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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계족산 벚꽃엔딩 - 2018. 4. 16

by 마음풍경 2018. 4. 18.



계족산 벚꽃엔딩




2018년 4월 16일은 세월호 4주기 기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28년의 연구소 생활을 접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


비록 4년전의 비극을 떠올리면

아직 슬픔이 채 가시지는 않지만

이제는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처럼

나도 새로운 삶을 희망으로 시작해보련다.


하여 그 첫걸음으로 계족산 황토길을 걷기 위해

처음 걸어보는 길인 법동소류지 입구를 찾는다.


계족산은 두 손으로 셀 수 없을만큼 많이 찾았지만

이번 법동소류지는 처음이라 모든 풍경이 새롭기만 하다.


늘상 익숙하다고만 생각했던 곳이지만

가야할 새로운 길이 아직도 남아있나보다.


하긴 늘 익숙한 환경속에서 살고 있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주변에 새로움은

언제든지 존재하는 것 아닐까.


임도삼거리를 향해 한적한 숲길을 걷는데

계곡 물소리가 우렁차서 깊은 산에 온 기분이다.


그나저나 이처럼 좋은 숲길이 있다는 것을

대전에 사는 28년 동안 알지 못했다니..


굴에서 나와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귀여운 다람쥐와의 만남도

생각지 못한 반가움이다.


잠시마나 행복한 계곡길을 걷고 나니

계족산 황토길이 반겨준다.


연두빛 푸르름이 가득한 이곳에

자유롭게 머물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행복하고 고맙다.


비록 올해는 봄꽃이 이르게 찾아와

빠른 벚꽃 엔딩을 만나게 되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꽃비를 맞으며

걷는 기분 또한 황홀하고.


꽃이 피고 지는 풍경속에 담겨있는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의미를 떠올려본다.


태어나서 28년까지 학교를 다니고

이후 28년 동안 연구소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인생의 3막을 시작하는 오늘부터가

화양연화이길 바래본다.


이제는 치열했던 삶의 짐을 내려놓고

내가 진정 사랑하고 좋아하는

자연 곁에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어

편하고 가벼운 마음이다.


물론 하나를 선택하면 버려야할 희생은 존재한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으니..


하지만 이제는 무거운 삶의 짐을

지고 가면서 얻는 이익보다

편안한 자연과 함께하면서 얻는 기쁨이

더 크기에 이제는 후회없이

기존의 삶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찌보면 지난 56년은

현재의 나를 지탱해 준 고마운 시간이지만

욕심과 허망만 채우려는 삶은 아니었는지.

하여 이제는 기꺼이 새로운 길을 가려한다.


행복한 삶을 사는데는

많은 사람을 알 필요도 없고

많은 돈을 가질 필요도 없으며

그저 건강한 몸과 욕심을 버린 가벼운 마음과  

남은 인생 함께할 동반자 한사람만

내 옆에 있으면 되는 것 같다.


늘 시간에 쫓기던 발걸음이 아닌

천천히 걷는 행복을 느껴보련다.


하여 사계절 많은 풍경을 선물처럼 주는

자연을 마주하고 있는 시간 또한

여유롭고 아주 넉넉할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자연과 벗하며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을 좋아하는 자유인"으로 사는 삶은

단 하루라도 좋기에

삶의 흐름에 맡겨 순응하며 살다보면

먼 훗날 이떄가 화양연화였음을 느끼며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