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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 심곡항에서 정동진까지 걷다.

by 마음풍경 2017. 2. 19.


강릉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심곡항 ~ 부채바위 ~ 투구바위 ~ 썬크루즈(왕복) ~ 심곡항

(약 6km, 2시간 소요)



작년 10월에 강릉 해안길이 50년만에 열렸다는 소식에

어떤 비경이 펼쳐질지 기대하며 심곡항으로 발걸음을 한다.


정동심곡의 바다부채길은 정동진 썬크루즈 주차장과 

심곡항의 2.86km의 해안을 잇는 길이다.


물론 썬크루즈에서 출발해도 되지만

오른편으로 바다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또 해를 등뒤로 지고 가기에 이곳 심곡항에서 시작한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장의 해안단구이자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들머리 초입부터 장대한 자연의 원시적인 모습을 만나게 된다.


마치 어미의 등에 올라타 있는 개구리 형상을 한 바위도 보게 되고.


약 3km에 가까운 길이 모두 이처럼 철제 데크 및 나무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업비만 70억원이 투자되었다고 한다.

물론 과거에는 군인들의 해안 경계를 위한 길이 있었을 것이다.


역시 바다하면 동해안이 가장 시원하고 아름다운 것 같다.

하늘도 푸르고 바다의 색도 진한 물감을 풀어놓은 듯 깊기만 하고.


해안단구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자연의 웅장함과 비경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생생하게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새하얀 포말을 되어 스러지는 해안의 모습은

겨울 바다의 정취와 어우러져 환상의 세상을 만들어 준다.


웅장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니 어느새

바다부채길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부채바위가 나타난다.


부채바위에는 심곡 서낭당에 모신 여서낭에 대한 소박한 전설이 담겨져 있다.

여서낭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돕고,

남서낭은 마을을 수호하는 지킴이 역할을 해왔기에
이곳 바다에는 여서낭의 전설이 담긴 것 같다.


부채바위 전망대에 올라서니 망망대해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가슴이 답답할 때 산 정상에 오르는 것도 좋지만

때론 끝없이 수평선이 펼쳐지는 해안을 바라보는 것도

막힌 가슴이 탁트이는 기분을 느낀다.


이곳은 2천300만년전 지각 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라고 하는데 그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멀리서 바라본 부채바위의 풍경도 참 아늑하고

해안을 향해 밀려오는 파도의 모습도 한없이 정겹다.


어쩌면 오늘 밤에는 귀속에서 생생한 파도 소리가 내내 들릴 듯 하다.


과거에 다녀온 경주 주상절리 파도소리길도 군의 해안 경비를 위해 공개되지 않다가

몇년전 그 비경이 공개가 되었는데 이곳도 참 멋진 자연이 숨어있었던 것 같다.

(신비로운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84)


오랜 시간이 만들어 준 자연의 조각품들을

어찌 인간이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부채바위처럼 또 다른 전설이 담긴 투구바위에 도착했다.


강감찬 장군과 육발호랑이에 대한 전설이 담겨진 바위로

투구 바위는 바로 강감찬 장군의 용맹한 모습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나저나 이처럼 멋진 곳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손길에서 멀어져 있었다니

하여 전쟁 없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아직도 군 시설의 보안때문에 가보지 못한 곳이 많으리라..

언젠가 평화통일이 된다면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의 아름다운 산천도

빨리 만나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해안 너머 정동진의 마스코트인 썬크루즈의 모습이 보인다.

정동진 일출에 늘 그 배경이 되어주는 배를 보니 반갑고.

(설레임과 그리움으로 정동진 일출을 만나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34)


이제 해안길은 아쉽게도 이곳에서 마무리 되고

썬크루즈 주차장을 향해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야 한다.

가능하면 좀 더 이어져서 정동진 해안까지 갈 수 있었으면..


썬크루즈 입구에 도착하니 심곡항에서 약 1시간이 소요가 되었다.

들어가서 커피라도 한잔하고 싶었지만

입장료가 만만치 않아서 너무 비싼 커피가 될 것 같아

다시 왔던 길로 발걸음을 돌린다.

입구에 간이 카페라도 하나 있으면 좋으련만.. 쩝


물론 왔던 길을 걸어서 가지 않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셔틀 버스가 운행이 되기에

걷기가 힘든 사람들은 셔틀을 이용하면 될 것 같다.


다시 철책문을 통과해서 심곡항을 향해 되돌아 간다.

이곳은 저녁에는 군인이 경계를 서야 하기에 개방 시간이 정해져 있다.


파도 소리가 참 고운 몽돌해변의 소원탑들이

여기저기 소원의 염원을 담고 바다를 향해 서있다.


이곳으로 올 때는 구름은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하늘이 맑았는데

어느새 회색빛 하늘로 변해서 인지 조금은 스산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바다의 모습도 금방이리도 폭풍우가 몰아칠 것 같은 느낌이다.


하여 조금전에 지나왔던 익숙한 길이 아니라

전혀 다른 신비로운 세상으로 접어드는 느낌이고.


그리고 조금 전 봤던 투구바위를 반대편에서 바라보니

어미 바위와 새끼 바위가 서로 마주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이는 것 같다.


대전에서 강릉까지 가깝지 않은 길을 달려왔지만

이 풍경 하나만으로도 저절로 보상이 되는 기분이다.


살다보면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은 부지기수다.

다만 그 상처를 치유할 방법을 몰라 늘 전전긍긍이고.

하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닫힌 마음으로 여유라는 바림이 들어온다.


자연이란 그런 것이다.

무엇을 달라고 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지만

상처투성이인 약한 인간에게 늘 변함없는 사랑을 주고

모든 것을 치유하는 마음의 약을 준다.


돌아가는 길도 너무나 아름다워

걷는 발걸음이 자꾸만 늦어진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빨리 걷고 돌아와야지 생각했는데

종점이 가까워지니 이제야 너무 빨리 걸었다는 생각이 들고. ㅎ


다시 전망대가 있는 심곡항 입구로 되돌아 왔다.

다 걷고나니 멋진 조망처에서 겨울 낭만이 가득한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라도 한잔할 걸 하는 후회도 든다.


물론 좀 더 길게 걸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바다부채길의 해안 절경과 새하얀 포말을 남기는 파도소리는

언젠가 다시 찾고픈 여운을 남긴다.

좋은 인연이란 바로 그런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