연못으로 

연못은 땅을 의미하고 연못 한가운데의 동그란 섬은 하늘을 뜻하며

정자에 앉은 사람과 함께 천지인의 합일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곳 정자에 앉아 바라보는 주변 풍광이

참 자연스럽고 편안해지네요.

 

명옥헌을 구경하고 다시 마을 입구로 나옵니다.

후산 마을은 1180년경에 후산이라는 사람이 개척한 마을로

주변에 감나무와 포도 나무 등 과수원이 많은 풍요로운 마을인것 같습니다.

 

후산 마을을 뒤로 하고 다시 식영정을 향해 명옥헌 길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이어 봉황동 길을 따라 가네요.

지도만을 보며 찾는 길이지만 아직까지는 알바도 하지않고 무척이나 순조롭습니다. ㅎ

 

기존에는 시그널 등 안내 표기가 있는 길만 갔었는데

지난번 정약용 유배길에서 시그널이 없어 지도만을 보고 갔더니만

이제는 지도만 보고 찾아가기에도 재미를 붙였나보네요.

 

봉황동길을 따라 마을을 넘어가는 길이 참 매혹적이더군요.

 

작은 고개를 넘으니 광주댐이 보입니다.

 

이제 다시 소쇄원을  향해 차가 다니는 도로를 걸어야겠네요.

소쇄원은 이제 4km가 남았습니다.

 

광주댐 입구 건너편에 있는 학구당에 잠시 들러봅니다.

그나저나 이곳으로 바로 산길을 따라 넘어오는 길도 있는것 같더군요.

 

명옥헌은 정원의 기능이어서인지 상당히 화려한 편인데

이곳은 공부방이라 단정하고 깔끔하네요.

 

여튼 사방이 툭 트여 더운 여름날에도

공부는 잘되었을것 같습니다. ㅎㅎ

 

대청마루에 앉아 바람에 실려오는 풍경 소리도 듣고요.

지친 발걸음을 잠시 쉽니다.

 

 그리고 다시 길로 나서서 건너편에 있는

광주댐 기념비로 가봅니다.

 

이곳에 언제 와봤는지도 이제는 가물가물하네요.

 

물론 오늘처럼 두발로 이곳을 걷지는 않았지요.

차로 횡하니 왔었지..

 

드문 드문 지나는 차가 조금은 방해가 되지만

그래도 걷기에는 큰 불편은 없습니다.

 

차로 휙하고 지나면 이런 풍경을 어찌 볼수 있겠습니까.

 

멀리 무등산이 구름 모자속에 가려있네요.

 

이곳 광주호 너머로 보이는 무등산도 참 멋진 모습일텐데 말입니다.

 

  건너편 광주호 생태공원의 한가로움도 좋지요.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저 생태공원 길을 따라

광주호를 한바퀴 돌아보면 좋을것 같네요.

 

휴 이제 식영정 입구에 도착합니다.

대부분 걷는 길이 포장 길이라 그런지 다리가 뻐근합니다.

 

바로 차길 옆으로 식영정이 있지요.

 

식영정은 송강 정철이 이 곳을 배경으로

성산별곡을 비롯한 많은 시가를 지어 송강문학의 산실입니다.

 

국가지정 명승 57호이고요.

 

이처럼 멋진 자연과 벗하며 풍류를 즐긴 그 시대 분들이 부럽기도 하네요.

 

 계단을 따라 산으로 올라서니 이곳에 식영정이 있습니다.

 

광주호가 바라보이는 언덕위의 멋진 정자이지요.

그림자도 쉬어가는 정자라는 뜻처럼

 

주변의 소나무들도 참 시원하고요.

 

정자 주변으로 거대한 배롱나무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여튼 이런 멋진 자연 경관을 바라보며 많은 문학활동이 있었겠지요.

 

어찌보면 요즘 각박한 시대의 문학인에 비해

우리 조상들은 자연의 풍요로움속에 복받은 문학인이었겠네요.

 

여튼 하나의 정자로 이루어진 명혹헌과는 다르게

부용당 등 주변에 여러 건물들이 있더군요.

 

 

식영정 바로 옆으로는 가사문학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등산 붐때문일까요.

이곳 뒷산 능선을 따라 등산 안내도가 있네요.

 

잠시 가사 문학관에 들러봅니다.

 

송강 정철, 성산별곡 등은 익히 아는데

가사 문학하니 조금 낯설기도 하고

아마 학생시절 배웠는데 이제 전부 다 잊어버린것 같기도 해서

다시 공부하는 기분으로 이곳을 들러보았습니다.

 

제 개인 생각으로는 그 시대의 시조를 요즘 시대의 시라고 한다면

가사는 요즘 말하는 노래 구절, 특히 랩처럼 느껴지더군요.

조금은 형식에서 자유롭고 편하게 이야기처럼 자연과 세상 일을 말하는..

제가 이 분야에는 아주 문외한이라 그렇지만

문학관을 둘러보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ㅋㅋ

 

이제 오늘 걷는 가사문학길의 마지막 종착점입니다.

가사 문학관 입구에서 1km를 걸어 소쇄원에 도착합니다.

 

대학시절 이곳에 한번 와본것 같은데

입구는 과거에 비해 많이 변한것 같더군요.

 

이곳도 명옥헌과 마찬가지로

자연과 인공물의 조화로움이 인상적인 정원이지요.

 

소쇄원은 1530년에 조광조의 제자였던 양산보가 모든 관직을 버리고

고향인 이곳에 내려와 지은 거라고 합니다.

 

기묘사화로 인해 개혁을 외치던 존경하는 스승이 사사되었으니

정치의 무상함을 느꼈겠지요. 

 

역시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것은

자연과 벗하는 것인가봅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늘상 변하는 것이 자연인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 근본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그런 존재가 자연이지요.

 

 그래서 사람사는게 지겨울 때

자연은 참 좋은 벗과 같은 친구입니다.

 

오늘 이곳 소쇄원에 와서

자연과 인간이 어찌 조화롭게 살아야하는지를 다시금 느껴봅니다.

 

당초 소쇄원에서 걷기를 끝내거나 아님

무등산 옛길을 거슬러 산수동 오거리까지 가려했으나

전부 다 걷기에는 시간이나 몸 컨디션이 되지 않고

또한 버스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아 이곳에서 약 3~4km 정도 떨어진

금곡마을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하루종일 맑음과 흐림을 반복하네요.

 

평촌 마을의 돌담길도 참 곱습니다.

 

시냇물 소리를 들으면 봄이 오는지 알수 있겠지요.

무등산에서 겨울 내내 얼었던 눈들이 녹아 흘러내립니다.

 

최근들어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테마의 체험 마을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를 좀더 발전시키려면 단지 하드웨적인 시설뿐만 아니라

실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컨텐츠가 중요할것 같습니다.

 

멋진 봉우리너머 장불재가 그 모습을 보이네요.

 

오늘 걷기도 이제 300m밖에 남지 않았네요.

 

무등산 수박으로 유명한 금곡마을에 도착합니다.

 

이곳도 옛스런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3시 40분경에 걷기를 마무리합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저멀리 무등산이 하얀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네요.

아직은 저 봉우리에는 서리꽃이 가득하나봅니다.

 

오늘은 제가 스스로 명명한 가사문학길을 걸어보았습니다.

물론 담양시내쪽에 있는 송강정이나 면양정을 연결하지는 못했지만

창평 삼지내 슬로시티에서 시작해서 명혹헌과 식영정을 거쳐 소쇄원까지 연결하는

가사 문학 길은 그 의미가 조금은 있을것 같네요.

 

기존에 만들어진 테마 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지도만을 보고 새롭게 걷는 길도

매력적인 시간인것 같습니다.

 

여튼 점점 화려한 봄꽃이 피는 시간이

점차 다가오나봅니다.

아직은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시간이자

침묵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문득 브로콜리 너마저의 유자차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ㅎ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어
그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있어
온기가 필요했잖아
이제는 지친 마음을 쉬어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설탕에 켜켜이 묻어
언젠가 문득 너무 힘들 때면
꺼내어 볼 수 있게
그때는 좋았었잖아
지금은 뭐가 또 달라졌지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