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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강릉 안반데기 운유길 - 구름도 쉬어가는 배추고도 마을

by 마음풍경 2016. 8. 18.

 

강릉 안반데기 운유길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안반데기(http://www.안반데기.kr/)는 해발 1,1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전국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밭으로 광활한 풍광이 아늑하게 펼쳐지며 

강릉 바우길의 17구간인 안반데기 운유길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과거에도 태백 귀네미 마을에 있는

고랭지 배추밭의 풍경을 감동적으로 만난 적이 있습니다.

(태백 귀네미마을 배추고도 길 - 온전한 사랑의 가치를 느끼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44)

하여 이곳 안반데기는 또 어떤 감동의 풍경을 선사할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마을 입구인 피덕령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 화전민이 들어와 농지를 개간하여 마을을 만든 것이

1967년이라고 하니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화전민 사료관에는 그때의 추억과 흔적들이 담겨져 있네요.

 

마을 입구에 주차를 하고 멍에전망대 방향으로 길을 시작합니다.

물론 오른편으로는 운유촌이라는 이름의 마을이 있습니다.

오래전에 능경봉과 고루포기봉을 잇는 겨울 설산 산행을 했는데

고루포기하는 이름도 참 오랜만이네요.

 

해가 막 뜨고 난 이후 시간이라

주변 풍경이 조금은 아스라하게 다가옵니다.

 

포장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되돌아보니

안반데기 전체 풍경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태백 귀네미 마을은 제법 고도 차가 있는데

이곳은 넓직하고 평평한 느낌이 드네요.

 

하긴 안반데기라는 의미는 떡메로 쌀을 치는 안반처럼

우묵하면서도 널찍한 지형 모양이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머리 위로 아침 햇살을 가득 머금은 멍에 전망대의 모습이 보입니다.

 

대관령에서 넘어 올 때는 새벽 안개가 걷히고 있었는데

이곳에 오니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을 만날 수가 있네요.

 

멍에전망대는 일반적인 전망대와는 다르게

마치 작은 성벽과 같은 모습이 조금은 이색적입니다.

 

하긴 화전민들이 소와 함께 밭을 일굴 때 나온 돌이

무척이나 많았을 것이기에 이를 이용한 것이겠지요.

 

멍에는 말이나 소가 달구지나 쟁기를 끌 때 목에 거는 막대로

화전민의 애환과 개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0년에 전망대가 조성이 되었다고 하고요.

 

전망대 정자에서 바라본 안단데기의 아침 풍경은

참 평화롭고 아늑합니다.

 

물론 이 아늑함 뒤에는 오랜 세월 동안 이어온

화전민들의 땀과 고생이 켜켜이 담겨져 있겠지요.

 

최근 떠오르는 사진 출사지로 알려져서인지 이른 아침인데도

주변에 많은 분들이 안반데기 풍경을 감상하고 계십니다.

저도 넋을 놓고 그저 바라만 보게 되네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가슴이 탁트이는 풍경까지

한폭의 잘 그린 아름다운 그림같은 모습입니다.

 

오늘은 비록 저 건너편 바람개비가 있는 길을 따라

안반데기 운유길이라 불리는 바우길을 전부 걷지는 못하지만

이곳 멍에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멀리 서편으로는 발왕산 드래곤피크의 모습도 보이고요.

 

세상으로 이어지는 여러 길을 걷고 많은 풍경을 만나다 보면

자연 자체만의 느낌도 아주 좋지만

때론 이곳처럼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도

정겨운 정감이 느껴지는 공간이 됩니다.

 

위대하고 넉넉한 자연의 품속에서는

사람도 아름다운 꽃과 같이 자연으로 피어난다고 할까요. ㅎ

 

이제 잠시 머물었던 전망대를 뒤로 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오던 길을 바로 되돌아 가지 않고

왼편 마을 길을 따라 걸어봅니다.

 

머지않아 배추 수확이 끝나면 이곳은 조금 황량한 모습으로 남겠지만

쓸슬함도 좋고 눈쌓인 설경의 풍경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긴 과거 태백 매봉산에서 보았던

철지난 배추밭의 황량함도 기억에 남는 추억이네요.

(태백 매봉산 바람의 언덕 길 - 삼수령과 매봉산을 찾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43)

 

저 밭사이로 이어지는 소박한 길과 나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저 길을 걸어가면 어떤 풍경을 만날지도 궁금하네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주변 풍광에 빠져봅니다.

그냥 아무 이유없이 좋네요!

보통 좋아하거나 사랑하거나 하는 사람의 관계에는

그 이유가 따르곤 하지만 그저 좋기만한 이 느낌이 참 편안하네요.

 

먼 훗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외롭고 쓸쓸할 때에

안반데기의 눈 덮힌 길을 따라 걷고 싶습니다.

함박눈이라도 내려준다면 더욱 좋겠네요.

구름도 노닐다 가는 곳이라는데

제 몸과 마음도 저절로 평온해 질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