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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울진 죽변항 일출 - '폭풍속으로' 세트장에서 바라본 일출

by 마음풍경 2017. 2. 24.


울진 죽변항 일출 풍경



경북 울진군 죽변면 죽변리




경북 울진의 죽변항은 SBS 드라마 "폭풍속으로"의 세트장이 있어서

울진을 찾는 사람은 꼭 한번 들리게 되는 핫플레이스라고 한다.


다만 2004년에 나온 이 드라마는 본 기억이 없어서

실제 TV에서는 어떤 풍경으로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어부의 집은 드라마 세트장이긴 하지만

제법 견고하게 지어진 집처럼 보인다.

하긴 전국을 여행다니면서 여러 드라마 세트장을 만나기도 했다.

오래전 청산도에서 만난 봄의 왈츠라는 드라마의 세트장도 생각이 나고

(섬을 거닐다 : 청산도 ① - 서편제 촬영지과 청보리밭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73)

전북 변산 줄포생태공원에서 보았던

프라하의 연인 촬영지도 새삼 떠올리게 된다.

(변산 마실길 4-1구간 : 웅연조대 길,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40)


세트장 너머에는 하트 모양을 한 해안 풍경이 펼쳐져 있어서

세트장과 함께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하트 해변하면 신안 비금도의 하누넘 하트 해변이 생각난다.

(신안 비금도 - 하누넘 하트 해수욕장을 찾아서 :

http://blog.daum.net/sannasdas/8229663)


세트장을 나와 죽변 등대로 향하는 용의 꿈길은

무성한 조릿대 사이로 길이 이어지는데

이곳은 옛부터 용이 승천한 용추곶으로 불리었다고 해서

용의 꿈길이라 이름을 지은 것 같다.

또한 죽변이라는 명칭이 대나무가 많이 자생한다고 붙여진 지명이라 하는데

어쩌면 이곳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닐까.


드라마 세트장은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이처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 같다.

저 건물이 내가 사는 집이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ㅎ


시원하게 펼쳐지는 동해 바다와 절벽위에 외롭게 지어진 붉은 지붕 집,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지는 하트 해변의 모습은

참 잘 꾸며진 한폭의 풍경화처럼 다가온다.


탁트인 바다를 보며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듣고 있으니

새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사라지는 파도처럼

세상사 시름 또한 저절로 사라지는 기분이다.


조릿대 길을 휘돌아 오르면 100년이 넘은 죽변 등대를 만날 수 있다.

죽변 등대는 1907년 일본군이 러시아군의 침략을 감시하기 위해서 건립되었다고 한다.


죽변곳은 호미곳 다음으로 동해안에서

바다로 가장 많이 뻗어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곳이 독도까지 가장 최단 거리라고 한다.


하룻밤을 죽변에서 보내고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어둠속 여명이 깔려있는 폭풍속으로 세트장을 다시 찾았다.


바다 수평선 위로 아스라한 일출의 여명이 펼쳐진다.


세트장 지붕너머 서편으로는 아직 지지않는 달님을 만날 수 있으니

오늘 새벽에는 해와 달을 동시에 본다.


비록 수평선으로 구름이 띠를 형성하고 있어서

오메가 형태의 짱한 일출은 보기가 어렵겠지만

세트장과 바다 그리고 여명이 터오는 풍경만으로도 잔잔하게 감동이 밀려온다.


지난 새해 첫날에 간월암에서 맞이한 일출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오늘은 제대로 일출을 맞이 할 것 같은 설레임으로 가슴이 조금씩 벅차오른다.

(서산 간월암 일출 -  2017년 첫 일출을 어렵게 만나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335)


잠시나마 무언가를 무념무상의 마음으로 기다리는 시간은 참 소중하다.

이른 새벽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고 찾아왔지만

이처럼 마음이 평온해지고 평화로워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세월이 쌓여갈 수록 어린시절 말랑말랑하던 마음이 돌처럼 굳어져 가기에

셀레임이나 기다림을 느끼는 기회도 줄어드는데

자연의 품속에서는 여전히 어린아이같은 마음이 된다.


그나저나 나만 부지런한지 알았는데 벌써 조업을 떠나는 배를 보니

알게 모르게 세상은 늘 부지런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아직은 차가운 겨울의 바닷 바람을 맞지만 그래도 기다림의 보람이 있는지

동편 바다 너머로 조금씩 붉은 색감이 가득 퍼져온다.

어쩌면 해를 맞이하는 시간보다 설레임이 절정인 이 순간이

가장 순수하고 행복한 시간은 아닐까..


해가 뜨기 시작하자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도 더욱 세차지는 것 같고

동트는 아침 햇살 또한 하늘로 가득 펼쳐진다.


아~ 참 오랜만에 동해에서 아름다운 일출을 만난다.


물론 동해 일출은 정동진에서도 보았고

또 고성 옵바위의 일출 또한 잊을 수 없는 장관이었지.

(설레임과 그리움으로 정동진 일출을 만나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34)

(고성 공현진 옵바위 일출 - 아름다운 동해 일출을 만나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65)


그저 아무 생각없이 바라만 보아도 한없이 좋은 시간,

어떤 형용사를 따로 인용할 필요도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하다.


이제 해도 하늘위로 떠올랐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오랜만에 무아지경에 빠져본 순간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은 만나고 또 만나도

질리지가 않고 여전히 행복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람과의 인연도 늘 그리되면 좋으련만..


좀 더 멋진 일출을 담으려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였던 하트해변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추억의 한 페이지를 만들어준 남을  죽변항 일출과 작별을 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게 되면

이 고운 풍경을 다시 반갑게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